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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레스타인 내전 위기는 점령과 억압이 낳은 또 다른 비극

최근 팔레스타인의 파타당 지도자이자 자치정부(PA) 수반인 마흐무드 압바스 지지자들과 1월 총선에서 의회 다수파가 된 하마스 지지자들 사이에 무장 충돌이 빈발하는 등 내전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이 충돌은 이스라엘과의 평화 협상에 대한 견해 차이에서 비롯했다. 압바스는 이스라엘 감옥에 갇힌 팔레스타인 재소자들이 쓴 ‘팔레스타인의 국민적 합의 문서’를 다음 달에 국민투표에 부치겠다고 일방적으로 선언했다.

그 문서는 이스라엘의 점령 종식, 그 때까지 저항의 지속, 1967년 이전의 영토 분할선을 국경선으로 하고 동예루살렘을 수도로 하는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 팔레스타인 난민들의 귀환권 등 그 동안 팔레스타인 해방 운동이 줄기차게 요구해 온 18가지 사항을 담고 있다.

따라서 팔레스타인인들의 다수가 그 문서를 지지하는 것이 놀라운 일만은 아니다.

또, 그 문서에 서명한 사람들 중에는 마르완 바르구티 같은 파타당 지도자뿐 아니라 하마스, 이슬람지하드, 팔레스타인해방민중전선(PFLP), 팔레스타인해방민주전선(DFLP), 알 아크사 순교자 여단 등 주요 정치·군사 조직의 지도자들도 포함돼 있다.

하마스 대변인도 문서의 90퍼센트에 찬성한다고 말했다. 다만, PA 출범 이후 유명무실해진 팔레스타인해방기구(PLO) ― 파타당이 지배하는 ― 를 팔레스타인의 유일하고 합법적인 대표 기구로 인정하라는 요구와 국제적 결정들의 승인에 관한 조항들에 이견이 있을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그 문서는 ‘트로이의 목마’가 될 위험이 있고, 압바스는 그 문서를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압바스는 미국이 추진한 이른바 ‘중동 평화 로드맵‘ 덕분에 PA 수반이 될 수 있었다. 미래의 어느 시점에 팔레스타인 독립 국가 건설을 약속했던 ‘중동 평화 로드맵‘은 이스라엘의 사실상 보이콧 때문에 이미 오래 전에 파탄났다.

그럼에도 압바스는 이스라엘과의 대화에 집착하며 자신이 모든 협상을 주도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재소자들의 문서’를 이용해 하마스를 PA에서 몰아내려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점을 뒤늦게 깨달은 하마스와 이슬람지하드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서명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아사 작전

한편, 이스라엘 총리 에후드 올메르트는 ‘재소자들의 문서’를 “받아들일 수 없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팔레스타인인들이 자신의 ‘철군 계획’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스라엘의 국경선을 일방적으로 획정하겠다고 협박했다.

그는 전 총리 아리엘 샤론의 전략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샤론은 지난해 9월 가자지구의 유대인 정착촌을 일방적으로 철수시키는 한편 요르단강 서안지방의 정착촌을 확대하고 분리 장벽 건설을 강행했다. 즉, 쓸모없는 작은 땅을 내주고 비옥하고 중요한 땅을 더 많이 차지하겠다는 속셈이었다.

물론 가자지구에서 철수한 뒤에도 인구 밀집 지역인 난민촌에 한 달에 2천 발의 포탄을 퍼붓는 등 그 땅의 진정한 주인이 누구인지를 일깨우는 일도 잊지 않았다.

그리고 올해 1월 총선에서 하마스가 승리하자, 올메르트는 팔레스타인을 경제적으로 봉쇄하는 “아사 작전”을 통해 팔레스타인인들을 굶주림과 절망에 빠뜨려 그들이 하마스를 포기하고 압바스를 유일한 대안으로 받아들이도록 강요하려 했다.

이스라엘은 함정을 파놓았고, 압바스는 ‘재소자들의 문서’를 미끼로 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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