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0년 8월, 위대한 혁명가 레온 트로츠키는 당시 소련의 독재자 스탈린에게 암살당했다. 트로츠키는 불평등과 차별에 반대하는 투쟁과 국제 사회주의를 위한 투쟁에 자신의 전 생애를 바쳤다. 살해당하기 불과 몇 달 전인 1940년 2월 그는 이렇게 썼다. “내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면 물론 이런저런 실수는 피하려고 노력할 테지만, 인생의 큰 줄거리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공산주의가 인류의 미래라는 나의 신념은 조금도 식지 않았으며 오히려 젊었을 때보다 오늘날 더욱 확고해졌다.”

트로츠키는 인생의 대부분 동안 자신의 신념과 혁명적 활동 때문에 탄압받았다. 1897년 그는 18살의 나이로 러시아의 전제 군주(차르) 체제에 반대해 싸우다 처음으로 수감됐다. 이어 그는 시베리아로 유배됐지만 해외로 탈출했다.

지배자들은 언제나 스탈린의 공포통치가 러시아 혁명의 필연적인 결과라고 주장하며 러시아 혁명을 비난한다. 그들은 혁명이 반드시 독재를 낳는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트로츠키의 사상과 투쟁은 그러한 주장이 거짓임을 보여 준다. 스탈린 체제는 트로츠키가 쟁취하려 했던 사회와는 정반대였다. 노동계급이 자력 해방될 수 있다는 신념이 트로츠키의 사상과 투쟁의 핵심이었다.

혁명의 지도자

1905년 러시아에서 혁명의 불길이 타오르면서 트로츠키는 혁명 운동의 지도자로 떠올랐다. 겨우 스물여섯의 나이에 그는 페트로그라드 소비에트 의장으로 선출됐다. 소비에트는 혁명 과정에서 생겨난 민주적으로 선출된 노동자 평의회였다.

1905년 혁명이 패배하자 차르는 다시금 트로츠키를 수감시켰다. 수감돼 있는 동안 트로츠키는 소책자와 평론을 써서 몰래 밖으로 내보냈다. 트로츠키는 러시아 같은 경제적 후진국에서도 노동자들이 사회주의 혁명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비록 러시아의 인구가 대부분 농민이지만 330만 노동자들이 대부분 페트로그라드 소재 4만 명 규모의 푸칠로프 공장 같은 초대형 공장들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에 그는 주목했다. 트로츠키는 1905년 혁명 패배 뒤에 서게 된 법정을 연단 삼아 이러한 혁명적 신념을 밝혔다.

이번에도 트로츠키는 시베리아로 유형가야 했다. 또 이번에도 그는 얼어붙은 황무지를 가로질러 망명했고 해외에서 혁명 운동 건설에 나섰다.

트로츠키의 신념이 옳았음은 1917년 혁명으로 입증됐다. 노동자들이 차르 체제를 분쇄하고 그들 자신의 국가를 세운 것이다.

노동자들은 공장·은행·사무실·교통수단 등에 대한 통제력을 장악했다. 농민은 포악한 지주들에게서 농지를 몰수했다. 레닌과 트로츠키가 지도하는 볼셰비키 당은 노동자들이 새 사회를 건설하는 데 착수한 투쟁을 성공적으로 이끌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트로츠키는 페트로그라드 소비에트 의장으로 선출됐고 봉기를 직접 조직했다. 또, 새로운 노동자 국가를 건설하는 데서도 중요한 구실을 했다. 트로츠키는 협상을 통해 독일과의 강화조약을 체결했고, 신생 노동자 국가는 제1차세계대전의 대학살에서 빠져나올 수 있었다.

그는 각국 공산주의 조직들의 국제적 기구로서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은 제3인터내셔널(코민테른)의 지도자가 됐다. 그리고 그는 500만 명의 적군을 지도해 14개국의 군대와 반혁명 세력들에 맞서 혁명 러시아를 지켜 냈다.

무엇보다도 트로츠키는 혁명이 살아남으려면 국제적으로 확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트로츠키가 옳다는 것은 비극적인 방식으로 입증됐다. 비록 적군이 제국주의 열강의 침략과 반혁명 세력을 패퇴시키기는 했지만, 노동자 국가는 경제 파탄과 국제적 고립을 면치 못했다.

반(反)스탈린 투쟁

스탈린은 이 같은 경제 파탄과 국제적 고립이라는 상황을 배경으로 권력을 장악했다. 1920년대를 거치면서 권력은 스탈린을 중심으로 성장하던 관료층에 넘어갔다. 스탈린의 “일국사회주의” 노선은 혁명이 확산될 수 있다는 희망을 짓밟았다.

1920년대 말 스탈린은 대규모 공업화 계획을 강제로 밀어붙이기 시작했는데 서구와 경쟁하기 위해서였다. 노동자들은 무자비하게 착취당했다. 스탈린은 지배력을 굳히기 위해 1917년의 기억과 혁명을 주도한 세대를 물리적으로 제거해야 했다. 1930년대에 그는 여론 조작용 재판의 형식을 빌어 혁명 지도자들을 모두 처형했다. 1917년 레닌의 중앙위원회 소속 지도부 20여 명 가운데 오직 한 사람만이 목숨을 부지했다(당시 스웨덴 대사 알렉산드라 콜론타이).

