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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과 한나라당 둘 다 레드 카드

민주당과 한나라당 둘 다 레드 카드

정병호

김대중은 월드컵 분위기 속에서 자신을 향한 사람들의 증오가 누그러지기를 바란다. 김대중이 그토록 월드컵에 목매단 이유는 사람들의 관심사를 돌리기 위해서였다.

김대중은 집권하면서 “부정부패에서 우리 사회를 단절”시키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김대중의 막내 아들 김홍걸이야말로 가장 부패한 자다. 김홍걸은 타이거풀스가 체육복표 사업자로 선정되도록 뒤를 봐준 대가로 시가 13억 2천만 원어치 주식을 챙겼다. 또, 관급공사 수주 청탁 대가로 대원SCN, 성전건설에게 각각 수억 원을 받았다. 검찰 조사에서 확인된 것만 해도 김홍걸이 받은 돈은 총 36억 원이다.

평범한 사람들은 전월세 값 폭등으로 내 집 마련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그러나 유학생 김홍걸은 LA에 12억 7천만 원짜리 호화 주택을 소유하고 있다. 또, 편도 3백16만 원짜리 비행기 특급 좌석을 수시로 이용했다. 김홍걸이 얼마나 호사스런 생활을 누렸는지 로스앤젤레스 교포들이 김홍걸 “축출 운동”에 나설 정도였다.

로비스트 최규선은 김홍걸이 호화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행동대장 노릇을 했다. 최규선은 타이거풀스 송재빈과 김홍걸을 연결해 주는 등 김홍걸에게 로비하려는 기업들의 창구 노릇을 했다. 이런 식으로 최규선이 김홍걸에게 건넨 “용돈의 규모가 9억 원에 이른다.” 이런 더러운 거래에는 전 서울시 부시장 김희완과 김홍걸의 동서 황인돈도 연루돼 있다.

빙산의 일각

지금까지 밝혀진 것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최규선이 폭로한 테이프에는 “대통령 하야,…나라가 뒤집[힐]”지도 모른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최규선의 입을 막기 위해 청와대·국정원·경찰청이 총동원됐다.

최규선은 김홍걸뿐 아니라 김대중의 로비스트 노릇도 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그는 김대중이 당선한 직후 조지 소로스와 김대중의 만남을 주선했다. 최규선은 차기 전투기 구입 사업(F-X 사업)에도 개입해 이권을 챙기려 했다.

최규선 게이트에는 이희호도 연관돼 있다. 이희호는 김홍걸이 포스코 회장 유상부를 만날 수 있도록 다리를 놔 줬다. 유상부는 김홍걸의 압력을 받아 한국전자복권 컨소시엄에서 탈퇴하라고 포스코 계열사인 포스데이터에 종용한 혐의를 받았다. 포스데이터는 타이거풀스와 경쟁하고 있었다.

포스코는 2000년 초에 김홍걸과 최규선이 10억 달러 규모의 벤처 회사를 만드는 과정에도 개입했다. “돈은 국제 금융계의 거물인 알 왈리드 왕자가 대고 포항공대가 투자 대상 벤처 회사의 사업성을 평가하는 체계였다”(〈시사저널〉 5월 9일). 이 과정에 이희호가 연루했다는 소문이 끊이지 않는다. “영부인 게이트”가 새로운 뇌관이 돼 집권 민주당은 더욱 깊은 수렁에 빠져들 수 있다.

가장 큰 폭발력을 지닌 것은 아태재단 부이사장으로 있던 김대중 둘째 아들 김홍업의 비리다. 김홍업이 그의 로비 창구 노릇을 한 김성환과 거래한 돈은 공식으로만 33억 원이다. 아직 밝혀지지 않은 것까지 합하면 1백억 원이 넘을 수도 있다. 또, 김홍업은 김홍걸이 뒤를 봐준 타이거풀스의 경쟁업체인 한국전자복권 컨소시엄의 뒤를 봐줬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한편, 얼마 전에는 김홍업의 대학 후배 이거성이 새로운 뇌관으로 등장했다. 그는 검찰과 금감원 조사 무마 명목으로 전 새한그룹 부회장 이재관에게서 17억 원을 받았고, 기타 2∼3개 기업에게서 수억 원씩 받아 챙겼다. 김성환과 유진걸은 기업 회장의 “경영권을 유지하게 해 달라”는 청탁의 대가로 10억 원을 받았다.

