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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툰 파병 재연장 추진 - 노무현 정부의 또 다른 대국민 사기극

노무현 정부가 파병 재연장을 추진하고 있다. 결국 지난해 “2007년 임무 종결 계획”을 세우겠다던 약속은 파병 반대 여론을 무마하려는 새빨간 거짓말이었던 것이다.

5월 30일 밤 MBC 〈9시 뉴스〉는 국방부가 자이툰 부대 파병을 연장하기로 “잠정 결론” 내렸다고 보도했다. 〈중앙일보〉5월 31일치)는 지난 5월 23일 국방연구원이 국방부 장관 김장수에게 “한국 기업이 이라크에서 더 많은 비즈니스 활동을 벌일 수 있는 기회를 열기” 위해 자이툰 파병 연장을 추진해야 한다고 보고했고 김장수 장관은 “파병 연장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고 보도했다.

이에 5월 31일 청와대 대변인은 “올 연말 철군 계획에 변함이 없다”고 잡아뗐다.

그러나 최근 한미FTA 협정문 공개가 보여 주듯이, 이 정부는 거짓말을 일삼아 왔다. 자이툰 파병에 대해서도 그렇다.

2003년 4월에 “비전투병”만 파병하겠다던 정부는 그 해 10월에 전투병 파병을 결정했다. 2005년 열우당 국방위 간사 김성곤은 이번이 마지막 파병 연장이라고 했지만 지난해 또다시 파병 연장을 결정했다.

6월 2일 한미 양국 국방장관은 회담을 갖고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 점령 지원 정책을 논의했다. 회담 직후 자이툰 파병 연장 질문에는 답변을 회피했지만 아프가니스탄 파병 군대 주둔 연장과 지역 재건팀 참가 등을 미국이 요청했다고 공식으로 밝혔다.

올해 철군하는 조건으로 파병 연장된 아프가니스탄 주둔 연장은 자이툰 파병 연장에도 중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피 묻은 떡고물

파병 재연장 추진의 명분으로 쿠르드 지역 유전 개발권이 언급되고 있다.

쿠르드 지역을 포함한 이라크의 석유는 이라크 상황이 나빠지는 핵심 이유 가운데 하나다. 미국의 이라크 침략 자체가 석유를 노린 것이었다. 현재 미국과 이라크 꼭두각시 정부는 석유 다국적기업들을 위해 이라크의 유전 지역을 열심히 개방하고 있다.

지금 이라크에서는 유전 개발권을 다국적기업들에게 헐값으로 팔아넘기는 새 석유법 제정이 추진되고 있다. 반면, 이라크인들은 유류보조금을 철폐하라는 IMF의 강요 때문에 전쟁 전보다 열 배 이상 폭등한 가격으로 석유를 사야 한다.

점령 세력이 부추겨 온 종파간·인종간 반목은 석유 지배권과 이익 배분 문제 때문에 더욱 격해지고 있다. 특히, 쿠르드 자치정부는 이라크 북부 지역의 유전 개발권을 독점하기 위해 핵심 유전지대인 키르쿠크 등에서 아랍계와 투르크멘족을 겨냥한 일종의 소규모 ‘인종 청소‘를 벌이고 있고, 이 때문에 종파간·인종간 폭력과 충돌이 고조되고 있다.

또, 키르쿠크를 통제하려는 쿠르드 자치정부의 시도는 쿠르드족의 독립을 우려하는 터키의 군사 개입 위험마저 부르고 있다. 심지어 미 국방장관 로버트 게이츠가 터키에게 이라크(쿠르드 지역)를 침공하지 말라고 공개적으로 경고할 지경이다.

쿠르드 자치정부도 확보한 채굴권을 다국적기업들에게 팔아치우기 시작했다. 노르웨이의 석유회사 DNO가 쿠르드 지역과 터키 접경 근처에서 채굴을 시작했다. 이미 미국이 이라크를 침략한 직후에 터키의 Petoil, Genel Enerji, 최근에는 캐나다의 Western Oil Sands와 계약을 체결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 기업의 이라크 석유 개발 참여는 이라크 내의 반목과 폭력을 부추기는 일에 동참하는 것일 뿐 아니라, 이라크에 파병된 자이툰 부대를 그러한 반목과 폭력의 한복판으로 밀어넣는 것이다. 즉, 한국 기업의 이라크 석유 수탈 참가가 분명해지는 순간 한국과 자이툰 부대는 과거와 비교도 되지 않을 위험을 감수해야 할 것이다.

점령과 학살로 폐허가 된 나라에서 피 묻은 떡고물을 챙기려는 생각 자체가 끔찍하리만큼 야비한 탐욕이다.

자이툰 부대의 주둔은 이라크 상황을 더 악화시키고 쿠르드 지역을 더 불안정하게 만들 뿐이다.

주한미군

한편, 부시는 민주당의 도움을 받아 미 하원에서 철군 시한이 명시되지 않은 1천억 달러의 추가 전비 사용을 통과시킬 수 있었다. 이는 부시에게 일종의 청신호였다. 그래서 부시는 9월에 추가 전비 승인을 추진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이라크 장기 주둔에 관한 언급을 강화하고 있다. 이라크 장기 주둔 정책의 가장 최근 버전은 “한국 모델”이다. 부시는 “북한과 남한의 휴전 이후에 54년 동안 남한에 대규모 미군을 주둔시켰던 것처럼 미군이 이라크 지역에 계속 주둔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 말했다.”(〈뉴욕 타임스〉6월 3일치)

한국 진보 운동은 주한미군 주둔뿐 아니라 이를 모델 삼아 이라크에서도 장기 주둔을 획책하는 부시의 이라크 점령에 반대해 적극 투쟁을 벌일 필요가 있다.

한국의 진보 운동은 지금 한미FTA 체결을 저지하기 위해 힘을 집중하고 있다. 이 투쟁은 더욱 확대돼야 한다. 이와 함께 부시의 이라크 점령과 한국군 파병에 반대하는 투쟁도 중요해졌다. 반전 운동은 한미FTA 체결 당사자인 부시와 노무현의 아킬레스건을 끊어낼 수 있다.

이미 3월 17일 국제공동반전행동은 상반기 한국 정세의 돌파구를 여는 데 결정적 구실을 한 바 있다. 최근 제기되는 자이툰 파병 연장 반대 투쟁도 6월 말 한미FTA 체결 저지 투쟁에 자신감을 제공할 수 있다.

게다가 반전 운동은 연말 대선을 앞둔 한국 정치 상황에서 노무현 정부와 그 후신들, 우익 호전 세력인 한나라당 등을 약화시킬 수 있다. 파병반대국민행동이 계획하고 있는 6월 10일 긴급 반전 집회로 결집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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