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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당의 차별금지법 발의를 지지하며

정의당의 차별금지법안 발의 기자회견 ⓒ출처 정의당

정의당 장혜영 의원 등 10명이 6월 29일 21대 국회에 차별금지법안을 발의했다.

이번에 발의된 차별금지법은 성별, 장애, 성적 지향, 성별 정체성을 포함한 23개의 차별 금지 사유를 명시했다. 또, 고용, 재화·용역, 교육·직업훈련, 행정서비스 영역에서의 차별 행위를 금지하고 차별에 대한 구제 수단(국가인권위 진정, 소송 제기 등)을 명시했다.

차별금지법 제정은 차별받는 사람들의 오랜 요구였다. 차별을 당했을 때 최소한의 법적 구제 수단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정당한 바람 때문일 것이다.

한국 사회에서 차별에 대한 문제의식이 커지면서, 차별금지법 제정 지지 여론도 높아져 왔다. 최근 국가인권위가 진행한 국민인식조사에서 88.5퍼센트가 차별금지법 제정에 찬성했다.

그러나 차별금지법은 국회 문턱을 번번이 넘지 못했다. 2006년 노무현 정부 때 국가인권위의 입법 권고로 처음 발의되고 나서 지금까지 국회에서 수차례 발의, 철회, 폐기를 반복해 왔다. 이번에도 법안 발의 요건인 의원 10명을 모으기가 쉽지 않았다고 한다. 가히 ‘수난의 역사’라고 할 만하다.

보수 개신교계의 궤변

보수 개신교계가 차별금지법에 ‘성적 지향’이 포함됐다는 이유로 아주 극성스럽게 반대해 왔고, 주류 정당의 국회의원들이 여기에 동조해 왔다. 이번에도 보수 개신교계는 차별금지법에 격렬하게 반대하고 있다. 법안 발의 날, 국회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곧이어 차별금지법 반대 단체를 발족해서 차별금지법 제정 반대 운동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법안 발의 국회의원들에게 온갖 항의·협박 전화, 문자가 빗발친다고 한다.

차별금지법이 “동성애를 조장”하거나 “표현과 종교의 자유를 억압”한다는 반대파의 주장은 궤변일 뿐이다.

첫째, 차별금지법에 ‘성적 지향’이 포함된 것은 동성애(자)에 대한 차별을 하지 말라는 것이지, ‘동성애를 하라’는 것이 아니다. 동성애는 인간이 가진 자연스러운 성적 지향 중 하나로, 특별히 ‘조장’한다고 해서 늘거나 반대로 억압한다고 해서 없어질 수 있는 게 아니다.

둘째, 차별금지법이 표현이나 종교를 억압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개신교 우파들의 동성애 혐오 조장이야말로 동성애자들에 대한 억압적 행동이다. 개신교 우파들은 동성애 반대가 종교적 교리에 따른 것이라 주장하지만, 모든 개신교인이 교리를 그렇게 해석하는 것도 아니다.

이런 보수 개신교계의 궤변과 억지에 일부 미래통합당 세력은 적극 보조를 맞춰 왔다. 예컨대 2017년과 2019년에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국가인권위법의 차별 금지 사유에서 ‘성적 지향’을 삭제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다분히 보수 개신교계의 표와 환심을 사려는 의도였다. 문재인 정부 초기에는 인사청문회마다 여당 후보의 약점이랍시고 동성애 쟁점을 가져와 동성애 혐오 발언을 쏟아 내기도 했다.

민주당도 도긴개긴이다. 문재인 정부와 여당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명분으로 3년이 지나도록 차별금지법을 반대해 왔다. 이번 차별금지법 발의에도 민주당 180명 의원 중 겨우 2명만이 동참해(권인숙, 이동주 의원) 법안 발의 요건을 간신히 채울 수 있었다.

민주당의 배신

차별금지법 제정이 좌절된 14년간 역사를 보면 민주당은 이 법안 제정에서 아무 도움도 되지 않았다. 차별 쟁점에서도 민주당이 얼마나 꾀죄죄한지 잘 보여 준다.

차별금지법은 애초 노무현 정부가 발의했다. 그러나 재계 등의 반대에 직면하자, 노무현 정부는 차별 금지 사유에서 성적 지향, 학력, 병역 등 7개 조항을 삭제해 법안을 완전히 누더기로 만들었다(회기 만료로 폐기).

2012년 대선 후보였던 문재인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공약했다가, 논란이 되자 당시 선거대책위 종교특별위원장 김진표를 앞세워 “앞으로도 동성애, 동성혼을 허용하는 법률이 제정되지 않도록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을 약속한다”며 뒤통수를 쳤다.

2013년에 민주당 의원 김한길과 최원식은 차별금지법을 발의했다가 보수 개신교계의 반발에 앗 뜨거워라 하며 재빨리 법안을 철회해 버렸다.

2017년 대선에서 문재인은 2012년 대선 때보다 더 후퇴해 차별금지법 반대 입장을 밝혔다. ‘동성애에 반대한다’며 혐오 조장에 동조하기도 했다. 이후 민주당은 차별금지법에 대해서는 최대한 입을 다물고 있다.

심지어 한국성폭력상담소 소장 출신으로 인권 엔지오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던 최영애 국가인권위원장조차, 지난해 9월 ‘총선 전까지 차별금지법 거론 말라’고 해 내부 반발을 산 사실이 알려졌다.

따라서 정의당 의원들이 차별금지법을 발의하면서 민주당의 찬성을 얻어내려는 의도로 “노무현 정신”을 말한 것은 부적절했다. 민주당이 차별금지법 제정에서 뒤통수를 쳐 온 믿지 못할 세력이라는 진실을 가리기 때문이다.

21대 국회에서 내용의 타협 없이 온전한 형태로 법안을 제정하겠다는 의지가 실현되려면 차별금지법 제정운동은 민주당에 기대선 안 된다.

지난 경험에서 교훈을 얻어야 한다. 차별의 실질적 개선을 위해서는 민주당에게서 정치적으로 독립적인 태도를 취하며 아래로부터 투쟁을 건설하는 것이 필수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