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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 서울 퀴어퍼레이드:
성소수자 혐오 부추기는 황교안, 여전히 “나중에”라는 문재인

364일도 숨통 트이도록 대규모 행진의 자신감은 일상의 차별에 맞선 자양분이 돼야 한다 ⓒ이미진

6월 1일 서울시청 광장에서 스무 번째 퀴어퍼레이드(성소수자 자긍심 행진)가 열린다. 올해는 성소수자 자긍심 행진의 기원이 된 미국의 급진적 성소수자 투쟁 ‘스톤월 항쟁’ 50주년 되는 해이기도 하다.

올해도 기독교 우파들은 퀴어퍼레이드를 훼방 놓기 위해 열심이다. 반동성애 단체들은 이번에도 퀴어퍼레이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아동·청소년에게 유해하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가처분 심의를 하는 판사가 점잖게 꼬집었듯이 퀴어퍼레이드가 보기 싫으면 자신들이 안 나오면 될 일이다.

퀴어퍼레이드가 아동과 청소년에게 유해하다는 건 근거가 없지만, 성소수자 혐오가 성소수자 아동·청소년을 극단적 선택까지 이르게 할 만큼 해악적이라는 건 명백하다.

서울시 기독 공무원 17명이 ‘다수 공무원이 축제에 반대한다’며 비난 성명을 냈다. 하지만 전국공무원노조 서울본부(조합원 약 1만 5000명)는 퀴어퍼레이드 장소에 지지 현수막을 부착하기로 결정했다.

기독교 우익의 진정한 속셈은 출산율 저하나 가족 위기 등 일부 사회 문제의 책임을 애먼 성소수자들에게 돌리고, 자신들의 비리 부패, 성적 추문 등을 가리려는 것이다. 이에 편승해 황교안과 자한당도 우파 결집에 퀴어퍼레이드 비난을 이용하고 있다.

5월 17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세종시에서 열린 한 간담회에서 동성애와 퀴어문화축제를 비난했다(공교롭게도 이날은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이었다).

“가족 가치”

그는 퀴어문화축제에 대해 “우리 사회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축제들이 십수 년째 계속되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가족의 아름다운 가치”를 지켜야 한다며 “개인적, 정치적으로 동성애에 반대한다”고도 했다.

전형적인 집토끼 관리 포석이다. 보수적 “가족 가치”를 앞세워 우파층의 불안감을 자극해 보려는 것이다. 특히 기독교 우익을 겨냥한 행보일 것이다. 황교안은 최근 부처님 오신 날 행사에 가서 합장을 거부할 정도로 독실한 보수 기독교 장로임을 자처한다.(비록 보름이 지난 뒤에서야 몰랐다며 사과했지만 말이다.)

물론 우파의 박원순 서울시장의 광장 사용 허가 비난에 합세하는 것이기도 하다. 여기에 힘을 실어 차기 대선 경쟁자를 견제하는 효과도 얻어 보고 싶은 듯하다.

그러나 “우리 사회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축제”라는 황교안의 말과 달리 퀴어퍼레이드 규모는 매해 커져 왔다. 2000년 대학로에서 50명으로 시작한 퀴어퍼레이드는 지난해 5만 명 이상이 참여하는 대중적 행사로 크게 성장했다. 그래서 이 행사는 일상에서 숨죽이고 살아야 하는 많은 성소수자들이 하루라도 숨통을 트고 자긍심을 느낄 수 있는 행사가 됐다.

성소수자에 대한 우호적 인식도 확산돼 왔다. 한국행정연구원이 발표한 ‘2018 사회통합실태조사’를 보면, ‘동성애자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배제 여론은 2013년 62.1퍼센트에서, 2018년 49퍼센트로 10퍼센트 이상 낮아졌다. 절반 이하로 떨어진 것은 조사가 시작된 이래 처음이다. 포용 추세는 20~30대에서 훨씬 빠르다.

성소수자 차별 유지하는 문재인

한편 우파처럼 노골적 혐오를 하지는 않는다는 점에서 성소수자들 상당수가 현 정부를 지지했을 법하다. 그러나 현 정부도 성소수자들을 위해 한 일은 없다.

문재인은 대선 때부터 ‘동성애에 반대한다’며 냉담한 태도를 유지해 왔다.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박영선은 보수 기독교 단체 행사에 가서 동성애 반대를 선언했다.

전 국방부 장관 송영무는 군대 내 동성 간 합의 성관계를 처벌하는 군형법 92조 6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고, 그런 상황에서 올해 또다시 해군 내 성소수자 색출이 벌어졌다.

문재인 정부는 차별금지법 제정 요구도 무시하고 있다.

성소수자들의 집회 시위도 온전히 보장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인천퀴어퍼레이드를 우파들이 물리력으로 행진을 막았는데, 민주당 소속 인천시 동구청장이 장소를 불허해 우익들의 기세를 올리는 데 한몫했다.