다른 사람들은 하나같이 총살·사망·실종·자살한 것으로 기록되거나 그냥 사라졌다. 스탈린은 트로츠키를 역사에서 지워 버리려 했다. 필름까지 조작해 혁명기의 사진들에 찍힌 트로츠키의 모습을 지웠다.

트로츠키는 스탈린에 맞서 사생결단의 투쟁을 벌이며 스탈린을 “혁명의 무덤을 파는 자”라고 불렀다. 트로츠키는 1927년 당에서 축출당했고 1929년에는 소련에서 추방돼 이 나라 저 나라로 도망다녀야 했다. 스탈린은 트로츠키의 가족들도 박해했다.

그의 첫째 아내는 시베리아의 강제노동수용소에서 사망했다. 그의 네 자녀들 가운데 둘은 스탈린이 보낸 암살자에게 살해당했고 한 명은 자살했다. 남은 딸 한 명은 남편이 유배지로 끌려가자 건강이 악화돼 죽었다. 트로츠키의 가족들은 배우자와 자녀들까지도 처형당하거나 “실종”됐다.

그러나 트로츠키는 이처럼 엄청난 불행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스탈린에 맞서 싸웠다. 그는 《러시아 혁명사》, 《배반당한 혁명》 등의 탁월한 저작을 통해 스탈린주의가 진정한 볼셰비키 전통과는 공통점이 전혀 없음을 역설했다.

강제 공업화에 대해 그는 이렇게 썼다. “노동에 지급하는 보수가 불평등한 문제에서 소련은 자본주의 나라들 못지 않을 뿐 아니라 훨씬 더 불평등하다.” 트로츠키는 이러한 “[혁명의] 절멸 과정”이 소련 사회의 모든 분야에서 자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부르주아적 가족이 복원되고 미화되면서 여성차별과 성매매가 부활했다. 스탈린이 뻗은 마수는 “강제수용소, 과학적 농업, 음악 등 전 분야”에서 혁명을 목졸랐다. “마르크스·엥겔스·레닌이 꿈꾼 노동자 국가와 현재 스탈린이 수반으로 있는 국가 사이에 존재하는 차이보다 더 극명한 대조를 상상하기는 힘들다.”

여론 조작용 재판의 광기가 극에 달했을 때 트로츠키는 이렇게 썼다. “이번 숙청으로 볼셰비즘과 스탈린주의 사이에는 피를 머금은 선 정도가 아니라 피의 강물이 흐른다.”

진정한 마르크스주의 전통을 지켜 내다

트로츠키는 터키 변방의 섬에서든, 노르웨이의 소도읍에서든, 생을 마감한 멕시코에서든 항상 러시아 혁명의 진정한 유산을 이어받는 혁명적 전통을 건설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였다.

사건 현장들에서 멀리 떨어져 있었는데도 트로츠키는 자신의 가장 탁월한 분석과 가장 중요한 저작들을 1930년대에 남겼다. 경제 위기, 파시즘의 부상, 제2차세계대전까지의 과정이 대표적이다. 불행히도 트로츠키에게는 사건의 흐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세력이 존재하지 않았다.

그러나 트로츠키의 저작은 우리를 진정한 마르크스주의 전통과 연결시켜 준다는 점에서 귀중하다. 스탈린의 히트맨들이 여러 대륙을 누비면서까지 트로츠키를 추적해 결국 그를 살해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었다. 트로츠키를 살해한 라몬 메르카데르는 스탈린의 지령을 받고 행동했다. 그는 소련에 관한 자기 글을 봐 달라는 구실로 8월 20일 트로츠키의 집을 방문했다.

메르카데르는 기사를 읽는 트로츠키의 후두부를 얼음도끼로 내리쳤다. 트로츠키는 가장 최후까지도 살기 위해 투쟁했다. 한 목격자는 이렇게 말한다. “트로츠키는 끔찍한 비명을 질렀고 자신을 가격한 자에게 달려들었다. 트로츠키는 그의 손을 물어뜯었고 그에게서 무기를 떨어뜨려 놓은 후 비틀거리며 물러섰다. 소리를 듣고 달려온 아내에게 트로츠키는 “결국 일이 벌어졌어” 하고 말하고는 바닥에 쓰러졌다.

다음날 트로츠키는 숨을 거뒀다. 장례식 때 그의 관이 멕시코시티 교외의 노동자 지구를 지날 때 수많은 빈민이 대열을 이뤄 그 모습을 지켜봤다.

하지만 스탈린은 트로츠키가 표상하는 혁명적 전통까지 살해하지는 못했다. 트로츠키의 투쟁과 글들 덕분에 새 세대의 사회주의자들은 아래로부터 사회주의 전통을 되살리고 그런 전통이 구현된 1917년 혁명으로부터 영감을 얻을 수 있게 됐다.

다음 번에 일어날 혁명에서 민중은 스탈린이 아니라 트로츠키의 이름을 외칠 것이다. 트로츠키 자신이 1927년에 썼듯이, “역사의 복수는 가장 강력한 [공산당] 사무총장보다도 더 무서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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