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축구와 정치는 분리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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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의 ‘경기장 유세’ 사건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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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30일 창원에서 열린 경남FC와 대구FC의 리그 경기에서 자유한국당이 경기장 안에 들어와 선거운동을 했다. 프로축구연맹은 ‘종교적 차별행위, 정치적
축구팬들은 자유한국당을 강하게 비판한다. 축구를 이용해 정치적 이익을 취하려다 경남FC에게 민폐를 끼쳤다는 것이다. 이해할 만하다. 경남FC처럼 지자체가 운영하는 시
그러나 축구와 정치가 분리돼야 한다는 프로축구연맹 등의 규정과 주장에는 위선이 깔려 있다. 국제축구연맹
그래서 기울어진 축구장에서 규정은 지배자들 입맛에 따라 그때 그때 다르게 적용되고 해석된다. 열악한 노동조건에서 일하다 죽고 다친 노동자들의 피가 서린 경기장에서 치러지는 월드컵은 ‘세계인의 축제’고, 월드컵 개최를 위해 빈민들을 학살한 브라질 정부를 규탄하는 관중들의 구호는 ‘금지대상’이 된다.
이처럼 지배자들은 경기장을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마음대로 써먹으면서 평범한 축구팬들의 입에는 재갈을 물리는 역겨운 이중잣대를 적용해 왔다.
FC바르셀로나 팬들은 전반 17분, 후반 17분이 되면 경기장 안에서 14초 동안 카탈루냐 독립 구호를 외친다. 카탈루냐가 바르셀로나 공방전에서 패해 카스티야의 지배를 받기 시작한 해인 1714년을 기억하자는 의미다. 카탈루냐의 주도인 바르셀로나의 시민들이 자신들의 홈팀 경기에서 독립을 요구하는 일종의 시위를 하는 것이다. 킥오프 전에는 카탈루냐 깃발도 흔든다. 스코틀랜드 글래스고를 연고지로 하는 셀틱FC 팬들은 홈경기에서 아일랜드공화국군
그런데 FC바르셀로나와 셀틱FC는 유럽축구연맹
축구와 정치는 분리되기 힘들다. 물론 인종차별, 여성차별, 성소수자 혐오, 파시즘 같은 극우 정치 표현 등 약자들을 억압하는 언행들은 문제적이다. 계급, 인종, 성별, 성적지향에 관계없이 공은 누구에게나 둥글고 그라운드는 누구에게나 평평해야 하니까. 문제는 억압받는 이들의 정당한 의사 표현까지 막는 경우다.
경기장 내 어떤 정치적 표현이 정당한지 여부는 경기장 안팎의 사람들이 판단할 일이다. 이미 정치적
축구장에서의 정치적 표현을 금지하는 규정을 지지할 수는 없다. 오히려 정치적 표현이 금지돼 자유한국당이 활개 칠 수 있었던 건 아닐까? 창원의 노동계급 가정 출신의 축구팬들 수천 명이 황교안 일당을 향해 구호를 외치며 나가라고 하는 게 연맹 규정보다 더 효과적이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