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전쟁은 부시의 전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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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 포스트〉는 이렇게 지적했다. “[부시] 정부의 관점에서 보면, 새로운 충돌이 단지 위기만은 아니다. 이것은 그 지역의 중대한 위협을 심각하게 약화시킬 기회이기도 하다. 부시는 그것이 자신이 이라크에서 하고 있는 일과 똑같다고 생각한다. 또, 미국 관리들은 이스라엘의 헤즈볼라 공격을 통해 레바논의 민주주의를 완성하고,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시리아와 이란에 강력한 메시지를 보내기를 바라고 있다.”
미국의 고위 관리 출신의 한 인사는 부시의 생각을 이렇게 요약했다. “헤즈볼라를 정말로 분쇄할 수 있는 기회가 찾아왔다. 그 기회를 붙잡아야 한다. 그로 인해 다른 심각한 위기들이 발생할지라도 말이다. 그리고 그런 위기들은 별도로 관리하면 된다.”
이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 부시는 휴전을 반대해 이스라엘 군대가 헤즈볼라를 분쇄할 시간만 벌어주지 않았다. 7월 22일 〈뉴욕 타임스〉의 보도를 보면, 미국은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폭격할 수 있도록 정밀유도탄을 재빨리 지원했다.
부시에게 아첨하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토니 블레어는 “중동 전역에서 민주주의와 자유의 진전을 방해하려 하는 극단적 세력들” 운운하며 자신이 최근의 전쟁 범죄에 가담한 것을 정당화했다.
이 말에는 일말의 진실이 있다. 정말로 우리는 지중해에서 아프가니스탄에 이르기까지 서아시아 전역으로 위기가 확대되는 것을 목격하고 있다.
그 위기의 근원은 그 지역을 지배하려는 미국의 노력이다. 특히, 미국은 이란에서 이슬람 공화국 정권이 수립된 1978~79년 혁명으로 강력한 타격을 입었다. 이런 도전을 봉쇄하기 위해 미국은 1980~88년의 유혈낭자하고 파괴적인 이란-이라크 전쟁 때 사담 후세인을 지원했다.
자멸적
그 러나 미국의 정책은 계속 자멸적 결과를 초래했다. 로널드 레이건 정부는 1982년 이스라엘의 레바논 침공을 지원했다. 그 전쟁은 레바논에서 팔레스타인 저항세력을 몰아낸다는 형식적 목표는 달성했지만, 그 뒤 헤즈볼라라는 훨씬 더 무서운 적을 만들어냈을 뿐이다.
이란의 지원을 받아 창설된 헤즈볼라는 시아파 무슬림들 ― 아마 오늘날 레바논 인구의 다수일 것이다 ― 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다. 헤즈볼라는 게릴라 투쟁을 통해 레바논에서 마침내 이스라엘 군대를 쫓아냈고 이 때문에 아랍 세계 전역에서 엄청난 신망을 얻었다.
그 지역을 재편하려는 부시 정부의 노력은 오히려 이란에 유리한 결과를 불러왔다. 사담 후세인의 바트당 정권을 제거했지만, 그 때문에 이라크 인구의 다수인 시아파 무슬림 ― 후세인 치하에서 가혹한 탄압을 받았던 ― 의 정치적 힘이 강화했다.
레바논·이라크·이란의 시아파 성직자들은 친족·교육 네트워크들을 통해 긴밀하게 연결돼 있다. 미국은 자신의 이라크 점령에 맞서 싸우는 무장 저항세력들에 대해 분열지배 정책으로 대응했다. 미국은 시아파 정당들에 의지해야 했지만, 그들은 점령군과의 협력을 통해 그들 자신의 독자적인 목표들을 추진해 왔다.
따라서 미국은 하나의 적과 싸우기 위해 또 다른 적에 대한 취약성을 증대시켜 왔다. 미국의 한 예비역 장성은 탐사 전문 기자 시모어 허시에게 말하기를, 비록 지금 영국군이 이라크 남부를 점령하고 있지만 “이란인들은 물라[이슬람교의 학자·교사·율법학자] 10명과 방송 차량 한 대로 바스라를 장악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미국에 종속된 이라크 정부 총리 누리 알-말리키 ― 그의 개인적·정치적 생존은 순전히 미국의 군사력에 달려있다 ― 도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을 비난했다.
〈뉴욕 타임스〉는 이렇게 보도했다. “지난 몇 일 동안 시아파 아랍인인 말리키 씨 ― 그의 정당은 이란과 긴밀하게 연계돼 있다 ― 가 한 말은 수니파 아랍 정부들의 말보다 훨씬 더 강력했다.”
