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드와 맞설 준비를 하고 있는 대우 노동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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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차 노동자들은 올 상반기 내내 해외 매각 반대를 줄기차게 주장해 왔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는 대우차 매각 문제를 늦어도 10월 내에 처리하겠다고 잔뜩 벼르고 있다. 얼마 전 포드사는 9월 중순에 매각을 매듭짓겠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대우차 노동자들은 2월 25일부터 4월 13일까지 전면 파업과 부분 파업을 계속해 왔다. 3월말에는 민주당사 앞에서 GM의 대우차 인수 기도를 반대하며 성조기를 불태우기도 했다. 김대중은 고용불안을 걱정하는 노동자들의 목소리에는 아랑곳 않더니 급기야 남북정상회담이 발표된 직후 경찰 병력을 투입, 위원장과 간부들을 강제 연행하기도 했다. 노동자들은 경찰력 투입에 항의하는 파업으로 응수했다.
회사측은 최근 포드와의 매각 협상을 자신들의 계획 대로 진행시키기 위해 노조 무력화에 혈안이 돼 있다.
급기야 헌신적이고 전투적으로 해외 매각 반대 투쟁을 해 왔던 대의원들과 조합원 33명을 무더기로 해고시켰다. 성조기를 불태웠던 반미 시위 참여자들에게는 전원 체포영장을 발부했고 수많은 조합원들에게 정직을 내렸다.
회사로부터 해고 통지서를 받고 정직 처분을 받은 노동자들은 가장 선두에서 해외매각 반대와 고용 안정 투쟁을 주도해 왔다. 회사측은 이들을 눈엣 가시로 여기고 있다. 회사측은 얼마 전 3백 명의 ‘떡대’들을 동원해서 천막농성장을 아수라장으로 만들고 농성중이던 대의원들과 조합원들을 강제 폭행하는 만행을 저질렀다. 그러나 사과 한 마디 없고 치료비조차 책임지지 않고 있다.
회사가 이렇게 광분하고 있는 것은 해고자들이 해외 매각 반대와 고용 사수를 일관되게 주장해 왔기 때문이다. 현장 조합원들은 해고자들의 복직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 생각하고 있다. 7월 말까지 28차에 이르는 교섭을 통해 나온 안(기본급 4만 5천 원 인상, 일시금 60만 원 지급)을 52퍼센트의 노동자들이 부결시켰다. 이유는 회사가 제안한 임급 교섭안에 해고자 복직과 해외매각 문제가 단 한마디도 거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노동자들은 해외 매각이 고용 불안을 뜻할 뿐 아니라 이에 맞서기 위한 대중 투쟁이 필요함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올해 3월 26일 대우 창원 공장에 노조의 새 지부가 건설된 것도 그 때문이다. 이것은 10년만의 일이다.
“GM, GO HOME!”, “FORD, GO HOME!”
지금 포드사가 대우차 인수를 위해 나서고 있고 실제로 포드는 100명의 실제 조사단을 파견해 놓은 상태이다.
지금 가장 높은 낙찰가(GM은 4조 원, 포드 7조 7천억 원)를 내놓고 있는 포드는 대우차에 계속 군침을 흘리고 있다. 항만 가까이에 공장이 있는(군산과 창원) 기업이라는 점, 아시아에서 선진적인 조립기술을 갖고 있다는 점, 동유럽 시장에 전진 기지를 만들기 위해 폴란드의 대우차 FSO 공장을 활용할 수 있다는 점 등 여러가지 이유가 작용하고 있다. 물론 포드는 실제 인수 가격은 되도록 낮추기 위해 별의별 시도를 다 기울여 볼 것이다. 최근 포드 내의 “그런 부실 기업을 왜 그리 비싸게 사야 하는가”라는 얘기가 〈LA 타임스〉에 보도되기도 했다.
포드는 노동자들의 해외 매각 반대 분위기를 누그러 뜨리기 위해 사탕발림 말을 계속 쏟아내고 있다. 포드는 GM에 대해 노동자들이 노골적으로 거부감을 보냈던 것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 ‘GM으로 매각되면 대우차는 GM의 하청공장이 되고 말 것이고 한국 자동차 산업은 망하게 될 것이다’는 우려를 씻어내기 위해 안간힘 쓰고 있다.
그래서 최근 포드는 “대우라는 고유 브랜드를 인정해 줄 것이며 대우를 중형차 생산 기지로 중점 육성시킬 것”이라는 말을 강조하고 있다. 포드는 대우차 노동자들의 매각 반대 분위기를 의식해서 “고용 안정 보장 약속”을 내걸고 있다.
