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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과 아프리카:
중국 제국주의 아프리카로 진출하다

지난해 11월의 '중국·아프리카 협력 포럼'과 올해 2월 중국 총리 후진타오의 아프리카 방문이후 국제 진보운동 진영에서도 아프리카와 중국의 관계는 뜨거운 쟁점이다.

최근 나이로비 세계사회포럼에서는 '남반구 초점'주최로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토론회가 열리기도 했다.

2000년대 들어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 속도가 빨라진 것은 중국 자본 축적의 엄청난 증가율 때문이다. 현재 중국은 세계 철강의 30퍼센트, 시멘트의 50퍼센트, 비료의 25퍼센트, 구리와 알루미늄의 25퍼센트를 소비하며, 미국에 이어 세계 2위 석유 소비국이다.

많은 진보 인사들은 오늘날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 목적이 과거의 '민족해방 운동 지원'에서 '돈벌이'로 바뀌었다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다만, 마오쩌둥이 아프리카의 일부 민족해방 운동을 지원한 것은 일관된 반제국주의 원칙보다는 소련과의 경쟁과 대만 고립이라는 자신의 전략적 목적 때문이었다는 점을 인식할 필요가 있다.

1955년 반둥회의에서 중국 정부가 아프리카 민족해방 운동을 지지한 것은 상징적 제스처였다. 소련과의 경쟁이 격화하기 전 중국 정부의 아프리카 지원액은 얼마 안 됐고, 이후에도 중국과 다른 제국주의 국가의 경쟁 관계에 따라 들쭉날쭉했다. 그나마 1970년대 초 중국이 미국과 국교를 맺고 세계 시장에 진입한 뒤에는 아예 끊겼다.

서방 제국주의

현재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을 '신식민주의'라고 비난하는 서방 주류 언론과 정부의 태도는 위선적이다. 지금까지 아프리카를 가장 두드러지게 억압하고 수탈한 것이 바로 서방 제국주의 열강이었다.

17∼18세기 노예무역과 19∼20세기 중반 아프리카 쟁탈전을 생각해 보라. 제2차세계대전 후 프랑스는 알제리 독립 운동을 탄압하면서 2백만 명을 죽였다. 미국은 반공주의 기치 아래 아파르트헤이트 체제 하의 남아프리카, 앙골라, 자이레에 군사 지원을 제공해 지역 분쟁을 부추겼고, 1970∼80년대에는 수백만 명을 굶어죽게 만든 외채 위기와 구조조정을 지휘했다.

여전히 아프리카에서 지배적 제국주의 열강은 미국과 유럽, 특히 프랑스다. 아프리카 천연자원의 70퍼센트 이상은 여전히 서방 국가들이 수입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중국이 가세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은 아프리카 10여 개 나라에 수백 명 규모의 경무장 보병을 파병했다. 이들은 분명 점령군이지만, 미군이나 프랑스군과 비교하면 보잘것없다. 미국과 프랑스는 즉각 군사 작전을 펼칠 수 있는 수준의 정예군을 주둔시키고 있다.

무기 판매에서도 중국은 미국·프랑스·러시아에 뒤진다. 중국제 무기는 아프리카 전체 무기 수입의 10퍼센트에 불과하다.

중국이 아프리카에 진출한 열강 중 가장 역동적인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짐바브웨 대통령 무가베가 "이젠 서쪽이 아니라 동쪽을 바라볼 때"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아프리카 정부는 중국과의 관계 개선 때문에 서방과의 관계가 소원해질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중국은 제국주의 국가

그렇다고 중국 정부의 아프리카 진출이 '아직'제국주의적 성격이 없다는 뜻은 아니다. 진보진영 내 상당수는 중국 국가를 제국주의 국가로 여기지 않는다. 월든 벨로조차 중국 정부의 아프리카 정책을 비판하면서도 중국 국가를 제국주의로 볼 수는 없다고 말한다.

중국이 미국 제국주의를 견제하는 '균형자'구실을 하기 때문에 중국 국가의 이런저런 결점을 지적하는 것은 별로 중요하지 않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미국 정부가 세계인들의 공분(公憤)을 산 정책을 중국이 비록 작은 규모지만 아프리카에서 반복하고 있다면?

이란·이라크 전쟁 때 미국의 레이건 정부가 양국에 무기를 팔아먹은 것과 꼭 마찬가지로 중국은 1998 99년 에티오피아·에리트레아 전쟁 때 유엔 결의안을 어기고 양국에 10억 달러 상당의 무기를 판매했다.

미국이 1980년대에 라틴아메리카의 독재 정부를 지원한 것처럼 중국 정부는 2004년에 빈민들의 가옥 7천 채를 파괴한 짐바브웨의 독재자 무가베가 중국을 방문했을 때 그를 환대했다. 명예박사 학위를 수여했고, 12대의 전투기와 1백 대의 군용트럭 등 군수물품을 판매했다.

나이지리아의 니제르델타해방동맹(MEND)은 "우리는 중국 석유기업들이 니제르 델타의 자원을 그만 약탈하라고 말하고 싶다"하고 경고했다. 수단 정부는 토착 주민 5만 명을 강제로 몰아내고 중국 기업과 유전을 개발했다. 현재 중국 군대가 이 곳에 주둔하면서 중국 기업의 석유 설비를 보호하고 있다.

2006년 잠비아 대선에서 중국의 정책에 비판적인 마이클 사타가 출마하자 잠비아 주재 중국 대사는 사타가 당선되면 중국은 잠비아에 대한 지원을 모두 즉각 중단하겠다고 위협했다. 겨우 몇 달 전에 중국인 광산 관리자가 발포해 파업 노동자 6명을 죽여 잠비아 대중의 불만이 폭발 일보직전인 상황에서 중국 대사는 이 오만한 말을 했다.

