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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견 근로제는 폐지돼야

지난 1998년 7월 11일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파견 근로 법)이 시행된 이래 2년의 시간이 지났다. 그 기간 동안 김대중 정부는 노동시장 유연화를 핵심으로 하는 신자유주의적 구조조정을 계속해서 펼쳐왔다. 그리고 경제 위기의 책임은 무능한 사장들과 국가 관료가 아닌 노동자들에게 떠넘겨져 많은 노동자들이 직장에서 잘려 나갔으며, 그나마 남아있던 사람들도 비정규직으로 대체되어 이미 비정규직의 숫자는 전체 임금 노동자의 반을 넘은 상태이다. 그리고 파견 근로제의 기간이 만료된 지금, 또 다시 많은 노동자들이 대량해고 사태를 맞을 위험에 직면에 있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경총이나 대한 상공회의소 등은 ‘파견기간을 연장하지 않으면 대량해고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며 공공연히 실력행사를 하겠다고 소리를 높이고 있다. 또, 파견기간의 1년 추가연장, 해고 후 사용 금지 기간을 2년에서 6개월로 단축 등을 주장하며 법 개악을 요구하고 있다.

파견 근로제

여기서는 이러한 상황을 낳는 파견근로법이 무엇인지를 살펴 보려고 한다. 더불어 이 법의 도입 역사와 현 실태 그리고 문제점과 대응방향에 대해서 짚어본다.

파견근로법이란 파견 노동자들을 사용할 수 있게 합법적으로 인정해준 법이다. 파견 노동자들은 사업장의 경영주와 직접적으로 근로계약을 체결하지 않고, 원청회사 소유의 작업장에서 원청회사와 하청회사의 이중적인 노무 관리와 작업 지휘를 받으며 노동한다.

여기에는 노동자를 계속 고용하고 있다가 일이 있으면 파견하는 상용형 파견근로와 일이 있을 때야 비로소 노동자들과 고용관계를 맺는 등록형·모집형 파견 근로의 두 가지 형태가 있으며 후자가 현재 압도적으로 높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남한에서 이 법은 이름 그대로 파견 노동자들을 보호한다는 구실 아래 1998년 7월 1일부터 시행이 됐다. 그 대상은 전문지식, 기술, 경험 등을 필요로 하는 업무 중 대통령이 정하는 업무(26개)나 일시적으로 인력을 확보해야 될 필요성이 있는 업무에 한정되었다. 그리고 그 기간은 최대 2년이며, 사용 사업주가 2년을 초과하여 계속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2년의 기간이 만료된 날의 다음 날부터 파견 근로자를 고용한 것으로 본다.〈파견 근로 법 제 6조 3항)〉

근로자 파견법의 도입 역사

1990년대 이후 외국인 근로자들이 본격적으로 들어오면서 당시까지 불법이었던 파견 근로라는 새로운 방식의 고용이 생겼다. 당시만 해도 노동부는 “중간착취 소지 발생·근로조건의 차등화 심화·근로자의 고용 안정 저하·합리적 노사관계 질서 저해·노동법 상 사용자 책임 회피 수단으로 악용된다.”고 말하면서 파견근로를 중지하고 계속 이를 유지하는 업체는 사법처리를 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입장은 1993년 7월 갑자기 뒤바뀐다. 이들은 불법 사업을 양성화한다는 미명아래 합법적으로 파견근로를 허용하려고 한 것이다. 그리고 그 해 10월 일본법을 거의 그대로 배겼다는 ‘근로자 파견 사업의 적정한 운영 및 파견근로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을 국회에 제출한다. 그러나 이 법률은 노동운동 진영의 저항 때문에 심의도 해보지 못하고 보류되게 된다.

그러나 정부는 이 법의 통과를 호시탐탐 노리다가 95년 통상산업부가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법률을 제정하면서 거기에 파견근로 법을 끼어 넣었다. 그러나 이 법 역시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노동, 사회 단체들이 연대해서 훌륭하게 저항했다. 그 결과 집권당이었던 민자당은 또 다시 파견 법 유보를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 뒤 김영삼 정부는 또 다시 노동법 날치기 통과라는 악수를 두면서까지 파견근로법을 포함한 노동시장 유연화 정책을 계속해서 추진하려고 한다. 하지만 이 날치기 통과는 1997년 대중파업이라는 노동자 계급의 저항을 불러 일으켰다. 결국 김영삼 정부도 이것을 유보할 수밖에 없었다.

