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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생각한다:
노조 지도자들은 양쪽의 압력을 받는다

한미FTA 반대 파업으로 특히 집중적인 마녀사냥을 당하던 현대차노조의 이상욱 지도부는 4일 간의 부분파업 중 이틀 일정을 취소해서 파업을 다소 김빠지게 했다.

이상욱 지도부는 나머지 이틀 파업에 집중하기 위해서라고 해명했지만, 별로 설득력은 없다. 보수 언론은 이 틈을 파고들어 마녀사냥에 더 열을 올리고 있다.

이상욱 지도부는 민주노총 안에서 상대적 좌파 지도부로 알려졌지만 정부·언론·기업주들의 압력에 밀려 동요하다 일부 타협한 것이다. 이번에는 파업 찬반투표를 거치지 않은 점이 쟁점이 됐지만, 흔히 노조 지도자들은 파업 찬반투표에서 찬성률이 높게 나와도 곧장 파업에 돌입하기를 주저한다.

노조 지도자들의 이런 태도는 어떤 개인적 결함 때문이 아니다. 그 근원적 이유를 알려면, 더 크고 역사적인 관점이 필요하다.

팔레스타인 출신의 마르크스주의자 이가엘 글룩슈타인, 즉 고(故) 토니 클리프는 1980년대에 쓴 글에서 노동조합과 노조 지도자들이 자본주의 체제 안에서 어떤 구실을 하는지 분석했다. 그는 영국을 비롯한 세계 노동계급 투쟁의 풍부한 경험과 레온 트로츠키 같은 고전적 마르크스주의자들의 저작을 바탕으로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노동조합의 과제는 자본주의 생산관계 안에서 노동자들의 이익을 옹호하는 것이다. 노동조합은 노동자 착취를 끝장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착취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존재한다.”

클리프는 또, “사용자들과 협상하는 데 시간을 쏟는 사람과 노동자 대중 사이에 분업이 나타나는” 과정을 설명했다.

“노조 상근간부는 노동자들과 사용자 사이에서 중재하는 사람이다. 그 결과 그는 자신이 대변하는 사람들로부터 고립된다. 노조 상근간부들은 경영진과 끊임없이 밀실 회담을 하면서 점차 협상과 타협이 노동조합의 본질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클리프는 노조 상근간부들이 하나의 사회 집단으로서 어떤 구실을 하는지 설명했다.

“노조 상근간부들은 자본주의 사회의 양대 계급 ― 사용자들과 노동자들 ― 사이에서 줄타기한다. 그들은 노동자 투쟁을 제어하고 통제하지만, 사용자나 국가와 너무 긴밀하게 협력하다가 노조를 완전히 무용지물로 만드는 지경까지 나아가서는 안 되는 처지다.”

최상의 노조 지도자들은 그런 줄타기를 하지 않기를 바라지만, 그들도 타협하라는 압력에 시달린다. 그들은 자기에게 끊임없이 규율을 강제하려 하는 상근간부 집단의 일부이다. 같은 노조의 다른 간부들도 그에게 압력을 가하고 다른 노조의 지도자들도 그에게 압력을 가한다.

줄타기

그런 압력은 때로는 아주 교묘해서, “조합원들이 아직 준비되지 않았으므로 너무 전투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식이다.

다른 때는 노골적이다. 예컨대 이번에 현대차 노조 정비위원회 지도부는 ‘조합원 정서’를 핑계대며 파업에 불참하겠다고 이상욱 지도부를 압박해 파업의 부분적 취소를 받아냈다. 우파 노조 지도자인 한국노총 위원장 이용득은 “구시대적인 투쟁만능주의”라며 노골적으로 금속노조 파업을 비난했다.

그러나 다행히도 “사용자들과 국가의 압력”에는 현장 노동자들의 압력으로 대항할 수 있다. 이것은 현장조합원들을 조직해야 한다는 뜻이다.

일부 활동가들은 그런 결론을 내리고 있다. 지난해 기아차 화성공장의 전투적 활동가들은 비정규직 투쟁에 대한 연대를 회피하는 노조 지도부와 달리 적극적인 비정규직 연대 투쟁을 건설했고 그 결과 기아차 비정규직 노조의 투쟁은 전진할 수 있었다.

이들은 활동가들의 네트워크를 건설하려는 노동자들의 전통을 잇고 있는 것이다. 1915년에 영국 글래스고에서 비공인 파업을 주도한 노동자들은 클라이드노동자위원회를 건설했다. 그들이 발행한 리플릿은 다음과 같이 주장했다. “우리는 노조 상근간부들이 노동자들을 올바로 대표하는 한 그들을 지지할 것이다. 그러나 올바로 대표하지 못하면 그 즉시 독자적으로 행동할 것이다.”

독자적으로 행동하려면 미리 준비돼 있어야 한다. 그것은 동료 노동자들의 신뢰를 받는 활동가들의 네트워크를 건설하고 이 네트워크가 작업장에 뿌리를 내리게 해야 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