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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의 모범을 보여 준 민주노총 중부권 결의대회

5월 20일 하이닉스 매그나칩(이하 하이닉스) 앞에서는 3천여 명의 노동자들이 모인 '중부권 노동자 결의대회'가 열렸다. 금속·화학섬유 연맹에 소속된 캄코, 정식품 등 중부권 11개 노조 1천5백 명의 노동자들이 하루 연대파업에 들어간 후 집회에 참가했다.
170여 일간의 투쟁 끝에 '노동자 자주관리' 업체를 탄생시킨 우진교통 노동자들은 조합원 1인당 5퍼센트의 투쟁기금을 결의해 이날 전달하기도 했다.
울산건설플랜트 노동자 50여 명은 전원 수배령이 내려진 상황에서도 집회에 참가했다.
신재교 하이닉스 사내하청지회장은 투쟁사를 통해 "지금 울산을 비롯한 전국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일어서고 있다. 노동자들은 단결이 없다면 노예처럼 살 수 밖에 없고 권리가 없다면 죽은 것과 마찬가지다. 우리 비정규직이 앞장서서 투쟁하겠다. 정규직 동지들은 뒤에서 든든하게 뒷받침을 해 달라"고 역설했다.
집회를 마친 노동자들은 대표단을 꾸린 후 하이닉스 사측과 면담을 요구하며 1시간 동안 공장 진입투쟁을 벌였으나 물샐틈없이 공장 건물을 막아선 전경들때문에 성공하지 못했다.
노동자들은 곧 대열을 정비하여 청주시내로 행진해 갔다. 경찰은 전국에서 끌어 모은 5천여 명의 병력으로 구석구석을 틀어막고 있었다.
가증스럽게도 청주서부경찰서는 '전의경어머니회' 회원들이 다수인 7명의 '시민 참관단'을 급조해 집회 현장에 내보냈다. 노동자들이 정리집회를 하려할 때 경찰의 폭력적 본색은 다시 드러났다.

단비

덩치 큰 기동대원들이 날카로운 방패를 휘두르며 노동자들을 몰아 부쳤고 이 과정에서 밀리지 않으려고 애쓰던 노동자 몇 명이 비명소리와 함께 피를 흘리며 쓰러졌다.
이날 집회는 민주노총 경기지역본부장의 말대로 노동자들이 "지역을 넘어 업종을 넘어 하나되어 투쟁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모범적인 연대의 사례였다.
한국노총 소속인 하이닉스 정규직 노조의 외면 속에 생산에 실질적 타격을 가할 수 없었던 1백28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지역 노동자들의 연대파업은 단비와도 같았다.
이러한 연대가 더욱 더 확산될 필요가 있다. 민주노총 충북본부가 6월말로 지역 총파업을 잡은 것은 다소 아쉬운 점이다.
민주노총 지도부는 지역 연대파업을 고무하고 전국적인 파업 투쟁을 조직해 나가야 한다.
이연진·이광열


현대차노조

최근 현대차노조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집행부가 낸 ‘불법파견 단체교섭 요구안’은 정규직 대의원들의 만장일치로 통과했다.

요구안은 ‘지금까지 자행해 온 불법에 대해 대국민 공개 사과를 하고, 불법파견 판정을 받은 모든 노동자들을 정규직으로 즉각 전환하고, 비정규직 노조의 조합 활동을 보장하고, 일체의 탄압을 원상 회복한다’는 내용이다. 이어서 5월 16일 현대차노조는 이 요구안을 회사측에 발송했다.

그러자 사측은 곧바로 ‘교섭 대상이 아니다’라는 유인물을 전 공장에 배포했고 “결국 여러분의 일자리가 걸린 문제”라며 마치 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을 걱정하는 양 위선을 떨었다.

우리는 사측이 IMF 이후 현대차 노동자 1만 2천여 명을 길거리로 내몰고 생계를 박탈한 만행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불법파견 철폐와 정규직화를 관철하기 위해서는 이 투쟁을 임단협과 결합시키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단결된 대중 투쟁을 건설해야 한다.

그런 점에서 최근 5공장 대의원회가 5공장 비정규직 49명을 사실상 해고하는 합의를 한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혹시라도 이상욱 지도부가 이 사실을 사전에 알고도 방관했다면 비판받아 마땅할 것이며, 그렇지 않다면 지금이라도 잘못된 합의를 바로잡아야 한다.

한편, 지배자들은 채용 비리 사건을 이용해 노조를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사실, 인사 채용은 사측에게 최종 권한이 있다. 그러나 지금 수사는 노조에만 치중돼 있다.

물론 부패한 노조 간부들은 철저히 척결해야 한다.

부정부패를 척결하려면, 모든 과정이 평조합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 조합원들 스스로 노조 지도부를 민주적으로 통제할 때 회사와 유착하는 부패도 막을 수 있고 노동자들의 권리를 위한 투쟁도 효과적일 것이다.

현재 울산에서 건설플랜트 노동자들은 노무현의 탄압에 맞서 영웅적으로 저항하고 있다.

이상욱 지도부는 이 투쟁을 적극적으로 알려내고 조합원들을 대거 동원함으로써 울산건설플랜트 노동자들에게 힘을 주고 현대차가 울산 노동운동의 선봉이라는 것을 보여 줘야 한다.