따 라서 이런 상황 논리가 뜻하는 것은, 미국이 이라크 정복에 이어서 이란의 “정권교체”를 이루지 못하면 중동을 확고하게 지배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 국방부는 이란의 핵 시설들을 군사적으로 공격할 계획을 세웠다고 지난 4월 허시가 폭로했다.
네오콘
그러나 이란을 공격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러시아와 중국은 이란의 이른바 핵무기 프로그램에 대한 징계 수단으로 경제제재를 가하는 것조차 내켜하지 않는다.
한편, 이란 대통령 마흐무드 아흐마디네자드는 이스라엘을 강력하게 비난하기 시작했다. 이것은 분명히 아랍 세계의 여론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려는 시도였고, 이는 상당한 성공을 거뒀다.
군 사적으로 이란은 손쉬운 상대가 아닐 것이다. 아흐마디네자드의 국내 인기는 이슬람 공화국 정권이 여전히 사회적 기반을 갖고 있음을 보여 준다. 그리고 미국이나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하면 그 기반이 더 확대될 것이다. 더욱이, 프리랜서 언론인 마크 개프니는 2004년 10월 이란이 러시아제 선번(Sunburn) 대함(對艦) 순항미사일로 무장했다고 폭로했다. 그러나 미국 해군은 그 미사일에 대한 방어 수단이 없다.
이런 함정들을 보면, 부시 정부가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둘러싼 국제적 위기를 계속 과장하다가 지난 몇 달 동안 더 신중한 정책으로 돌아선 이유를 알 수 있다.
미국이 이란에 직접 협상을 제안하자 부시를 지지하는 많은 네오콘들이 분노했다.
그러나 여전히 잠재적인 전략적 목표는 이란 정권으로 대표되는 미국의 중동 지배 장애물을 제거하는 것이다. 그래서 부시는 올메르트의 레바논 공격을 재빨리 지지하고 나섰다. 이것은 이란을 약화시킬 절호의 기회였다.
그러나 이 정책 또한 제대로 효과를 낼지는 분명하지 않다. 하마스와 헤즈볼라의 게릴라들은 미사일들을 확보해 군사력 균형을 바꿔놓았다. 대부분은 원시적이고 부정확하지만 일부는 장거리 정밀 타격 미사일들이다.
〈워싱턴 포스트〉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지난해 9월 가자지구에서 철수한 이래로 [하마스의] 로켓포 공격을 저지하기 위해 가자지구에 1만 1천 발 이상의 포탄을 퍼부었고 공군력을 이용해 수십 건의 암살 작전을 펼쳤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레바논 공격이 시작된 이후 헤즈볼라가 분명히 보여 주었듯이, 포격과 공습만으로는 미사일 공격을 저지할 수 없다. 헤즈볼라의 미사일 발사 기지를 제거하는 데는 지상군 투입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그 러나 지상군을 투입하면 이스라엘군 사상자도 늘어날 것이다. 이미 이스라엘군 사상자가 꽤 나왔다. 그리고 헤즈볼라 전사들을 살해하는 것만으로는 헤즈볼라를 파괴할 수 없다. 이스라엘의 공습과 포격이 진행될 때마다 헤즈볼라 전사들이 늘어날 것이다.
이스라엘은 1982년 레바논 침공 이후 빠져든 것과 같은, 또는 지금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에서 빠져 있는 것과 같은 끈질긴 소모전에 쉽게 빠져들 수 있다. 이스라엘의 베테랑 종군기자는 〈워싱턴 포스트〉에서 이렇게 말했다.
“로켓들을 제거하려면 영토를 점령해야 한다. 레바논 남부를 점령하면 단거리 로켓들을 제거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사람들이 물을 것이다. 헤즈볼라는 분명히 장거리 미사일들을 입수할 텐데, 그러면 레바논 북부도 점령할 것인가?”
이 딜레마는 지금 이스라엘이 유럽 “평화유지”군 ― 헤즈볼라를 무장해제시키는 어려운 과제를 떠맡을 ― 방안을 지지하는 이유를 설명해 줄 수 있다.
이라크에서 그랬듯이, 레바논에서도 실패한다면 미국과 이스라엘은 이란뿐 아니라 시리아의 아사드 정권 ― 헤즈볼라를 지원하는 ― 도 겨냥해 전쟁을 확대하려 할 수 있다.
이것이 전반적인 세계적 충돌로 이어질 것 같지는 않다. 냉전기에 그랬듯이 말이다. 러시아와 중국은 자신들이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미국이 스스로 약해지도록 내버려두려 할 것이다.
그러나 미국과 이스라엘은 끔찍하게 파괴적이고 위험한 상황을 만들어냈다. 그 때문에 테러는 오히려 더 늘어날 것이다. 이것을 끝낼 수 있는 길은 문제의 진정한 원인, 즉 미국 제국주의와 그 세계 제패 전략을 좌절시키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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