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 선거 결과 - 1백60만 명이 진보적 대안을 갈구하다

김인식

예상대로 이번 선거 투표율은 매우 낮았다. 유권자 두 명 가운데 한 명은 투표하지 않았다. 투표율은 전국 규모 선거 역사상 가장 낮은 48.8퍼센트였다. 선거에 대한 이런 열의 부족은 기성 정당 모두에 대한 환멸 때문이다. 민주당과 한나라당의 정책들은 모두 노동자의 조건을 공격한다. 그래서 다수 노동자들은 여당에 배신감을 느끼지만 그렇다고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것도 아니다. 다른 한편, 투표율 하락은 기성 정당들의 실체에 대한 대중적 자각이 확산된 결과이다. 지난 몇 년 동안 투표율은 계속 하락해 왔다. 1998년 지방 선거 투표율은 52.7퍼센트였다. 2000년 총선 때 투표율은 57.2퍼센트였다. 따라서 월드컵 대회는 투표 불참을 부추기는 한 부차적 요인은 됐을지언정 주된 요인은 아니었다. 여론 조사 결과들을 보면, 월드컵 경기 관람이 투표를 할지 말지에 그다지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투표율이 떨어지는 진정한 이유는 주류 정당들에 대한 대중의 환멸과 분노가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서구에서도 그 비슷한 현상을 볼 수 있다. 지난해 영국 총선에서는 유권자의 41퍼센트가 투표하지 않았다. 얼마 전 프랑스 총선에서는 36퍼센트가 기권했다. 미국인의 절반이 2000년 대선에서 투표하지 않았다. 그와 동시에, 민주노동당이 아직 기성 정당들에 대한 실세 있는 대안으로 비쳐지지 않고 있는 현 상황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번 선거를 통해 제3당으로 떠오름으로써 이 상황은 변할 것 같다.

