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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불편한 진실 - 전 세계를 향한 기후 변화의 경고

지난 주에 영국에서 개봉한 새 다큐멘터리 영화 〈불편한 진실〉은 전 미국 부통령 앨 고어가 지구온난화에 대해 멀티미디어 식으로 강의한 것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개봉 전날 미항공우주국(NASA)은 남극의 얼음이 예상치보다 14배나 빠르게 녹고 있다고 발표했다. 기후 변화가 실제로 진행되고 있다는 새로운 증거가 날마다 발표되고 있다.

전 세계 모든 정부들의 과감한 조처가 필요하다. 특히 환경 재난을 피할 수 있는 실낱 같은 희망이라도 가지려면 세계 최대의 경제 규모를 가진 나라들의 온실가스 배출을 80퍼센트까지 줄여야 한다.

앨 고어는 지난 몇 년 동안 세계 곳곳을 돌며 기후 변화에 대해 연설하고 강의했다. 기후 변화의 위험에 대한 대중의 경각심을 높이겠다는 앨 고어의 개인적 헌신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는 1970년대와 1980년대 내내 이 쟁점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기 위해 대중 캠페인과 상원 위원회 활동을 했다.

사실, 이 다큐멘터리를 보면 앨 고어가 현재 전 세계에서 환경을 걱정하는 거의 유일한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불편한 진실〉은 이미 진행된 기후 변화가 얼마나 심각한지뿐 아니라 앞으로 얼마나 나쁜 일들이 일어날지 그리고 얼마나 빨리 일어날지도 명확히 보여 준다.

이 영화는 기후 변화가 진행되고 있다는 과학적 증거를 가장 단순한 기술들(그래프, 통계, 증거 사진 등)을 사용해 확실하게 보여 준다.

앨 고어는 명쾌한 연설가다. 그의 발표는 간단하지만, 다소 복잡한 과학 이론들도 매우 명료하게 청중에게 전달한다.

나는 기후 변화에 대해 이보다 나은 발표를 본 적이 없다. 확실히 몇몇 사진들과 영상들은 엄청나게 충격적이었다. 밋밋한 그림들과 복잡한 그래프들조차 혼란스럽기는커녕 명료하게 만드는 것은 고어의 발표 기술이 가진 힘이다.

영화의 한 장면에서 고어는 세계 기온 변화를 빙하기까지 거슬러 올라가 보여 주기 위해 매우 긴 그래프를 보여 준다. 이 그래프에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와 기온은 동반 상승·하락한다.

그래프의 한쪽 끝에 서서 현재의 기온을 설명하던 고어가 수압으로 움직이는 무대에 오르면 무대는 고어를 싣고 청중들의 머리 위 높은 곳으로 이동한다.

그러면 영상이 확대되면서 현재 얼마나 많은 양의 온실가스가 대기 속으로 뿜어져 나왔는지를 보여 준다.

고어는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면서 만약 전 세계가 당장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지 않으면 세계의 기온이 얼마나 높이 올라갈지를 보여 준다.

후퇴

녹아내리는 빙하와 홍수, 허리케인 같은 사진들이 지나가면서 그런 기온 상승이 낳을 결과들을 보여 준다. 전 세계 곳곳의 산과 빙하의 과거와 현재 사진들을 비교해 빙하가 얼마나 후퇴했는지, 그리고 얼마나 많은 눈이 녹아 사라지고 있는지 보여 준다.

지난 몇 년 동안 킬리만자로를 찍은 사진들을 보면 정상에 눈이 쌓인 유명한 산들의 만년설이 곧 사라질 것이라는 고어의 예측을 쉽게 받아들일 수 있다. 또, 비교적 작은 기온 변화만으로도 이미 생태계가 일부 파괴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져 있는 중요한 사실은 모기 같은 곤충이 살 수 없었던 지역의 도시들에서 이제 지구온난화 때문에, 모기를 매개체로 한 전염병이 번지고 있다는 것이다. 기온 상승 때문에 말라리아가 없던 지역에 살던 수많은 사람들이 그 병에 걸릴 위험이 커질 것이다.

고어는 고삐 풀린 지구온난화가 인류에게 가져다 줄 결과들을 예측하는 데 추호의 망설임도 없다.

지난해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뉴올리언스에 끼친 영향을 보여 주는 그림은 혹독한 날씨에 직면한 사람들이 얼마나 고통을 겪는지 알 수 있게 해 준다.

고어는 그린란드와 남극의 만년설이 계속 녹으면 해수면이 얼마나 높아지는지도 보여 준다. 인도와 중국, 북서유럽과 미국의 저지대를 휩쓸 홍수를 묘사한 컴퓨터 영상도 볼 수 있다.

고어는 이 지역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살고 있는지 지적한다. 미국 정부가 겨우 12만 명의 뉴올리언스 난민조차 엉망으로 대한 것을 돌이켜보며 고어는 차오르는 물을 피해 도망친 수많은 사람들을 전 세계가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 질문을 던진다.

