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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투석실 간호사가 말하는 의료 AI

저는 신부전 환자들의 생명을 유지하는 투석실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만성 신부전 환자들은 투석을 받지 못하면 수 주 내에 사망하게 됩니다. 이런 환자들에게 투석은 생존 그 자체입니다. 지난 수십 년간 투석 기술이 발전하면서 환자들의 기대 여명도 늘어났습니다. 이제 투석 기계도 자동화돼 간호사가 바늘을 꽂고 연결한 뒤 몇 번의 조작만으로 대부분의 과정을 수행합니다.

최근에는 투석 중 심부전과 같은 부작용을 미리 예측해 주는 인공지능 기술도 개발 중이라고 합니다. 이처럼 신기술이 생명을 살리는 데 기여하는 것은 환영할 일입니다.

하지만 자동화 기계의 도입이 노동자들의 노동 강도 감소로 이어지지는 않았습니다. 자본가들은 노동 강도가 줄어든 만큼 인력을 감축했고, 그 결과 간호사 한 명이 책임져야 할 환자 수는 오히려 늘어났습니다.

그런데 한편, 그것은 간호사 한 명이 자본가들에게 가져다 주는 이윤이 더 늘어난 것을 뜻합니다. 고도화된 기계를 제어할 수 있는 노동자들이 더욱 중요해진 것입니다.

더욱이 자동화 기술이 인간의 노동을 완전히 대체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투석 중 발생하는 환자의 상태 변화는 단순히 혈압이나 맥박 같은 수치로만 나타나지 않습니다. 갑작스러운 안색의 변화나 평소와 다른 미세한 움직임, 기분이나 상태 등은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한 인간 노동자만이 포착할 수 있는 영역입니다.

게다가 환자와 의료진의 관계는 단지 ‘비용을 지불하고 상품을 매매하는 관계’가 아닙니다. 환자와 의료진들은 서로 상호작용하며 영향을 주고받는 인간 대 인간의 관계이기도 합니다. 즉, 치료와 노동 그 자체가 사회적 상호작용의 과정인 것입니다.

한편, 최근 여러 나라들에서 무기와 인공지능을 결합하는 데 천문학적인 자금을 쏟아붓고 있다는 소식을 접합니다. 그 막대한 자본과 기술은 파괴적인 무기가 아니라, 인간의 삶에 필수적인 부분에 투입돼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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