정치적 양극화

이번 선거에서 민주당은 처참하리만큼 참패했다. 민주당은 16개 광역단체장 선거에서 겨우 4곳에서 당선됐다.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는 232개 선거구 가운데 44곳에서 당선됐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에서 완패했다. 정당 지지율은 29.4퍼센트밖에 되지 않는다. 투표하지 않은 사람들의 대다수가 기성 정당에 염증을 느끼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민주당의 실제 지지도는 이보다 훨씬 더 낮을 것이다. 4년여 전에 민주당은 대중의 변화 염원 덕분에 집권할 수 있었다. 바로 그와 같은 대중 정서 때문에 민주당은 이번 선거에서 참패했다. 민주당이 직면한 핵심 모순은 그 당에 투표했던 사람들의 기대와 그 당이 추구하는 정치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이다. 1997년에 대중은 한나라당을 거부했다. 그리고 많은 노동자들은 민주당에 대해 희망 섞인 관측을 했다. 그러나 민주당은 집권 내내 노동자들의 기대에 전혀 부응하지 못했다. 그러기는커녕 노동자들과 전투를 벌였다. 민주당은 신자유주의를 밀어붙였다. 김대중의 ‘개혁’은 지난 5년 동안 우리의 삶을 더욱 힘들게 만들었다. 이것이 민주당이 위기에 직면한 가장 주된 이유다. 더 많은 사회 개혁, 더 많은 민주주의, 더 많은 부정부패 청산을 요구하는 대중의 개혁 열망이 일시적으로 노무현에 대한 환상으로 나타났다. 또한, 수구 보수 정당인 한나라당의 재집권을 막고 싶은 심정이 노무현으로 쏠렸다. 그러나 이번 선거 결과는 이러한 대중 정서가 근본적인 모순에 부딪히고 있다는 것을 드러냈다. 기대와 현실 사이의 격차가 그것이다. 이미 대중의 정서 한가운데에는 두 가지 의구심이 자라나고 있다. 과연 노무현이 진정한 개혁에 대한 염원을 충족시켜 줄 수 있느냐? 과연 노무현이 집권해도 이회창보다 낫겠느냐? 이 때문에 노무현의 인기는 4월부터 급하강했다. 실제로 언론은 그의 인기가 떨어진 주된 이유로 그가 김영삼을 찾아가 제휴를 의논했던 것과 김대중 아들들 비리에 분명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지 못했던 것을 꼽았다. 그 때문에 이번 선거에서 노무현 바람은 잠잠했다. 이것은 〈다함께〉가 노무현 바람에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신화 깨기 투쟁을 벌였던 것이 옳았음을 입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선거 참패는 민주당의 혼란과 분열을 가속화하고 있다. 여권의 일부는 김대중과 민주당(그리고 노무현)이 마치 관계가 없는 양 가장함으로써 위기를 모면하고 싶어한다. 선거 패배 직후 민주당 쇄신파는 민주당과 노무현이 김대중과 선을 그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나 〈다함께〉가 지난호에서 지적했듯이, “김대중 정부의 형편없는 인기 때문에 노무현이 김대중과 거리를 두려 한다면 여권은 더욱 분열할 것이다.”한나라당은 민주당의 실정 덕분에 반사이익을 얻었다. 한나라당은 50.6퍼센트의 정당 지지율을 획득해 민주당보다 3백93만 표 이상을 더 득표했다. 16개 광역단체장 가운데 11곳을 석권했다. 광역 시도 의원 682석 가운데 467석을 차지했다. 한나라당의 압승 때문에 정치의 물결이 오른쪽으로 흐르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인상은 일면적이다. 민주당이 몰락하고 한나라당이 부상하는 과정은 순탄하지만은 않다.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만이 아니라 진보 정당들도 상당한 지지를 받았다. 민주노동당은 133만 9726표(8.1퍼센트)를 얻어 제3의 정당으로 도약했다. 민주노동당과 사회당이 얻은 표를 합하면 1백60만 표가 넘는다. 민주노동당은 민주당에 대한 좌파의 도전을 표현함과 동시에 민주당 기반 일부의 좌경화를 표현했다. 민주노동당은 2000년 총선에 비해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2000년 총선 당시 민주노동당의 전체 득표율은 1.18퍼센트였다. 사회당의 득표도 그 당의 협소한 기반에 비하면 인상적이다. 사회당은 26만 표(1.59퍼센트)를 얻었다. 1997년 대선에서 권영길 후보가 얻은 표 수와 엇비슷하다. 민주당의 위기는 좌파가 성장할 수 있는 커다란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진보 정치 세력, 특히 민주노동당의 성장은 민주당 정부의 위기가 낳은 왼쪽 그림이다. 민주노동당에 대한 지지는 운동을 강화하는 데 이바지할 것이며, 머지 않아 벌어질 한나라당과의 전투를 준비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런 정치 양극화 추세는 갈수록 심화하는 정치 위기에서 비롯한 것이다. 그 결과 중도 정당(민주당)에 대한 지지에 심각한 균열이 생겨났고 정치는 좌우로 양극화했다. 좌우 압력을 견딜 수 없었던 민주당의 지지율은 급격히 떨어진 반면, 좌파 정당과 우파 정당이 득세했다. 이것은 국제적 규모로 진행되고 있는 정치적 양극화의 일부다. 예컨대, 유럽에서도 그 비슷한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유럽에서는 사회 민주주의 내 우파를 가운데에 놓고 우파와 사회 민주주의 내 좌파로 양극화하고 있다는 점이 형태상으로 한국과 다르다. 1996년에서 1998년 사이에 사회 민주주의 정당들은 15개 유럽연합 회원국 가운데 13개 국에서 집권했다. 1년여 전부터 사회 민주주의 정당들은 차례차례 권력을 빼앗겼다. 대부분의 나라에서 우파 정당들이 약진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는 다양한 좌파 사회 민주주의가 지난 5년 동안 선거에서 꾸준히 성장했다. 옛 동독 공산당의 후신인 민주사회당(PDS)이 동독 지역에서 상당한 지지를 받고 있고 서독 지역에서도 얼마간 지지를 얻고 있다. 이탈리아의 재건 공산당은 반자본주의 운동에 참여함으로써 주목받고 있다. 그리고 프랑스의 트로츠키주의 정당들, 스코틀랜드사회당, 영국 사회주의자 동맹 등 좌파의 선거적 도전이 존재한다.