민주당 전반으로 보면, 지난 10여 년 동안 성소수자 쟁점에서 우파의 눈치를 봐 왔다.

얼마 전 경남도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도의회와 교육위에서 과반수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학생인권조례안 본회의 상정이 부결된 일은 최신 사례다.

정부와 여당의 이런 행태는 우파의 자신감과 영향력을 키워주는 것이다. 성소수자 차별 해소를 위해 정부와 민주당에 기댈 수 없다.

한편, 정의당, 민중당 등 진보정당들이 성소수자를 방어하며 퀴어퍼레이드에 참가해 온 건 좋은 일이다.

성소수자 혐오적 우파들이 대세가 아님을 보여 주기 위해, 또한 차별을 유지시키며 우파들 사기만 높여 주고 있는 문재인 정부에 항의하기 위해 퀴어퍼레이드에 성소수자들과 연대하는 사람들 수만 명이 자신감 있게 행진하자.

이런 자신감을 바탕으로 군형법 92조 6, 대학 내 성소수자 차별, 트랜스젠더 천대 등 성소수자들을 둘러싼 수많은 억압에도 맞서 싸워야 한다.

제국주의와 다국적 기업은 진정한 친구가 아니다

올해 퀴어문화축제에도 구글, 에어비앤비, 러쉬 등 다국적 기업들이 참가한다. 또한 대사관 10곳이 부스를 배정받았다. 퀴어퍼레이드 사전행사인 서울핑크닷 행사에는 주한 미국대사관, 영국대사관이 부스를 배정받았다.

기독교 우파들은 지난해에 이어 미대사관이 대사관 건물에 무지개 깃발을 내건 것에 반발하고 있다. 강성 친미 우파 입장에선 미국의 친성소수자 제스쳐가 난감하게 느껴질 것이다.

이 때문에 성소수자 운동 일부는 미대사관의 참가를 우파의 비난과 반대를 희석해 줄 방벽처럼 여기곤 한다.

하지만 미대사관의 퀴어퍼레이드 참가는 전 세계에서 자신들이 벌이는 제국주의 전쟁과 끔찍한 악행을 가리려는 ‘핑크워싱’*이다. 지금 미국은 이란에 전쟁 위협을 하고, 다시금 대북 압박을 하며 한반도를 불

안정하게 만들고 있다.

심지어 미국 대통령 트럼프는 당선 이후 끊임없이 성소수자 권리를 공격했다. 최근엔 트랜스젠더 군 복무를 제한하는 법을 통과시켰다.

다국적 기업들에게도 ‘핑크워싱’은 자신들의 착취와 부패를 가리고 손쉽게 이미지를 쇄신할 수 있는 방안으로 여겨진다. 성소수자를 겨냥한 상품들을 판매해 이윤을 벌어들일 기회로도 본다(핑크머니).

성소수자 운동이 이런 핑크워싱을 수용하면 제국주의 국가·다국적 기업과 한편으로 보이기 십상이다. 또한 성소수자 운동이 착취와 억압에 무뎌지게 만든다.

무엇보다 제국주의 국가·다국적 기업의 횡포에 고통 받는 피억압 민중과의 연대가 훼손될 수 있다. 이는 성소수자들의 권리를 쟁취하는 데에도 해악적이다.

올해 퀴어문화축제조직위(이하 조직위)가 대리모 알선 사업을 하는 기업(‘블루드’)의 후원을 받았던 것도 이런 문제를 보여 준다.

여성의 신체를 돈벌이 수단으로 삼는 기업 후원을 철회하라는 항의들이 있었고, 결국 조직위는 이 기업의 후원을 받는 것을 철회했다.

물론 대리모를 하게 된 개개인을 비난할 순 없다. 이들은 대체로 자신의 몸이라도 돈벌이 수단으로 삼지 않으면 살아가기 힘든 빈곤한 제3세계 여성인 경우가 많다. 비상업적으로 이뤄지는 대리모 행위에 대해서도 비난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대리모 알선 기업들은 여성들의 신체를 이용해 이윤을 벌어들이고, 이윤 증대를 위해 대리모에게 불리한 계약 조건 등을 강요하며 여성을 착취한다.

그런데 조직위는 이런 기업에게는 부스를 배정한 반면(항의에 직면해 철회하긴 했지만), 민주노총과 공공운수노조 등 노동조합 부스들은 전원 탈락시켰다.

조직위 측은 나름의 기준을 통해 선정했다고 해명했지만, 이는 애초에 기준 자체가 기업과 대사관 우대적이었다는 말이기도 하다. 이는 3년 전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의 핑크워싱 동조를 비판한 좌파 노동단체인 노동자연대의 부스를 엉뚱하게도 정치적 이견을 빌미로 석연찮게 취소한 일이 벌어졌을 때 이미 예고된 일이다.

성소수자 해방을 바라는 사람들은 제국주의 국가와 다국적 기업에도 반대해야 한다.

추천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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