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저지:
대중행동이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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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는 2002년 통상교섭본부장 시절 한·중 마늘 협상에서 WTO가 보장하는 세이프가드를 철회하는 불법 이면합의를 해 준 바 있다. 또, 선진 7개국 평균 약값을 기준으로 ‘혁신적 신약’의 가격을 정하는 것을 받아들인 자다.
노무현은 이 자의 ‘화려한’ 경력이 한미FTA 협상에서도 빛을 내길 바란다.
“쪽박딜”
〈조선일보〉도 “한 총리 후보는 지금 이 순간부터 반FTA 세력이 일으키는 바람과 대결하지 않으면 안 된다”며 “역풍을 뚫고 나갈 소신과 용기”를 주문했다.
한편에서는 무역구제·자동차·섬유 등에서 미국 협상단에게 거듭 양보하며 “쪽박딜”이라는 말까지 나오지만 노무현 정부와 지배자들은 한미FTA 타결에 목을 매달고 있다.
최근 삼성 이건희는 “일본은 앞서가고 중국은 쫓아오는 사이에 한국이 샌드위치로 끼어 있다”며 “정신 차리지 않으면 5∼6년 후엔 혼란스러운 상황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래서 한국 지배자들은 모든 것을 다 내주는 “쪽박딜”이 되더라도 반드시 한미FTA를 체결해 이 힘으로 신자유주의 구조조정을 하고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어지간한 규모와 강도의 반대 운동이 아니면 3월 말 한미FTA 체결을 막기는 쉽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지금은 결코 좌절하거나 포기할 때가 아니다. 한미FTA 반대 운동은 그 동안 많은 성과를 거뒀고, 잠재력도 여전하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이 반대 목소리를 내는 것이 이 점을 반영한다.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장인 한나라당 권오을은 미국측 수석대표 웬디 커틀러를 만나 농산물 시장 개방을 철회해 달라고 요구했고, 한나라당 의원 9명을 포함해 농촌 의원 33명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 등을 비판하며 한미FTA 협상 중단을 촉구했다.
또, 강력한 한미FTA 반대 여론의 눈치를 보는 열우당은 “미국 정부가 우리측에 지나친 걸 요구하면 국회 비준이 어려울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다.
개혁 ‘이미지’를 신경쓰는 김근태나 천정배 측근 의원들 중 일부는 ‘한미FTA 졸속협상 중단 촉구 비상시국회의’에 참가해 공동결의문에 서명했고, 천정배는 “협상을 즉각 중단하고 차기 정부로” 넘겨야 한다고 말했다.
〈조선일보〉도 “국회에서의 협정 비준 동의 과정은 협상안 타결 과정 못지 않게 첩첩산중일 것”이라며 걱정한다.
따라서 정부가 3월 말 협상 타결을 강행하더라도 좌절하지 말고 운동을 더욱 확대해 나아가야 한다. 범국본이 계획하고 있는 3월 25일 집회가 그 계기가 돼야 한다.
이를 위해 범국본 지도자들이 적극 나서 한미FTA 반대 운동을 대중적으로 더욱 확대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비록 노무현 정부가 집회·시위의 자유까지 부정하고 있지만 그럴수록 대중적 집회·행진 등이 더욱 중요하다.
계급의 용어
한미FTA 반대 운동이 주로 농민 동원에 의존했던 것을 벗어나 지금까지 운동에 소극적이었던 조직·미조직 노동자들과 청년들을 대중적으로 조직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그러려면 국가의 용어보다는 계급의 용어로 한미FTA가 공공서비스 시장화, 환경 파괴, 약값 인상, 광우병 쇠고기 수입, 비정규직 확대 등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파괴한다는 것을 분명히 해야 한다. 이번 8차 협상에서 타결된 경쟁 분야의 ‘동의명령제’ ― 공정거래법을 위반해도 시정 약속만 하면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는 제도 ― 도입으로 미국 기업과 한국의 대기업은 모두 혜택을 보겠지만 그 피해는 평범한 사람들이 입을 것이다.
한미FTA 저지 운동에서 힘을 합쳐 온 다양한 진보적 시민·사회단체들이 대선을 앞두고 폭넓은 단결과 후보 단일화 등을 추진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것은 한미FTA 반대 운동의 대중적 확산과 진보진영의 성장 모두에 도움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