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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전쟁 — 성격과 논쟁점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침공 첫 날에만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하는 등 전쟁의 참상에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는데요. 전쟁은 왜 벌어진 걸까요? 이 전쟁에 대해 좌파는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까요? 우크라이나 위기의 성격과 함께, 미국 등 서방의 러시아 규탄과 제재를 어떻게 봐야 할지, 한국 정부의 제재 동참이 낳을 효과는 무엇일지 관련 논쟁점들을 살펴봤습니다.


사회자: 안녕하세요? 노동자연대TV의 [시사/이슈 톡톡]입니다. 3일 전인 2월 24일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하면서 전쟁이 시작됐습니다. 참혹한 현실에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는데요 대체 전쟁은 왜 벌어진 걸까요? 그리고 이 전쟁에 대해 좌파는 어떠한 태도를 취해야 할까요? 오늘은 우크라이나 전쟁의 성격과 논쟁점들을 살펴보겠습니다.

〈노동자 연대〉신문의 이원웅 기자와 함께합니다.

이미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소식도 있는데요. 현재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은 어떤가요?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를 전격 침공한 뒤 여러 주요 도시가 포격을 받았고, 현재 러시아군은 수도 키예프에서 시가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러시아군은 동부의 친러 분리주의 지역뿐 아니라 북쪽에서는 벨라루스, 남쪽에서는 2014년에 러시아로 강제 병합된 크림반도를 발판으로 우크라이나의 군사 시설 등에 대대적 포격을 가한 뒤 우크라이나로 진입했습니다.

우크라이나 정부에 따르면 침공 첫 날에만 137명의 우크라이나 민간인과 군인이 사망했다고 합니다. 피난민들의 차량으로 키예프의 도로가 마비되고, 지하철역은 대피소가 됐습니다. 유엔난민기구의 추산에 따르면 첫 날까지 10만 명 이상이 집을 떠났다고 하는데요, 시가전이 벌어지기 시작했기 때문에 사상자와 난민도 훨씬 늘어날 것입니다.

정전 협상 얘기도 나오고 있지만 협상 장소조차 합의하지 못하는 등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왜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나요?

지난해 말부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 지대에 대군을 결집시키면서 이 지역 긴장이 고조돼 왔습니다. 러시아 대통령 푸틴의 핵심 요구는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받지 않겠다고 보장하라는 것입니다.

나토는 원래 미국이 냉전 시기에 소련을 견제하려고 만든 군사 동맹인데요, 소련 붕괴 후 미국은 나토를 확장하지 않겠다고 러시아에 약속했지만 이를 어기고 러시아 쪽으로 계속 확장했습니다. 소련 해체 후 약화된 러시아는 미국의 이와 같은 영향력 확장에 속수무책이었죠.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상황이 변했습니다. 미국이 중동에서 전쟁의 수렁에 빠지고 경제 위기의 진앙지가 돼 어려움에 빠진 반면, 푸틴은 러시아 지배 질서의 안정을 꾀하고 고유가 속 에너지 수출로 국력을 어느 정도 회복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과 나토의 확장을 견제하기 시작했습니다. 서방과 러시아 사이에서 줄타기 하던 우크라이나 정부가 2014년에 친서방으로 기울자 이에 대응해 크림반도를 점령한 것이 그런 사례였죠.

우크라이나는 원래 소련의 일부였다가 소련 붕괴 때 독립한 나라인데요, 우크라이나인들은 독립을 통해 삶이 더 나아지기를 기대했지만 서방에서 도입된 신자유주의로 오히려 사정이 나빠졌습니다. 부패도 심각했죠. 지배층은 대중의 불만을 돌리려 극단적 민족주의를 부추겼고, 이는 여러 민족과 문화가 교차하는 우크라이나에서 심각한 분열을 초래했습니다. 서방과 러시아는 둘 다 이런 상황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이용하려 했죠. 우크라이나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이거든요 중앙아시아로 가는 길목이고, 러시아에게 크림반도는 흑해로 진출하는 발판 구실을 합니다.

저는 앞에서 이번 전쟁의 직접적 발단이 나토 가입 문제라고 했는데요, 사실,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은 가능성이 높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나토에 소속된 유럽 국가들이 러시아와 충돌하기를 바라지 않거든요. 러시아의 천연 가스에 많이 의존하고 있기도 하구요.

그럼에도 바이든은 푸틴의 요구를 들어 줄 생각이 없었고, 오히려 인근 국가에 군대를 배치하고 러시아에 제재를 가하며 긴장을 키웠습니다. 푸틴이 침공까지는 감행하지 않으리라 보고는 푸틴을 약해 보이게 하려고 침공 가능성을 공공연히 거론해 푸틴을 자극했습니다.

그러나 결국 푸틴은 침공을 감행했는데요, 미국과 나토가 정면 충돌을 감수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푸틴이 친서방 정부를 무너뜨리려 한다는 관측도 있고, 우크라이나를 아예 점령하려 한다는 관측도 있는데요, 그 직접적 목표가 무엇이든 푸틴은 이번 침공을 통해 옛 소련의 영향력을 되찾고 세계적 수준의 지정학적 경쟁의 플레이어로 부상하려 합니다.