이렇듯 김홍업 주위에 더러운 냄새가 진동하는데도 검찰은 김홍업 수사를 월드컵 이후로 늦추겠다고 밝혔다가 대중의 원성 때문에 사흘 만에 철회했다. 그런데도 노무현은 검찰이 “민주당과 청와대만 몰아붙이고 있다”고 불평했다.

민주당도 한나라당도 아닌

김대중은 월드컵 분위기에 편승해 부패 문제를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하려고 발버둥 치고 있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들은 이미 김대중과 집권 민주당에 등을 돌렸다. “비리로 얼룩진 민주당 정권에 대한 염증을 대통령 후보 개인[노무현]의 인간적 매력으로 메우기에는 한계가 있다.” 바로 지난 6·13 지방선거 결과가 이 점을 잘 보여 주었다.

민주당은 이번 지방 선거에서 사상 최대 표차로 참패했다. 한나라당은 부패에 염증을 느낀 대중의 정서 덕분에 반사이익을 얻었다.

하지만 한나라당이야말로 원조 부패 정당이다. 이회창은 1997년 대선자금을 모으려고 국세청과 안기부를 동원했다. 그렇게 해서 현대·대우·동부·진로 등 25개 업체에게서 1백67억 원을 모았다. 한보 비리, 전두환·노태우 비자금 비리, 경부고속철도 차량납품사 선정 비리, PCS 사업자 선정 비리 등 한나라당은 앞장서서 부패를 저지른 당이다. 이런 당이 어찌 부패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말인가.

민주당의 부패에 실망한 사람들 중에서 노무현은 좀 다르지 않겠느냐고 기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과연 노무현은 부정 부패의 대안이 될 수 있을까? 노무현은 현 정부의 부패가 역대 정권에 비해 뇌물 규모가 적다고 변명한다. 또, 부패가 폭로된 것은 “민주 개혁 세력이 정권을 잡았기에 가능했다”며 부패 추문을 오히려 두둔했다. 한술 더 떠, “연일 터져 나오는 각종 비리 사건이야말로 우리 사회 부패 구조가 개선돼 가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우긴다. 그러다 김대중 아들들의 비리가 터지자, 침묵했다.

노무현은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이 “부패 정권 심판”을 내걸자 “왕도둑이 조그만 절도범한테 뭐라고 하느냐”고 쏘아붙였다.

노무현 자신도 부패에서 자유롭지 않다. 타이거풀스 송재빈이 체육복표 사업에 뛰어들려고 여야 정치인들에게 체육진흥법 개정을 부탁하며 전방위 로비를 했을 때, 노무현은 개별 정치인 중 가장 많은 액수인 1천만 원을 받았다.

노무현은 자기가 받은 돈이 “합법적 정치자금”이고 액수가 적다고 발뺌했다. 그렇지만 그가 기업주들에게서 로비를 받는 정치인이라는 사실은 명백해졌다.

결국 기업주의 로비를 받는 민주당이나 한나라당 같은 정치 집단에게 부패 청산을 기대할 수는 없다. 그들이 추진하는 시장 개혁은 곳곳에서 부정 부패를 부추길 뿐이다.

기성 정당들의 부패에 대한 환멸은 노동자와 서민 들이 지지하고 참여해 만드는 민주노동당이 성장하기에 유리한 여건을 조성한다. 민주노동당이 이번 지방선거에서 정당 지지도 3위로 부상한 것은 이런 가능성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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