1997년 하반기 IMF 위기를 맞이하면서 파견근로법은 다시 수면위로 떠올랐다. 당시 김대중은 한쪽에서는 민주노총 상층부를 회유했고 한편으론 ‘노동자만 살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식의 포퓰리즘적인 선동으로 여론을 몰며 지도부를 압박했다. 그러나 민주노총 지도부의 파견근로 묵인은 민주노총 임시대의원 대회에서 노동자들에 의해 부결됐다.

근로자 파견법의 실태와 문제점

민주노총은 현행 파견근로법이 3가지 문제를 낳고 있다고 주장한다. 첫째, 정규직 대체. 둘째, 중간착취와 저임금 장시간 노동. 셋째, 광범위한 불법파견이 그것이다.

첫 번째 정규직 대체. 민주노총이 비정규직 실태를 조사한 자료를 보면 ‘정규직원의 업무와 같거나 비슷하다’는 응답이 57.7%, ‘정규직원을 보조하는 일을 하고 있다’ 라는 응답이 20.1%로 파견근로의 78%가 사실상 정규직이 하는 일을 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주장은 경총이 주최한 ‘파견근로 활성화 및 노동시장유연성 제고를 위한 토론회’라는 속보이는 이름의 토론회에서도 여실히 드러났다. 기본발제를 맡았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인 남성일은 “파견근로를 사용하는 이유로 ‘일정업무에 대해 계속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라는 응답이 52.3%로 과반수를 넘었다”며 “장기파견의 수요가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사실상 정규직에 파견 근로자들이 이용되고 있다는 것을 그들 스스로가 증명해주었다.

이것은 현행 파견 근로 법이 ‘인력의 일시적인 필요’를 위해 만들어졌다는 기본 취지와는 전혀 무관하며, 오히려 정규직을 값싸고 자르기 쉬운 비정규직으로 대처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두 번째로 중간착취와 저임금 노동의 문제이다. 파견 노동자의 월평균 총임금은 전체 임금노동자의 불과 60% 수준으로 월 83만 원 정도이다. 이것은 IMF 이후 비정규직의 확산이 노동자의 빈곤화를 초래한다는 민주노총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것이다. 사실상 이들이 하는 일이 정규직과 똑같다는 것을 보았을 때 파견근로법은 노동자들을 더 많이 착취하기 위한 하나의 수단에 불과하다. 민주노총은 파견업체가 계약금에서 관리비·각종 세금과 사회보험료·수수료·작업복과 작업도구 등의 명분으로 무려 40∼50%를 중간 착취하고 있다고 말한다.

세 번째가 광범위한 불법파견의 문제이다. 노동부는 현재 파견근로를 5만 명 안팎으로 본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내하청 업체가 불법으로 파견근로를 도입하고 있는 현 실태를 볼때 민주노총이 추산하는 약 80만 명이라는 숫자가 더 신빙성이 있다. 심지어 현재 병원 같은 곳에서는 간호사들조차도 파견 노동자로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민주노총이 울산 지역 주요 공장의 사내하청 인원을 조사한 결과 많게는 80%가 명백한 불법인 사내하청(위장도급)인 것으로 나타났다. 현대중공업 같은 곳에서도 전체 2만 명의 인원 중 7,500명이 사내하청인 것으로 조사되었다.