급진화

이번 선거 결과에서 가장 인상적인 특징은 민주노동당의 대약진이다. 민주노동당은 전국적으로 8.1퍼센트의 지지를 획득했다. 울산에서 두 명의 노동자가 기초단체장이 됐다. 11명이 광역의원에 당선했다. TV와 신문 등 언론의 의도적 따돌림과 부족한 선거 재정을 고려해 봤을 때 민주노동당의 성공은 더욱 두드러진다. 민주노동당의 선거 성공은 더한층 심화하는 대중의 급진화를 반영하는 것이다. YTN은 “민주노동당의 예상 밖 약진은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 우리 사회의 이념 조류를 반영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고 지적했다. 대중 급진화의 원동력은 노동자 투쟁이었다. 비록 올해 상반기에 발전 노조 파업이 패배했지만, 1997년 이래 노동자 운동은 꾸준히 성장했다. 파업 건수는 1998년에 129건, 1999년에 198건, 2000년에는 250건으로 늘어났다. 파업 손실 일수와 파업 참가 인원도 증가했다. 무엇보다 노동자 계급은 자신감과 사기가 심각하게 꺾일 만한 결정적 대패배를 경험하지 않았다. 이것은 세계적 규모로 노동자 저항이 성장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1995년 프랑스에서는 공공 부문 노동자들의 대중 파업이 있었다. 영국 노동자 운동은 천천히 회복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독일 금속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 투쟁에서 중요한 승리를 거뒀다. 특히 이탈리아에서는 총파업과 3백만 명이 참가한 강력한 거리 시위가 있었다. 노동자 운동의 성장과 대중의 급진화 덕분에 “진보 정당에 대한 시각 변화”(〈중앙일보〉 6월 15일치)가 나타났다. 급진화의 표현들은 다양할 수 있다. 예컨대, 요 몇 달 새 여론 조사 결과들은 대중 의식의 급진화 사례를 자주 보여 준다. 발전소 매각, 공무원 노조, 미국에 대한 태도 등에서 상당수 응답자들이 진보적 답변을 했다. 이번 선거 결과는 대중의 급진화가 민주노동당에서 정치적 표현을 발견하고 있다는 점을 보여 줬다. 그 덕분에 울산을 제외한 대부분의 선거구에서 민주노동당은 당 자체의 조직력과 무관하게 고르게 득표했다. 이를테면, 서울시 의원 선거에서도 민주노동당 후보들은 선거 운동 역량과 거의 관계 없이 대체로 10퍼센트 안팎의 지지를 얻었다.

