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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기후 위기, 체제를 바꾸자 — 보통 사람들을 위한 기후 운동 가이드》:
마르크스주의 관점으로 기후 위기를 분석하고 대안을 내놓다

기대하던 책 《기후 위기, 체제를 바꾸자 — 보통 사람들을 위한 운동 가이드》가 출간됐다. 이 책은 지난해 3월부터 8월까지 유튜브 노동자연대TV 채널에 업로드되었던 〈‘기후 위기! 체제를 바꾸자’ 시리즈 10부작〉을 책으로 엮은 것이다.

《기후 위기, 체제를 바꾸자 — 보통 사람들을 위한 기후 운동 가이드》 장호종 지음, 책갈피, 304쪽, 20,000원

나도 〈‘기후 위기! 체제를 바꾸자’ 시리즈 10부작〉 제작에 참여하고 애청하며 기후 위기가 먼 나라의 안타까운 소식 같은 게 아니라 내 살과 맞닿은 문제라는 것을 깨달았다.

2022년 유럽과 서아시아의 기록적인 폭염과 가뭄, 국토의 3분의 1이 잠겼던 파키스탄의 폭우 등 해외에서만 ‘극한 기후’가 벌어지고 있는 게 아니다. 한국에서도 지난여름에 이어 이번 여름에도 사람들이 다치고 죽었다. 기후 재난으로 피해를 입은 이들은 대부분 평범하게 살던 사람들이었다.

‘도대체 왜? 무엇 때문에?’

기후를 이 지경으로 만든 기업주와 권력자들은 여전히 잘 살고, 평범한 사람들이 불평등하게도 그 피해를 떠안아야 하는 걸까? 기후 재앙을 피하기 위한 조처를 취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없다고 하는데,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기후 위기로 걱정하지 않는 세상에서 살 방법은 없을까?

이런 고민을 조금이라도 했던 분들에게 이 책을 강추한다.

이 책은 첫째,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으로 기후 위기 해결책을 제시한다. 이것이 바로 이 책의 최대 강점이다.

기후 문제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서점에서 다양한 기후 책을 접해봤을 것이다. 지난 몇 년만 돌아봐도 국내에 ‘기후변화’, ‘기후 위기’를 다룬 책이 엄청나게 많이 나왔지만,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으로 서술된 책은 그중 손에 꼽을 정도다.

기후 운동이 떠오르고 많은 참가자들이 각국의 기업주와 권력자들에게 기후 문제를 해결하라고 외쳤다. 법으로 화석연료 기업들을 제재하자거나, 직접 행동을 통해 화석연료 사용을 멈추게끔 하거나, 채식 등 라이프스타일을 바꿔 지구를 살리자는 이들도 있었다. 그러나 이런 사람들이 열심히 주장하고 활동했음에도 불구하고 온실가스 배출은 꾸준히 증가해 왔다.

저자는 “강박적 이윤 축적 경쟁이라는 자본주의 체제의 핵심 원리 때문”에 기업주와 권력자들이 화석연료를 포기하지 않으려 하고, 경제 불황의 고통을 노동자와 서민층에 떠넘기며 불평등을 키운다고 말한다. 바로 이 이유 때문에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진정한 대안은 자본주의 체제에 도전할 힘을 결집하는 데에 있다”고 주장한다.

마르크스주의는 체제를 바꿀 잠재력이 바로 노동계급에게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저자는 기후 운동에 대거 참여하도록 애쓰는 것과, 여러 운동들을 연결시키고 기후 위기의 근원인 자본주의 체제를 겨냥하도록 이끄는 혁명적 조직의 필요성을 강조한다.

이는 오늘날 기후 운동의 구체적 현안으로 이어진다. 저자는 ‘환경이냐, 일자리냐?’ 아니면 ‘지구냐, 내 삶이냐?’ 하는 식의 잘못된 선택지를 제시해서는 기후 위기를 해결할 수 없다고 역설한다.

기후 위기를 멈추려면 구제불능의 자본주의 체제를 완전히 다른 원리로 운영되는 사회로 바꿔야 하는데, 그럴 수 있는 힘을 가진 유일한 집단인 노동자들을 기후 운동으로부터 소원해지도록 만들기 때문이다.

또 ‘전기 요금 인상 감수’ 등 라이프스타일 변화를 강조하는 대안은 진정한 기후 악당들인 정부와 기업주들이 져야 할 책임을 평범한 사람들에게 떠넘기는 것으로 이어지기 쉽다.

그러나 지난 30년간 봤듯이 자본주의 하에서는 노동자들이 일자리와 생활 수준을 포기한다고 지구를 구할 수 없다. 기업주들의 이윤만 늘어날 뿐이다.

둘째, 이 책은 복잡해 보이는 주제들을 쉽고 명쾌하게 설명하는 기후 입문서다.

기후 위기에 관심이 생겨 책을 펼쳐보면 수소 에너지, 탄소 포집 같은 신기술이라든가 그린 뉴딜, 탈성장론, 농축산업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 등 얼핏 복잡해 보이는 단어들을 접하게 된다. 기후 운동에 진지하게 접근하고 싶다가도 난해한 개념들 때문에 더 알고자 하는 욕구가 반감된다면 (기후 운동에 새로 뛰어들고 싶은 이들에게도, 더 많은 사람과 함께 기후 운동을 확장시켜 나가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매우 아쉬운 일일 것이다.

이 책은 기후 운동 내에서 다뤄지는 다양한 개념이나 주제를 쉽게 설명하기 때문에,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느끼지만 기초부터 차근차근 알아가고 싶은 이들에게 제격이다.

셋째, 그래픽 자료가 많다.

이 책에는 〈‘기후 위기! 체제를 바꾸자’ 시리즈 10부작〉 영상에 삽입된 다양한 그래프와 그림이 함께 실렸다. 기후 위기에 관한 여러 주장들과 논쟁의 과학적 근거를 확인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 것이다.

넷째, 매 장마다 있는 ‘기후 톡톡’ 코너가 더 풍부한 토론과 고민을 이어갈 수 있게 한다.

각 장의 끝 부분에 첨부된 ‘기후 톡톡’ 코너는 시리즈 영상이 공개되는 동안 시청자들이 보내 온 다양한 의견과 질문에 답하고 있다.

기업이나 국가 별로 기후 위기에 대한 책임의 정도가 다른 것은 아닌지, 다른 체제보다는 자본주의가 그래도 나으니 고쳐서 써야 하는 것은 아닌지, 재생에너지로의 전면 전환은 사실상 어려우니 핵발전이 그나마 효율적 에너지인 것은 아닌지, 사람들의 의식이 정말 변할 수 있을지 등 기후 문제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다면 들었을 법한 궁금증과 생각을 세세하게 다루고 이에 대한 저자의 답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책은 부제목 ‘보통 사람들을 위한 기후 운동 가이드’처럼 자신의 삶과 기후 모두 개선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그런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광범한 운동 건설을 위해 쓰여진 책이다.

일각에서는 그처럼 광범하게 운동을 건설하려면 너무 급진적이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저자는 ‘체제를 바꾸자’는 주장이 단순히 급진적인 구호일 뿐 아니라 정말로 기후 위기를 멈출 전략이 돼야 하고 그럴 때에 운동도 광범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기후 운동에 관심 있는 주변 사람들과 풍부하고 깊게 토론하기 좋은 자료로써, 더 광범위한 기후 운동을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 책은 좋은 가이드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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