또, 중국 정부가 다른 서방 열강의 제국주의 정책에 협력했다면?

실제로, 세계 체제에서 존경받는 위엄을 떨치길 바라는 중국은 아프리카에서 제국주의 세력 균형의 현상 유지를 위해 서방 제국주의와 여러 차례 협력했다.

중국 정부는 영화 〈블랙 호크 다운〉에 묘사된 1991∼92년 미군의 야만적 소말리아 개입을 승인했다. 당시 미군과 소말리아인의 전투에서 소말리아인 1천 명이 사망했다. 1990년대부터 중국은 라이베리아·콩고·수단 남부 등 아프리카 10여 개국에 유엔평화유지군을 직접 파병했다.

중국 정부는 유엔을 통한 해외 파병을 중국의 열강 지위를 높이기 위한 주요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 중국 국방대학의 한 교수는 2002년에 "[해외 파병은] 중국이 강대국이 되려면 반드시 짊어져야 하는 책임이다"하고 지적했다.

경쟁 심화

앞으로 시간이 흐를수록 아프리카에서 제국주의 열강 사이의 관계는 협력보다는 갈등 심화일 듯하다.

미국은 '테러와의 전쟁'을 아프리카까지 확대했다. 최근 에티오피아의 소말리아 침공을 지원하고 직접 폭격에 참가한 것이나, 아프리카사령부를 신설한 것 등이 그런 변화를 보여 준다.

아프리카의 불안정이 중동으로 퍼지는 것을 차단하고, 특히 중국 제국주의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기 위해서이다. 미국 제국주의가 이것을 군사적 방식으로 해결하려 마음먹은 이상 긴장이 심화할 것이다.

이것이 미국과 중국의 직접 충돌로 이어질 가능성은 당분간 희박하지만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아프리카의 제3자를 '대리인'으로 내세운 다툼은 일어날 수 있다.

물론 이들 '대리인'국가들이 서방과 중국 제국주의의 단순한 꼭두각시는 아닐 것이다. 아프리카에도 지역적 영향력을 추구하는 아류 제국주의 국가들이 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티오피아·이집트가 대표적이며, 나이지리아·세네갈 등이 이들의 지위를 넘보고 있다.

현재 이들의 목표는 중국 제국주의와 서방 제국주의의 갈등을 이용해 최대의 이익을 얻는 것이다. 일례로, 에티오피아는 미국 정부와 IMF의 경제 '개혁'권고를 피하기 위해 중국의 지원에 의존하면서도 이웃 나라 소말리아의 이슬람주의자들을 공격하기 위해 미국과 손을 잡았다.

그러나 앞으로 서방과 중국의 갈등이 더 치열해지면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한다는 압력이 강해질 것이다. 지역 아류 제국주의 국가들이 한쪽 강대국의 노골적이거나 암묵적 후원 아래 모험을 할 가능성이 그만큼 더 커질 수 있다.

고무적인 변화

마지막 변화는 앞서와 같은 부정적인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것이다.

1990년대 말 이후 아프리카에서는 서방의 국제 기구(IMF·세계은행·WTO 등)와 국내 지배자들이 강요한 공공서비스 사유화를 포함한 신자유주의 정책에 반대하는 운동들이 성장해 왔다.

그리고 2000년대 이후 중국과 인도의 호황과 서방 국가들의 천연자원 수입 다변화 과정에서 아프리카 경제가 부분적으로 회복됨에 따라 일부 노동자들이 자신감을 얻어 투쟁에 나서고 있다.

물론 아프리카는 여전히 세계 자본주의 축적 과정에서 철저한 변두리며, 1980∼90년대 경제 공황에 따른 아프리카 노동계급의 탈계급화 과정은 아직 역전되지 않았다.

그러나 최근 기니의 보크사이트 광산 노동자 투쟁은 매우 고무적인 소식이다. 남아공에서도 노동자 전투성의 완만한 회복을 볼 수 있다.

다만 일부 나라에서 포퓰리즘적 '반중국주의'의 등장은 우려스럽다. 남아공의 코사투는 공산당과 함께, 중국인들이 아프리카인들의 일자리를 뺏어가고 있다는 내용의 캠페인을 벌였다. 한 시위에서는 시위대의 맞춤 티셔츠가 중국산이란 말이 떠돌기 시작하자 순식간에 티셔츠를 찢어 버리는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잠비아의 마이클 사타도 대선 과정에서 중국인에 대한 인종적 편견에 호소했다.

투쟁의 초기에 이데올로기적 혼란이 존재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일부 좌파들이 그런 분위기에 편승하는 것은 위험하다.

사실, 아프리카의 일자리뿐 아니라 중국 노동자들의 일자리도 사라졌다. 1996∼2000년까지 중국에서는 약 4천5백만 개의 일자리가 사라졌다. 이것은 신자유주의 시대 자본 축적이 구조조정과 동시에 진행되기 때문이다.

또, 그런 식의 반중국 데마고기는 토착 지배자들에게 이용당할 수 있다. 일부 정치인들은 진정한 문제를 회피하기 위해 반중국 정서를 이용하고 있다.

남아공 아프리카민족회의(ANC)의 타보 음베키 정부는 빈곤과 불평등의 문제를 남아공 정부의 신자유주의 정책이 아니라 외부 세력 탓으로 돌리는 것을 은근히 즐기고 있다. 이는 중국 자본에 맞선 민중전선을 호소하면서 남아공 좌파를 ANL 정부의 영향력 아래 계속 묶어 두려는 방법이기도 하다.

지금 필요한 것은 신자유주의 개혁에 반대하는 역동적인 운동의 에너지와 성장하는 노동자 투쟁을 결합시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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