정동석(현대차 정규직 조합원)


기아차노조

기아차노조 18대 집행부는 이취임식도 제쳐두고, 23가지 안건을 갖고 사측과 긴급 노사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는 입사 관련 채용구조 개선, 비정규직 탄압 중단 및 고소고발·부당징계 철회, 안전사고처리규정 철폐, 사무계약직 여성 해고자 원직복직, 김우용 동지 면직 철회 등이 있다.

18대 집행부는 아침 출근투쟁과 본관 앞 항의 집회, 토·일요일 특근거부를 진행했지만 사측은 오히려 ‘안전사고처리규정을 확대 적용하자’, ‘생산성 향상을 논의하자’며 나왔다.

이에 지난 5월 13일에는 소하리 공장 본관 앞에서 항의 중식 집회가 있었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사무계약직 여성 해고자까지 3백50여 명이 참가했다.

사측은 그제서야 입사 관련 채용구조개선, 6시그마 운동 철폐 등 8가지 양보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핵심 사항에서 사측은 노사협의를 질질 끌며 노동자들의 양보만 요구하고 있다.

한편, 5월 16일 불법파견 진정에 대한 노동부 판정이 나왔다. 노동부는 화성공장 전체 2천 명이 넘는 비정규직 노동자 중 극소수인 42명에게만 불법파견 판정을 내렸다. 노동부가 아닌 ‘자본부’라는 것이 입증된 것이다. 5월 18일 수원노동사무소 항의 방문 투쟁에서 경찰은 비정규직현장투쟁단 김영성 대표를 비롯해 3명을 연행해 갔다가 노동자들의 항의를 받고서야 풀어 줬다.

18대 집행부는 ‘기아 원·하청 연대회의체’를 구성해 사내하청 및 비정규직 조직화에 적극 나서기로 결정했고 5월 19일 노동부에 불법 파견을 재진정했다. 기아차 비정규직 싸움이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하나 되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는 것이다.
18대 집행부는 기아차 전체 노동자가 참여하는 확대된 싸움을 건설해야 한다. 이 투쟁은 올해 임단투와 노무현 정부의 ‘비정규직 개악안’에 맞선 투쟁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장재형(기아차 정규직 조합원)


신세계이마트노조

노조 와해를 시도한 신세계자본은 조합원들에게 지난 1월 16일 ‘허위사실 유포’ 등의 이유로 3개월 정직과 사업장 출입 금지 징계를 내리고, 3월 25일 용어사용금지가처분결정으로 입을 틀어막더니, 5월 9일 전원 징계해직(해고)했다.

경기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 4월 21일 신세계이마트 조합원에 대한 징계가 부당하며 이를 취소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뿐만 아니라 “회사가 노조 활동을 혐오하여 간섭하고 방해한 사실”을 인정했고 “단체교섭 거부의 부당 노동 행위를 중단하고 성실하게 교섭에 임하라”는 구제 명령도 함께 내렸다. 그런데 회사는 이러한 판정문이 도착하기도 전에 또다시 조합원들을 전원 해고한 것이다.

계약직인 조합원들은 적어도 회사가 7월 계약 기간이 만료될 때까지 해직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회사는 이마트 투쟁이 “계약직”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번질까봐 두려워, 또 삼성의 친족기업답게 지노위 결정을 무시하고 법 위에 군림하는 자기 과시를 위해 해고를 자행한 것이다.

우리는 쉽사리 복직되지 않을 것이라는 걸 잘 알지만 신세계자본은 우리가 노조 인정과 원직복직의 그 날까지 끝까지 투쟁할 것이란 걸 잘 모르고 있는 것 같다.

3개월 정직기간에 매일같이 이마트 수지점 앞에서 일인시위를 진행했지만 이젠 수지점에서 뿐만 아니라 신세계본사와 백화점, 그리고 전국 이마트 순회투쟁을 계획하고 있다.

우리는 노조인정, 원직복직의 그날까지 힘차게 투쟁할 것이다!

이종란 (신세계 이마트 수지점 해고 노동자)


서울대병원지부노조

서울대병원지부노조는 5월 4일 대의원대회를 통해 2005년 임단협 요구안을 확정했다.

서울대병원은 공공병원임에도 건강의료보험에서 문의한 안내센터 설치를 거부하고 있다. 반면, 삼성생명 상담 창구를 설치함으로써 민간의료보험 도입에 길을 열어 주려 한다.

이 때문에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은 ‘삼성생명 상담 창구 폐지, 선택진료제 폐지, 다인병실 80퍼센트 이상 확보’ 등 의료 공공성을 옹호하는 요구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정규직 임금 인상의 2배로 비정규직 임금 인상’ 같은 비정규직 차별 시정 요구가 이번 임단협에 포함된 것은 큰 의미가 있다.

그 동안 서울대병원노조는 비정규직과의 연대에 앞장섰다. 지난해 서울대병원 노동자들은 비정규직인 간병인 노조와 연대해 함께 투쟁했고, 최근에는 울산건설플랜트노조에 50만 원, 현대차비정규직노조에 1백만 원을 투쟁기금으로 지원하기도 했다.
자신의 작업장 안과 밖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연대하는 서울대병원 정규직 노동자들은 다른 많은 노동자들의 귀감이자 노무현의 ‘노동귀족론’에 대한 가장 훌륭한 반박이다.

서울대병원지부노조는 6월 2일 대의원대회와 전조합원 결의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고은이(서울대병원지부노조 총무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