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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정청래 민주당 새 대표의 전광석화 개혁 공언

지난 주말 정청래 의원이 민주당의 새 대표로 당선했다. 4일 열린 첫 공개 최고위원회에서 그는 “검찰개혁, 언론개혁, 사법개혁을 폭풍처럼 몰아쳐서 전광석화처럼 끝내겠다”고 밝혔다. 4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 방송법 개정안을 (최우선으로) 상정했다.

그러나 정청래 대표가 말하는 개혁은 노동계급과 차별받는 다른 사람들의 처지에서 보면 진정한 개혁이 아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노동자 등 천대받는 대중(피억압자들)에게 개혁이란 착취와 차별, 억압을 상당한 정도로 완화하는 것을 뜻한다.

그러나 자본주의 정치인들은 종종 이와 아무 관계 없거나 (관계가 일부 있더라도) 잠정적이거나 그 수준이 미미해 실질적 변화를 가져오지 않는 변화들에도 개혁이라는 말을 붙인다. 지배계급 내 권력 투쟁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규칙을 만드는 일에 그럴듯한 명분을 싣기 위해서다.

검찰·사법 ‘개혁’이 대표적이다. 검찰·경찰·법원·교도소 같은 노골적인 억압적 기관들은 국가가 독점한 형벌권을 집행하는 기관들로, 체제의 질서를 정당화하고 따르게 하기 위해 존재한다. 그 질서의 중심에는 기업인들의 경제 권력을 비롯한 지배계급의 권력이 있다.

피억압자들이 이런 권력에 저항할 수 있도록 민주적 권리를 증대시키는 것이라면 개혁이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민주당의 개혁안에는 그런 내용이 담겨 있지 않다. 피억압자들에게는 억압적 국가기관들에 대한 민주적 통제(소환권 포함)는커녕 이들을 선출할 권리도 없다.

문재인 정부 시절의 공수처 신설이나 지금 논의되는 수사청/기소청 분리 같은 조처들은 이런 기관들 사이의 약간의 상호 견제를 가능하게 할지는 몰라도, 억압 기능을 제거하는 것이 아니고 견제조차 늘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서로 분리된 기관들을 총괄하고 지휘하는 일은 변함없이 국가의 최상층부에서 결정된다. 자본주의 국가는 세계 수준에서의 경제적·지정학적 경쟁에 효과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고도로 중앙집권적이다. 대통령 시절 윤석열이 공수처를 어떻게 대하고 다뤘는지 보라. 또, 지금 윤석열이 특검의 체포 시도에 자해공갈 식으로 저항하고 있는데도 특검과 교도소 측 모두 강제력을 사용하지 못하고 쩔쩔매는 것을 보라.

검찰과 관련해 피억압자들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문제는 국가의 확고부동한 계급 편향성이다. ‘유전무죄 무전유죄’야말로 변함없이 현실에서 가장 강력하게 작용하는 원칙이다. 검찰은 개혁, 즉 피억압자들의 조건을 개선하는 기구로 개조되거나 활용될 수 없다.

정청래 대표가 전광석화처럼 밀어붙이겠다는 개혁은 노동계급 입장에서 보면 진정한 개혁이 아니다 ⓒ출처 더불어민주당

언론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이나 여당이 방송사 사장을 임명할 수 없게 한다고 해서 매스미디어의 기능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윤석열 정부하에서 KBS가 낯 뜨거운 정권 찬양 방송을 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 충성은 단지 위로부터의 압력 때문에 마지못해 한 것이 아니다. “자발적 복종”이라는 성격도 매우 강한 것이다.

방송사 같은 거대 언론은 그 자체가 이미 대자본으로서 자본주의(KBS의 경우 자본주의 국가)의 핵심 이해관계를 공유하기도 한다. MBC가 미국의 제국주의나 한미 동맹 자체에 대해 (그 구체적 운영의 일부 측면에서 투덜거리거나 불평하기는 해도) 정면으로 문제 제기하는 것을 본 적이 있나?

게다가 매스미디어가 대중 의식에 끼치는 영향에 관한 과장된 주장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정부 내내 문제가 된 것은 레거시 미디어보다는 유튜브 같은 사실상 아무 통제를 받지 않는 미디어들이었다. 윤석열 자신이 극우 유튜브 애청자이기도 했다

사법 개혁은 더 난망한 일이다. 개혁안에 그런 내용이 있지도 않지만, 설사 법원 고위직들 중 일부(예컨대 대법원장)를 선출한다고 해도 법원이 민주적 통제를 받게 되는 것은 아니다. 지귀연이 윤석열을 석방했을 때, 대법관인 법원행정처장이 상급심의 판단을 받아야 한다고 했지만 사실상 아무런 조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을 보라. 판사는 ‘헌법에 따라’ 다른 권력기구들뿐 아니라 민주적 통제로부터도 ‘독립성’을 보장받는다.

물론 정청래 대표가 아무 내용 없는 흰소리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가 전광석화처럼 추진하겠다는 ‘개혁’은 사실상 그 기구들에 포진해 있는 극우와 쿠데타 잔당 세력을 제거하겠다는 뜻일 테고 그것은 마땅히 이뤄져야 하는 일이다.

그러나 과연 민주당과 정부가 정말로 그런 악당들을 모두 뿌리 뽑을 수 있을까? 이재명 정부 자신이 우파와 타협하느라 윤석열 정부에서 중책을 맡았던 인사 일부를 중용하고 있다. 친미주의자들을 외교라인에 앉히는 등 미국 제국주의에 순응하는 것도 국내 극우의 사기를 높이고 재기의 기회를 주는 일이다.

정청래 대표가 당선돼 ‘개혁’을 소리 높여 외친 바로 그날, 부자 증세안(주식 양도소득세 대주주 기준 강화) 문제를 놓고 당내 입단속에 나섰다. 국힘의 방해(필리버스터)를 이유로 노동계의 오랜 바람인 노란봉투법(이미 축소된 버전인) 본회의 상정을 다음 회기로 미뤘다. 최저임금은 사상 최저 인상률로 확정 발표됐다.

한편, 7월 한 달 동안에만 보안법을 이용한 체포와 압수수색 등이 여러 건 벌어졌다. 탄압의 표적이 된 〈자주시보〉 기자들과 ‘반일행동’ 회원들은 대통령실 앞에서 농성을 벌이고 있다.

정부와 민주당이 진정한 개혁을 차일피일 미루거나 축소시킨다면, 노동자 등 피억압자들은 배신감을 느낄 것이고, 극우는 바로 그곳을 파고들며 반격의 기회를 잡으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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