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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판결 앞둔 쌍용차 노동자 손배 소송:
“손해배상 취하 노력” 약속 모르쇠하는 문재인
대법원은 경찰, 사측 주장 인정말라

금속노조 쌍용차지부가 12월 19일 대법원 앞에서 구조조정 과정에서 죽은 노동자를 상징하는 작업복과 100억 원 모형 지폐로 손배가압류의 무게를 보여주는 상징의식을 하고 있다 ⓒ출처 〈금속노동자〉

경찰과 쌍용차 사측이 노동자들에게 제기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이 대법원 판결만 남겨 두고 있다. 대법원이 원심을 인정하면 금속노조와 쌍용차지부 조합원들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금액의 손해배상금을 내야 한다. 대법원은 노동자들의 정당한 파업에 재갈 물리는 원심을 파기 환송해야 마땅하다.

사실 국가 손해배상 청구는 정부(경찰)가 철회하면 바로 해결될 수 있다. 지난해 9월 청와대는 “손해배상 취하 절차를 밞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했지만 여지껏 공문구로 남아 있다.

2009년 쌍용차 노동자들은 대규모 해고에 반대하며 77일간 공장점거 파업을 벌였다. 이명박 정부는 이를 ‘불법파업’이라 규정하고, 경찰력을 대거 투입했다. 대테러 장비까지 동원해 무자비한 진압을 자행했다. 경제 위기에 직면해 노동자들에게 본때를 보이려 한 것이다.

해고와 탄압으로 벼랑 끝에 내몰린 노동자들에게 경찰과 사측은 막대한 금액의 손해배상까지 청구했다. 1심과 2심 재판부 모두 노동자들더러 47억 원(국가 손배 14억 원, 회사손배 33억 원)을 손해배상금으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2013년 1심 판결 이후 손해배상금에 지연이자까지 더해져 100억 원을 넘겼다. 지금도 20퍼센트씩 지연이자가 붙고 있어 손해배상금 액수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12월 19일 대법원 앞 기자회견에 참석한 채희국 조합원은 2013년 소송 끝에 복직했지만 회사가 급여 절반을 가압류해 고통받았다고 호소했다. 경찰은 올해 초 복직한 노동자들의 첫 월급 절반을 압류했다가 비난이 거세지자법무부가 그중 일부를 선별해 해제하는 일도 벌어졌다.

대규모 정리해고와 살인적인 강제 진압, 막대한 금액의 손배가압류로 인한 막대한 정신적·육체적 고통 탓에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지난 10년간 세상을 떠난 노동자와 가족이 30명이나 된다.

적폐 청산한다더니

쌍용차 노동자들에 대한 폭력 진압과 탄압은 전임 우파 정부의 대표적 적폐로 지탄받았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경찰청은 ‘국가폭력 인권침해 진상조사위원회’(진상위)가 설치된 것은 이 때문이다. 지난해 8월 진상위는 경찰에게 쌍용차 파업 강제 진압 과정에서의 국가 폭력을 인정하며 공개 사과하고 손배가압류를 철회하라고 권고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가 들어서고서도 노동자들은 ‘명예 회복’과 피해 보상을 받기는커녕 천문학적 규모의 손배 소송으로 여전히 사선을 걸어야 하는 처지다. 경찰청장 민갑룡은 거의 1년이 지난 올해 7월에야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늑장 사과를 했을 뿐 손해배상청구 소송은 끝내 취하하지 않았다. 정부의 버티기는 사측이 손배를 유지하는 데 명분이 되고 있다.

살인적인 손배 가압류는 투쟁하는 노동자들에게 족쇄가 되고 있다. 2016년 민주노총 소속 노조와 조합원들에 청구된 손배 액수는 1600억 원에 이르렀다. 2012년 한진중공업 고(故) 최강서 동지가 사측의 악랄한 손배 탄압에 내몰리다가 결국 35세의 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고인은 “가진 자들의 횡포에 … 심장이 터지는 것 같다. … 태어나 듣지도 보지도 못한 돈 158억”이라고 유서를 남겼다.

문재인 정부가 쌍용차지부를 포함해 노동자들에 대한 손배와 가압류를 외면하면서 “노동 존중”을 말하는 것은 위선이다.

“[10년 동안의 손배배상청구 소송으로 인해] 재판 때마다 2009년 당시 국가 폭력을 떠올리게 된다. 정말로 힘들다. 손해배상 금액도 엄청나지만, 당시 무자비한 국가 폭력을 떠올리게 된다. 괴롭히고 있는 것이다.”

“2009년 경찰의 직접적인 살인 진압도 폭력이지만, 지난 10년 동안 손해배상 문제로, 법의 잣대로 시간을 끌면서 노동자들을 괴롭히는 것도 국가 폭력이다. 정부가 나서서 국가 폭력을 멈춰야 한다.”(금속노조 쌍용차지부 김득중 지부장)

최근 국가인권위원회는 당시 경찰의 강제 진압이 “부당하고 위법”했다는 것을 인정하고, “과도한 손해배상책임으로 노동3권 행사가 위축되는 일 없어야” 한다는 의견을 대법원 재판부에 제출했다. 문재인 정부는 당장 국가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철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