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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시의 정치 위기와 반전 운동

부시 정부의 위기가 공화당 전체로 확대되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 11월 6일치는 “2006년 중간 선거를 1년 앞두고 공화당은 1994년 의회를 장악한 이후 11년 만에 최악의 정치 상황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부시 정부의 대법관 임명 과정은 엉망진창이었고, 해리엇 마이어스는 아예 임명에 실패했다. 공화당 내에서 부시의 정책을 관철하던 ‘규율반장’ 톰 드 레이는 부패 혐의로 재판중이다.

가장 심각한 일은 체니 부통령 수석 보좌관인 루이스 리비가 특별검사에 의해 기소된 것이다. 부시의 ‘브레인’(혹자에 따르면 비유적 의미가 아니라 실제로) 칼 로브도 같은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이라크 침략 계획을 기초한 부시 정부 내 핵심 그룹의 일원이다.

조지 부시는 이런 위기를 우선회로 극복하려 하고 있다. 그는 지금 우파 이데올로그인 사무엘 얼리토를 대법관으로 임명하려 하고 있다. 우익 단체들은 이런 방향 전환을 환영하고 있다.

이것은 사실 얼리토 임명 전부터 시작돼 왔다. 부시는 카트리나 이후 궁지에 몰렸지만 ‘작은 정부’를 바라는 공화당 우파를 의식해 복지 삭감 확대로 대응하려 했다. 이란과 시리아를 협박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다만 대법관 후보에 ‘안전빵’으로 자신의 측근인 마이어스를 지명했다가 크게 당한 것이다. 우파들은 충분히 보수적이지 않은 마이어스에 만족할 수 없었다. 카트리나 위기에 우파의 공격이 더해진 것이었다.

결국 부시는 지지 기반이 확실하게 기뻐할 만한 방향으로 우선회하기로 했다.

그러나 현 위기의 핵심이 이라크 점령의 위기와 연결돼 있기 때문에 우선회로 세력 균형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을 가능성은 희박하다. 오히려 이런 전략에는 엄청난 잠재적 위험이 있다.

이미 부시의 우선회 이후 지배자들 내 분열이 봉합되기는커녕 공화당 내 갈등과 민주당과의 갈등이 더 심화하고 있다. 부시의 무식한 공격 때문에 민주당은 체면치레를 하기 위해서라도 의회에서 부시의 정책에 맞서는 척해야 하는 처지에 있다.

더 중요한 것은 우선회가 반전·반부시 정서를 자극할 것이란 점이다. 그리고 그것은 반전 운동의 확산을 도울 것이고, 어쩌면 다른 투쟁이 성장할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할지도 모른다.

반전 운동은 앞으로도 정세 변화에서 매우 중요한 구실을 할 것이다. 민주당이 결코 운동이 하고 있는 구실을 대신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9·24 이후 미국의 반전 운동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지난 10월 25일 미군 사망자 수가 2천 명을 돌파했다. 이 날 전국 1백50여 개 도시에서 다양한 추모 행사와 반전 시위가 있었다. 11월 17∼18일에는 미군의 모병 활동에 반대하는 다양한 행동이 있을 예정이다.

반면 부시는 터진 물꼬를 막기 급급하다. 11월 2일 〈워싱턴 포스트〉의 다나 프리스트 기자가 미국이 유럽 지역에 설치한 비밀 감옥을 폭로해 이 사건이 외교 문제로 부상했다. 미주정상회담에서 부시는 원하는 것을 이루지도, 차베스와 한판 뜨지도 못하고 꼬리를 내렸다.

부시를 괴롭히는 악몽은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