최근 삼성 무역센타에서 열린 수입자동차 모터쇼에 참여한 포드 부사장은 약삭빠르게도 “대우차 노동자들이 걱정하는 전반적 상황과 방어적 태도를 충분히 우리는 이해할 수 있다.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우리는 GM처럼 무식한 기업이 아니라는 점이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포드가 그래도 GM보다 신사적인 기업’ 아니냐는 주장이 현장 조합원들에게 매력을 주지는 못하고 있다. 당장에 GM과 포드사의 간부들이 한국을 방문했을 때 무역센타 바로 앞에서 완성차 4사 노동자들은 피켓 시위를 벌였다. 그들의 손에 쥐어진 영어 피켓에는 이런 글귀가 씌여 있었다. “GM, GO HOME!”, “FORD, GO HOME!”
더군다나 포드가 내걸고 있는 자산 인수 방식은 고용 보장을 전제로 하고 있지 않다. 자산에 노동자들이 포함되냐 안 되냐가 명시화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삼미특수강을 자산 인수 방식으로 인수한 포철은 그것을 핑계로 노동자들을 끝까지 고용승계하지 않았다.
외자 유치가 한국경제의 살 길이라는 잘못된 최면에 걸려 있는 김대중 정부는 포드와의 매각 협상을 하루라도 빨리 성사시키기 위해 무엇이라도 할 태세이다. 대우차 노조의 홈페이지(http://www.dwno.or.kr)의 ‘조합원의 목소리’에는 “정부와 포드의 계속적인 뒷거래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일”이라는 적절한 내용의 글이 실려 있다.
대우차 사장 정성호도 매각 협상에 걸림돌이 될 노조의 힘을 빼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만행을 불사하고 있다. 그들은 북한의 한 관리가 말했던 것처럼 민족을 사랑하는 “민족자본가”들이 아니다. 그들은 포드로 인수되고 노동자들의 고용을 해치는 데 오히려 모든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최근 회사측은 식당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을 용역화시키고 있다. 가장 약한 고리부터 먼저 공격해 정규직을 비정규직으로 바꾸려 하고 있다. 노동자들은 식당 용역화의 그 다음 차례가 자신들이라고 느끼고 있다.
워크아웃은 기업을 개선하지 못했다
대우 파산 이후 지금까지의 과정은 구조조정이 대우를 살리지도 못했음을 보여주는 나날들이었다.
그 동안 대우차는 워크 아웃 기업으로 선정돼 1조 원 이상의 지원금까지 받았다. 그러나 그 결과는 무엇인가? 노동자들은 “공장을 정상화시기 위한 기업 개선 작업인 워크 아웃이 실시됐는데도 왜 공장 가동률이 40퍼센트에 지나지 않는 거냐”고 묻는다. 노동자들은 더 일하려고 했지만 경영진들은 공장을 더 돌리려 하지 않았다. 대우차가 덜 팔리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경영진들은 워크 아웃을 단지 해외 매각을 위한 수순 밟기 정도로만 여겼을 뿐이다. 오히려 경영진 내의 이권 다툼에만 혈안이 돼 있다.(〈주간 동아〉 8월 10일자)
대우 자산을 해외로 빼돌리고 있다는 공공연한 소문도 있다. 런던에 있는 대우 소유의 PDF라는 펀드가 바로 해외로 빼돌려진 돈을 운용하고 있는 회사라는 보도도 있다. 이 회사에 대우차 사장 정성호가 깊이 연루했다는 소문도 있다. 부실의 최고 책임자인 김우중은 유럽에서 편안하게 독서를 즐기며 요양을 하고 있다. 체포영장을 발부받아야 할 자들은 노동자들이 아니라 바로 이 자들이다.
이쯤되면 우리는 도대체 대우를 살릴 수 있는 세력은 누구인가라는 근본적 물음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열심히 일한 죄밖에 없는 노동자들인가 아니면 낭비와 부실이 특기였던 경영진들인가, 공장을 돌리고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공기업화를 요구하는 노동자들인가 아니면 해외 매각에 혈안이 돼 있는 경영진들, 해외 채권단과 국내 채권단의 로비 경쟁 때문에 오락가락하느라고 엄청난 돈만 낭비했던 무능력한 김대중 정부의 관료들인가.
대우차 노동자들에 연대를
지금 해고자들은 하반기에 포드와 한판 붙어 보겠다는 다짐을 불태우고 있다. 귀여운 아이들과 제대로 놀지도 못해서 가슴 아픈 노조 활동가들, 신혼에 해고라는 청천벽력을 당한 젊은 대의원들, 자신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투쟁을 결의하고 있는 조합원들은 모두 하반기 노동자 투쟁의 주역이 될 듯하다.
김대중 정부와 정면 대응한 경험을 맛본 이들은 하반기에 포드와 한 판 결전을 치를 준비를 하고 있다. 노동자들이 이 사회를 변화시킬 수 있는 중심 세력이라고 여기는 진보적인 학생들이 이들의 절친한 친구가 될 준비를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정말이지 아름다운 일이 아닐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