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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이지 않는 국가보안법 이용 마녀사냥:
이시우는 무죄다. 당장 석방하라!

국가보안법에 맞선 사진작가 이시우 씨의 목숨을 건 단식 투쟁이 무려 41일(5월 29일 현재)을 넘어섰다. 그러나 국가보안법을 이용한 마녀사냥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5월 22일 강원도경 보안수사대는 농민 정설교 씨의 집을 압수수색했다. 그가 범민련과 전농 홈페이지에 올린 시화(詩畵)가 ‘북한을 찬양했다’는 게 이유다.

그러나 그 시화는 대부분 한미FTA를 추진하는 노무현 정부를 비판하고, 한미FTA 추진으로 시름에 젖은 농민의 애환을 다룬 내용이다. 북한핵이 한반도 평화에 기여한다는 취지의 내용도 약간 있지만, 이는 사법 탄압의 대상이 아니라 토론과 논쟁의 대상이다.

같은 날 검찰은 《다시쓰는한국현대사》의 저자 박세길 씨를 소환·조사했고, 그 전날인 21일 법원은 북한 대남 공작원 접촉 혐의로 77세의 강순정 노인에게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렇듯 탄압이 끊이지 않는데도, 진보진영 일각과 심지어 국가보안법 반대 운동 내부에서도 ‘국가보안법이 사문화했다’는 착각과 주장이 있어 심히 우려스럽다.

남한의 절차적 민주주의가 완성됐다는 착각이나 종파주의적 동기에서 탄압에 눈감거나 국가보안법 철폐 투쟁을 외면하는 일부 PD경향도 문제지만 탄압의 주된 표적인 NL진영도 투쟁에 적극적이지 않다. 북미관계·남북관계가 진전해 ‘반통일 악법’인 국가보안법이 ‘자연사’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인 듯하다.

그러나 이런 기대와 달리 2·13 합의 이후에도 탄압은 결코 멈추지 않았고, 남북관계의 진전이 자동으로 국가보안법 소멸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일심회’ 재판에서 검사는 남북관계 진전이 가져올 대북 안보의식 불감증 때문에 피고인들이 처벌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가보안법은 단지 ‘반통일 악법’이 아니라 사회 진보와 변혁을 위한 운동을 억누르고 대중의 정치적 급진화를 막으려는 지배자들의 무기인 것이다.

이시우 씨가 박해받는 이유는 주로 그의 반전·평화 활동 때문이다. 정설교 씨의 사례도 분명히 한미FTA 반대 운동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누구를 위한 국가기밀인가?

최근 국가보안법 상 ‘국가기밀·군사기밀 보호’를 빌미로 우리 운동을 탄압하는 사례도 부쩍 늘었다. 이시우 씨는 열화우라늄탄이 배치된 주한미군 기지 현황, 대인지뢰 살포 현황, 핵잠수함 진해 기항 사실, 제주도 해군기지 건설의 위험성 등의 ‘국가기밀’을 유출했다는 이유로 구속됐다.

이른바 ‘일심회’ 사건에서도 공안검사는 민주노동당 내부 정보가 ‘국가기밀’이라며 활동가들을 구속했다.

심지어 공안검찰은 효순·미선 압사 항의 촛불 시위 사진, 북한 예술공연단 관련 비디오 테이프 등도 국가기밀이라며 전 범민련 부의장 강순정 씨를 구속한 바 있다.

저들이 진보 진영 인사들에게 ‘국가기밀 유출죄’를 적용하는 것은 명백히 이데올로기적 효과를 노린 것이다. 탄압받는 당사자를 고립시키고 진보 운동 전체가 마치 사악한 이적행위자들인 것처럼 몰아가려는 것이다.

그러나 지배자들이 지키려는 ‘기밀’은 대부분 평화를 위협하고 평범한 사람들의 삶에 해로운 반민중적인 것들이다.

예를 들어 이시우 씨가 폭로한 비무장지대 대인지뢰 살포, 열화우라늄탄 배치, 핵잠수함 기항 등은 정전협정, 한반도 비핵화 선언, 북미 제네바 협정 등에 위배되는 내용이다.

또, 정부는 한미FTA 협정문조차 공개하지 않으려 했다. 자이툰 부대 파병과 주둔지 활동 관련 정보도 대부분 기밀이라며 공개하려 하지 않는다.

따라서 국가기밀들은 오히려 폭로하는 게 민주주의와 진보에 유익할 때가 많다. 2005년 미국의 탐사보도 전문기자 시모어 허시는 이라크 아부그라이브 교도소 등에서 사용된 고문 수사 기법인 ‘특별접근프로그램’(SAP)의 존재를 폭로했다.

노회찬 의원이 폭로한 평택 미군기지 관련 정보와 제주도 해군기지 관련 정보들은 한반도 평화 운동에 크게 기여했다.

최근 세계 수준에서 벌어지는 “테러와의 전쟁”과 신자유주의 공세는 민주주의를 크게 훼손한다. 지배자들은 민중의 삶을 파괴할 정책들을 추진하기 위해 각종 ‘비밀’ 보호 관련 법규들을 강화했다. 최근 국정원도 ‘비밀관리법’ 제정을 추진해 국가기밀 유출 처벌조항을 강화하려 한다.

따라서 전쟁과 신자유주의에 반대하는 운동은 민주적 권리를 지키기 위한 투쟁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 국가보안법과 마녀사냥에 반대하는 운동은 그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