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격화하는 미·중 무역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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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아르헨티나에서 열린 G20 회의 때 트럼프와 시진핑이 만나 무역전쟁을 3개월 동안 유예하고 협상하기로 했다. 미국과 중국이 각각 500억 달러에 대한 수입품에 25퍼센트 관세를 부과하고, 뒤이어 미국이 2000억 달러의 중국산 제품에 10퍼센트 관세를 부과하는 2차 공격을 가한 뒤 나온 발표라 그 효과가 매우 극적이었다.
그러나 5월 9~10일에 열린 협상에서 미국과 중국이 합의에 실패하면서, 미국은 중국산 제품 2000억 달러에 대한 관세를 기존의 10퍼센트에서 25퍼센트로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응해 중국도 600억 달러의 미국산 제품에 대해 5~25퍼센트의 보복관세를 6월 1일부터 부과한다고 발표했다.
트럼프가 트위터에 올린 글들을 보면 미국과 중국 사이의 합의는 기대하기 힘들어 보인다.
트럼프가 “중국은 보복해서는 안 된다. 더 나빠지기만 할 뿐”이라고 경고했지만 중국은 보복관세를 부과하는 것으로 반발했다. 트럼프는 이제까지 관세를 인상하지 않았던 3000억 달러 규모의 중국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인상 절차를 개시하라고 명령했다. 합의는커녕 판돈이 더 커져 가고 있다.
이번 협상이 타결되지 못한 이유 중 하나로 지목되는 것은 중국의 오판이다. 트럼프가 미국 경제를 부양하려고 연방준비제도(미국의 중앙은행격)에 금리를 인하하라고 압박을 가한 것이 중국 측에 신호를 줬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 전망이 좋지 않기 때문에 트럼프가 무역전쟁을 계속 추진할 수 없고 그래서 중국은 미국의 압박에 굴복하기보다 최대한 저항하는 것이 낫다는 신호였다는 것이다.
이런 설명은 언제나 피상적이고 또 이에 기반한 예측은 틀릴 수밖에 없다.
미·중 무역전쟁이 시작되면서 제기된 또 다른 주장은 ‘중국 필패론’이다. 중국의 대미 수출량이 미국의 대중 수출량보다 4000억 달러 이상 많아서, 미·중 간에 관세 전쟁을 벌이면 중국이 더 큰 손해를 보는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트럼프는 “게임 오버”를 외치며 중국산 수출품 관세 인상으로 무역전쟁의 승패가 판가름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중국으로서는 관세 인상이나 특정 품목의 수입국 변경 같은 관세 전쟁 외에도 수입 절차나 원산지 규정 또는 검역 등에서 미국산 제품에 대한 규제 등의 비관세장벽을 더 높일 수 있다. 중국에 투자한 미국 기업을 괴롭히는 것도 할 수 있다.
더 강력한 조처로는 위안화 평가절하가 있다. 예를 들어 트럼프가 관세를 25퍼센트 인상하더라도, 중국은 위안화를 15퍼센트 평가절하하고 수출 보조금을 10퍼센트 주면 관세 인상 효과가 사라진다.
그럼에도 무역전쟁 때문에 중국 경제 불황의 골이 더 깊어질 수 있다. 이를 우려해 시진핑은 경기부양책을 발표하면서 국유기업의 구실을 강조했다. 최근 중국에서는 국진민퇴(國進民退)라는 용어가 공공연히 나돌고 있는데, 국유기업이 주축이 돼 위기를 극복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무역전쟁은 중국 경제만이 아니라 전 세계 경제에 영향을 준다. 중국산 제품의 가격이 인상돼 미국 내 중국산 제품의 판매가 부진하면 중국에 기계류와 원자재 그리고 금융을 제공하는 많은 국가들이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는다.
그러므로 미·중 무역전쟁은 결국 미국 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것이다.
미국 경제는 올 1분기 3.2퍼센트 깜짝 성장을 했고, 1969년 이래 반세기 만에 최저 실업률(3.6퍼센트)을 기록했다. 하지만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미국 경제 전망치를 지난해(2.9퍼센트)보다 낮은 2.3퍼센트로 예상했다. 중국과 유로존의 경기둔화, 글로벌 무역갈등, 금융시장 불확실성 등의 요인들이 미국 경제를 지난해보다 더 하락시킬 것으로 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도 경기불황을 의식해 금리를 인상하려던 계획을 접고 동결했다.
사실 미국 경제가 더할 나위 없이 좋기 때문에 자신감 있게 중국과 무역전쟁을 벌이고, 전통적인 우방국인 일본과 캐나다에 대해 철강 관세를 인상하며, 독일과 일본에게는 자동차 관세를 인상하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가 진실이다.
미국이 설사 일시적으로 경제성장률이 낮아지더라도 중국(과 우방국들)과의 무역전쟁을 마다하지 않는 이유는 자신이 현재 누리는 세계적 패권을 중국 등 경쟁국들이 넘보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미·중 무역전쟁은 자본주의 세계 질서의 패권을 둘러싸고 미국과 중국이라는 제국주의 국가들이 벌이는 경쟁의 한 측면으로 이해해야 한다. 이는 중국이 미국보다 덜 나쁘기 때문에 중국의 승리를 바라는 일부 진보진영의 생각이 잘못인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