미국의 바이든은 러시아의 공격을 “명분 없는 부정의한 공격”이라고 즉각 규탄하고 제재안을 발표했죠. 서방의 이런 대응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러시아의 공격에 직면한 우크라이나인들을 위해 이를 지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는데요.

많은 언론들이 현 상황을 러시아 대 우크라이나의 문제로 조명하고, 러시아를 규탄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물론 러시아는 규탄받아 마땅한 짓을 했는데요 하지만 여기에만 초점을 맞추면 더 중요한 점을 놓치기 쉽습니다.

서방 국가들은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주권을 무시하고 힘의 논리로 세계 질서를 재편하려 한다고 비난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미국과 서방 자신이 세계 곳곳에서 벌여 온 일이기도 합니다. 나토는 러시아를 능가하는 세계에서 가장 크고 막강한 군사 동맹이고 동유럽에도 여러 차례 군사 개입을 했죠. 따라서 이들이 흘리는 악어의 눈물에 속아서는 안 됩니다.

우크라이나 위기의 성격을 단지 러시아 대 우크라이나 문제가 아니라 우크라이나와 동유럽을 둘러싼 강대국 간 쟁탈전으로 봐야 합니다. 지금 벌어지고 있는 일은 미국이 상대적으로 약화되면서 생긴 공백을 러시아가 메우려고 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제국주의 간 갈등인 것입니다. ‘제국주의’ 하면 보통 강대국이 약소국을 억압하는 것이라고들 생각하는데요, 하지만 고전 마르크스주의 전통에서는 제국주의를 자본주의의 경쟁적 축적 논리에서 비롯하는 강대국 간 경쟁 체제로 봅니다.

이런 제국주의적 갈등에서는 어느 한 강대국에 맞서 다른 강대국을 지지하는 것이 해결책이 될 수 없습니다.

미국과 나토는 동유럽에서 긴장을 키워 온 당사자이고 우크라이나인들의 안전은 그들의 관심사가 아닙니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나 그 이상의 대응도 사태 해결은커녕 긴장을 악화시킬 것입니다.

그런데 최근 문재인 정부는 미국이 주도하는 러시아 제재에 동참하겠다고 발표했는데요, 그러면 이것의 효과는 무엇일까요?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미국을 편들겠다는 것인데요, 위험한 일이 아닐 수가 없습니다.

한국의 제재 참여는 경제적 효과는 그리 크지 않을 수 있어요. 하지만 미국이 러시아를 상대로 벌이는 동유럽 쟁탈전에서 미국을 편든다는 정치적 의미는 결코 작지 않습니다.

미국은 중국을 최대 위협으로 여기는데요, 미국은 푸틴에게 밀리는 모습을 보여서 중국 등의 다른 경쟁 국가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주면 안 된다고 여깁니다.

미국만큼이나 다른 강대국들도 우크라이나 사태를 자신들이 관련된 갈등에 투영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도 중국이 대만을 둘러싼 미·중 갈등 문제를 여기에 투영하면서 러시아에 지지를 보냈죠. 일본이 제재에 동참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입니다.

따라서 한국 정부의 러시아 제재 동참은 동아시아에서의 갈등을 악화시키는 데 일조하고 거기에 더 깊숙이 휘말리는 일입니다. 한국 정부의 제재 동참에 반대해야 합니다.

이번 전쟁은 우크라이나와 동유럽을 둘러싼 강대국 간 쟁탈전이고, 또 동아시아에 미칠 영향도 크다고 말씀해 주셨는데요, 그러면 이 전쟁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윤석열 등 우파들은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면서 한미동맹과 국방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이는 가뜩이나 심각한 동아시아의 군비 경쟁을 가속시키고 강대국 간 갈등에 휘말리는 위험한 결과를 낳을 것입니다.

무력 충돌을 중단하고 외교적 해법으로 돌아가라고 촉구하는 목소리도 많습니다. 우리는 당장의 무력 충돌을 중단하라는 이런 요구에 마땅히 공감과 지지를 보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제국주의적 경쟁은 자본주의 체제의 경쟁 논리에 뿌리를 두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체제는 그 내재적 논리에 따라 이런 충돌을 계속 낳을 것입니다. 따라서 체제 자체에 맞서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리고 이를 위해서는 자신이 사는 나라에서 그 체제에 이해관계가 있는 자국 지배자들에 맞서 싸워야 합니다. 즉, 친서방 국가인 한국에 사는 우리는 미국 지배자들, 그리고 그들에 협력하려는 한국 지배자들에 맞서는 것이 중요합니다. 러시아 규탄에만 초점을 맞춰서는 안 되는 까닭이죠.

지금 러시아에서는 푸틴의 엄혹한 통치 하에서도 푸틴의 전쟁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바로 이들에게 배워야 합니다. 즉, 우리의 지배자들이 제국주의에 협력하는 것에 맞서야 합니다.


네 지금까지 이원웅 기자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의 [시사/이슈 톡톡] 여기까지입니다 영상이 유익하셨다면 좋아요와 구독, 알림 설정을 꼭 눌러주세요. 시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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