그러나 지구를 구하기 위해 싸우는 많은 이들에게는 다큐멘터리를 보며 토론해 봐야 할 훨씬 더 중요한 문제가 있다.

먼저 앨 고어는 뼛속까지 기성 정치인이다. 영화의 첫 장면에서 그는 환호하는 청중에게 "제 이름은 앨 고어입니다. 최근까지 저는 전직 '차기 미국 대통령'이었습니다"하고 재치있게 말한다. 그는 1993년부터 2000년까지 빌 클린턴 정부에서 부통령을 지냈다.

빗나간

이런 모순적 처지 때문에, 앨 고어가 비록 다른 주류 정치인들보다 훨씬 앞서 기후 변화에 대한 우려를 열정적이고 진심으로 표명하지만 그의 강의가 원인과 대안을 찾는 데는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대기로 방출되는 온실가스는 대부분 중공업과 에너지산업에서 ― 특히 전기 생산을 위해 화석 연료를 태우는 과정에서 ― 생겨난다.

두번째 핵심 요인은 운송이다. 이 두 산업의 심장부에는 석유 산업과 그 관련 산업 자동차, 고무, 도로 건설 등 에 기반한 거대 다국적기업들이 있다.

고어는 〈불편한 진실〉의 끝 부분에 이 조직들이 얼마나 강력한지 보여 주는데, 이는 대단히 흥미롭다.

미국 자동차 산업은 세계에서 가장 연비가 나쁘고 가장 비효율적인 자동차들을 생산한다.

고어는 일본 같은 나라에서 어떻게 훨씬 효율적인 자동차를 생산하고 유럽연합이 어떻게 더 낫고 효율적인 자동차를 생산하도록 강제하는 법률을 제정할 수 있었는지 소개한다.

마지막으로, 그는 캘리포니아 주가 자동차 효율을 개선하기 위해 최소한의 규제를 담은 법을 도입하려고 얼마나 애썼는지 보여준다. 자동차 기업들이 제기한 소송 때문에 이 계획은 좌절됐다.

이것이 고어의 문제다. 그는 정치적 해법이 필요하다고 강론하지만, 강력한 기업들에 맞설 수 있는 수단이 없다.

과거에 우리가 어떻게 세계를 바꿔 놓았는지 설명하는 대목에 이르면 이 모순은 더 커진다.

대중 시위 사진이 화면을 가로지른다. 수많은 시위대 앞에서 연설하는 마틴 루서 킹, 참정권 시위, 영국의 지배에 도전한 인도의 지도자 간디 등의 모습은 인류가 어떻게 불가능해 보이던 것들을 실현시켰는지 보여준다.

체제에 도전하기

그러나 고어는 이 사람들이 투쟁에서 승리하기 위해 법을 어기고 체제에 도전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래서 그의 탁월한 연설에도 불구하고,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한 행동을 준비하자는 그의 호소는 충분한 설득력을 가지지 못한다.

고어는 지구온난화를 알리는 과학적 보고를 무시하려는 부시 정부 내의 일부 석유화학 기업 출신 인사들에 대해 말하며 미국의 사회주의 작가 업튼 싱클레어의 말을 인용한다.

"무언가를 모르고 있는 덕분에 급여를 받고 있는 사람에게 그것을 이해시키기란 어려운 일이다."

여기에 냉혹한 아이러니가 있다. 전체 다국적기업들의 이윤은 그들이 기후 변화 문제를 무시하는 것에 달려 있다.

어떤 관객들은 이 다큐멘터리를 보고 만약 앨 고어가 2000년 대선에서 대통령 자리를 "도둑질"한 부시를 누르고 승리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기후 변화 문제에 무척이나 열의가 있는 사람들이 보기엔 유권자들이 이 문제뿐 아니라 선거 때 등장한 다른 쟁점들에 대해서도 고어와 부시 사이에 차이를 보지 않았다.

나는 우리가 기후 변화를 막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선 수많은 평범한 사람들이 정부에 압력을 가해 이 강력한 기업들에 맞서도록 강제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사람들은 우리 사회의 우선순위에 대해서도 도전할 것이다.

먼저 우리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행동의 필요성을 납득시켜야 한다.

〈불편한 진실〉은 그 결말이 제한적이긴 하지만 그런 행동을 촉구하기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다.

나는 극장을 나서며, 이 다큐멘터리와 지구를 구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사람들과 토론할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는 아쉬움을 느꼈다.

노조나 대학, 리스펙트 그룹의 동료들과 이 영화를 관람하길 권유한다. 그 뒤에 카페에서 사람들과 토론하고 논쟁하자.

세계를 구하기 위해서는 집단적 해결책이 필요하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아주 자세한 부분까지 토론할 필요가 있다. 운좋게도 이 다큐멘터리는 그렇게 할 수 있는 최상의 기회를 제공한다.

번역 장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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