경총과 정부의 헛소리

대한상공회의소나 경총은 이러한 절박한 노동자들의 생존권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오히려 그들은 남한의 노동시장은 너무 경직되어 있다면서 (남한의 취업자 대비 임시직의 비중은 룩셈부르크의 무려 15배이며, 그들이 그토록 추구해야 한다는 선진국인 유럽연합에 비해서도 3배가 넘는다.) 노동자들을 더욱 더 쉽게 짜를수 있도록 노동시장을 더욱 더 유연화시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또 위의 단체에서는 파견근로자들의 거의 다수가 다시 재취업을 원하고 있다면서 자기들이 노동자들을 걱정하기라도 하는 양 대량해고를 막기 위해서라도 파견근로 기간을 더 연장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고를 당한 뒤 길거리로 내몰릴 것이냐 아니면 파견근로라도 계속 할 것이냐’ 라고 물었을 때 그 어떤 노동자들이 선택의 여지가 있겠는가? 이것은 파견근로자의 64%가 ‘정규직이 없어서 이 직업을 택했으’며 87%가 ‘현재 취업형태 변경을 희망하고 있으며’ 그 중 86.8%가 ‘정규직을 원한다’는 통계에서 명백히 드러난다. ‘파견직으로 다시 고용되길 희망’하는 사람들은 0%로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리고 그들은 또한 선진국처럼 파견 근로법을 적용할수 있는 직업에 제한을 두지 말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들 말로 바꾸면 불필요한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독일이나 프랑스에서 파견 기간을 단 6개월로 제한하고 이를 어길시 강력하게 처벌하고 있다는 사실은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한편, 정부는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해서 벌어지고 있는 비정규직 투쟁에 한발 물러선 듯 하다. 정부는 경총 등이 요구하는 파견 근로 법 개악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발표했다. 또한, 고용이 보장되도록 적극적으로 지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노동부의 이러한 방침은 파견 노동자의 고용불안을 해결하는데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 노동부 지침은 아무런 구속력이 없어 파견·사용업체가 이를 따르지 않아도 그만인데다 노동부 권고를 수용하는 일부 사용자들도 기한 만료 노동자를 정규직보다는 임시·계약직으로 고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파견 근로제 자체를 가장 먼저 도입한 곳이 정부라는 것이다. 지금 현재 그들이 노동자 투쟁의 압력에 밀려 생색내기라도 하고 있지만, 만일 많은 활동가들과 노동자들이 김대중에 맞서기를 기권한다면 정부는 언제든지 그들의 입장을 바꾸어 사장들을 옹호할 것이다.

현행 파견근로법 6조 3항은 ‘사용사업주가 2년을 초과하여 계속적으로 파견근로자를 사용하는 경우에는 2년의 기간이 만료된 날의 다음날부터 파견근로자를 고용한 것으로 본다.’라고 돼 있다. 그러나 자본가들은 이들을 정규직으로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또 다시 파견근로로 대처하기 위해 올 4월부터 해고 작업에 들어갔다. 그리고 이에 항의하는 투쟁들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투쟁들과 대응방향

현재 KBS의 파견노동자들이 ‘방송사 비정규 운전직 노동조합’을 만들어 싸우고 있다. 이들은 하루 24시간 교대근무로 일하면서도 원래 받기로 했던 임금의 70% 수준밖에 받지 못하고 있다.

대상식품 사내하청 노조는 월 70∼80시간의 초장시간 노동을 해왔다. 그러나 그들은 하루 2만5천 원의 임금에서 시작해 일을 하면 할수록 임금이 깍여 나중에는 1만4천 원까지 떨어지는 말도 안되는 시스템에서 일을 해왔다. 여성 노동자 같은 경우에는 퇴직금을 주지 않기 위하여 11개월 일을 하면 1개월을 쉬게 하는 방법을 사용했다. 사내하청 노조는 이러한 불합리한 것들을 바로 잡기 위해 노조를 만들었으나 그 이유로 전원 계약 해지 당하고 말았다.

그 외에도 이랜드 부곡물류 센터 비정규직 노동자들도 현재 계속되는 투쟁을 진행하고 있다. 민주노총 중앙에서도 비정규직에 대한 대책위를 구성해서 이들의 투쟁을 엄호하고 있다.

우리는 앞에서 파견근로법이 그 기본 취지하고는 전혀 무관하게 노동자들을 더욱 값싸게 쓰고 쉽게 자를수 있는 수단, 더 많이 착취하기 위한 수단 외에는 아무것도 아니다라는 것을 보았다. 그럼으로 이러한 노동자들의 생존권과 노동3권 등을 위협하는 파견근로법을 철폐해야 하며 이들을 정규직화해야 한다는 민주노총의 주장에 적극적인 지지를 보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