민주노동당 득표 분석

민주노동당의 성공적인 선거 결과는 당의 사회적 기반과 관련 있다. 민주노동당은 조직 노동자들의 단체인 민주노총의 공식적 지지를 받았다. “민주노동당의 이같은 성과는 민주노총의 전폭적 지원과 노동자들의 투표 참여가 바탕이 됐다.”(〈중앙일보〉 6월 15일치.)이 점은 사회당과 비교해 보면 더욱 분명해진다. 사회당은 26만 표를 득표해, 역시 지지가 늘어났다. 그들의 엄청난 기대엔 크게 못 미쳤겠지만 말이다. 그럼에도 사회당의 득표는 민주노동당에 크게 못 미쳤다. 무엇보다 사회당의 조직 노동자 기반이 매우 협소하기 때문이었다. 민주노동당이 가장 커다란 성공을 거둔 선거구는 노동자 밀집 도시인 울산이었다. 정당 지지율은 28.7퍼센트였다. 송철호 울산시장 후보는 43.2퍼센트를 획득했다. 두 명의 노동자 후보가 기초 단체장에 당선됐다. 울산 시장 선거 패배는 무척 아쉽다. 송철호 후보의 메시지는 계급적 색채가 모호했다. 심지어 송 후보는 우리 당의 “주요 활동이 노동자들의 투쟁에만 맞춰져 있어서 경직되어 보”인다고 비판한 바 있다. 당이 “시민 친화적인 모습으로 유연하게 바꿔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말〉 2002년 6월호.) 더욱이 대중적 원성을 사고 있는 민주당과 분명하게 선을 긋기보다는 애매한 관계를 유지했다. 한나라당은 이 점을 집요하게 공격했다. 그 때문에 노동자들 사이에서는 “노동자 후보다운 이슈가 제기되지 않“는다는 비판이 나왔다.(〈매일노동뉴스〉 6월 15일치.) 그 결과 노동자 밀집 지구인 북구와 동구의 투표율이 1998년 지방 선거나 2000년 총선 때보다 훨씬 떨어졌다. 득표율도 기대에 못 미쳤다. 북구에서는 54.23퍼센트, 동구에서는 55.84퍼센트밖에 얻지 못했다. 동구와 북구는 노동자 운동 출신의 후보들이 구청장에 당선된 곳이다. 노동자 운동과 유기적 관계를 맺고 있는 후보가 나왔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든다.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그 비슷한 교훈을 이끌어 낼 수 있다. 이문옥 서울시장 후보는 정당 지지율에 상당히 못 미치는 득표를 했다. 이문옥 후보가 2.53퍼센트를 득표한 반면, 서울시 정당 득표율은 6.06퍼센트였다. 이문옥 후보에게서 노동당 이미지를 떠올리기가 쉽지 않았다. 후보 자신도 “노동”보다는 “반부패”를 강조했다. 그런데 이번 선거에서 한나라당은 민주당의 부패를 맹공격했다. 따라서 부패에 염증을 느끼는 노동자·서민을 끌어당기려면 계급적 접근법이 필요했다. 반면, 서울시 의회 비례 대표 후보들은 모두 노동자들이었다. 후보들은 “노동자의 서울”을 강조했다. 그 결과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격렬하게 전투를 치렀던 서울에서 20만 9천42표를 얻었다. 부산에서는 정당 지지율이 10.67퍼센트(12만 1천72표)인 반면, 김석준 부산시장 후보는 16.86퍼센트(19만 2천9백54표)를 득표했다. 당 지지율보다 후보 득표율이 높은 이유는 후보 개인의 경력과 관련 있는 듯하다. 김석준 후보는 영남노동운동연구소장이고 영남 지역의 노동 운동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 인천에서는 당 지지율이 6.28퍼센트(4만 3천6백10표)인 반면, 김창한 시장 후보 득표율은 5.02퍼센트(3만 5천2백34표)였다. 김창한 후보 지지율이 당 지지율보다 떨어지는 것은 사회당 인천시장 후보인 김영규 교수와 관계 있는 듯하다. 김창한 후보보다 더 좌파적이고 노동 운동 지향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는 김영규 후보가 우리 당 후보의 표를 얼마간 잠식한 것으로 보인다.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이번 선거에서도 계급 투표 성향이 드러났다. 기성 정당에 실망해 투표하지 않거나 사장들의 방해로 투표할 수 없었던 노동자들이 많았는데도 그랬다.(위선적이게도, 정부는 말로는 사람들에게 투표하라고 독려했지만, 정작 사장들의 투표 방해에 대해서는 모른 척했다.) 이미 2000년 총선에서도 나타났지만, 계급 투표 성향은 앞으로 더욱 두드러질 것이다. 따라서 노동자들의 계급 투표를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우리 당(과 후보들)이 더 좌파적이고 노동 운동 지향적이어야 한다. 한편, 우리 당의 지역 득표 상황을 보면 몇 가지 흥미로운 사실들을 발견할 수 있다. 민주노동당은 민주당의 심장부인 호남 지역을 흔들었다. 당은 전라남북도와 광주에서 2위를 차지했다. 상당수의 김대중 지지자들이 왼쪽으로 이끌렸던 것이다. 또, 김영삼의 텃밭이었던 부산과 경남에서도 3위를 차지했다. 두 지역에서 우리 당이 얻은 지지도는 민주당과 맞먹는다. 군사 독재 시절에 두 야당 지도자들의 핵심 기반이었던 곳에서 민주노동당이 급부상했다. 전통적으로 야성이 강한 서울과 수도권에서도 민주노동당이 선전했다. 이 곳들은 모두 과거에 군사 독재에 맞선 저항의 중심지였다. 요컨대, 이 지역들은 지난 30년에 걸쳐 자유주의적 부르주아 야당 지지에서 좌파 노동자 정당 지지로 좌경화해 왔다. 반면, 대구와 경북 그리고 충청도에서 우리 당은 세 기성 정당들보다 적게 득표했다. 이 곳은 박정희·김종필·전두환으로 대변되는 옛 여권의 아성이다. 전라남북도 광역 단체장 선거에서는 무소속 후보들(송재구와 손주항)이 민주당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이들은 한때 김대중 지지자였다. 우리 당이 도지사 후보를 내지 못하는 바람에 이들이 표를 가로채 갔다. 이 곳의 정당 지지율은 민주노동당이 2위였다. 따라서 우리 당은 앞으로 더 많은 지역에서 더 많은 후보들을 낼 필요가 있다. 물론 그 후보들은 노동 운동의 지지를 받는 후보여야 한다. 이번 선거 결과의 또 다른 특징은 정당 투표였다. “진보 정당의 기지개는 … 유권자들의 선택 기준이 ‘인물’ 위주에서 정당”으로 옮겨가고 있는 덕분이었다.(〈한국일보〉 6월 15일치.) 그러나 민주노동당이 “‘인물 중심’의 승부를 펼친 광역 선거[울산시장과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모두 실패했다.”(〈한겨레〉 6월 15일치.) 지명도 있는 개인에 의존하는 운동이 잘못됐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다.

실제로 송철호 후보나 이문옥 후보는 정당 인지도가 낮다는 이유로 홍보 포스터에 민주노동당을 보일락말락하게 넣는 대신 ‘인물’을 부각했다. 그러나 노동자 운동은 그 성격상 모름지기 집단적인 운동이다. 민주노동당 운동은 노동자 운동의 일부다. 따라서 우리 당의 선거 운동도 집단적인 투쟁과 활동에 기반해야 한다는 점을 이번 선거는 보여 줬다. 마지막으로, 이번 선거 결과는 “다함께”가 지방 선거 지원 활동에 초점을 맞췄던 게 옳았음을 보여 줬다. “다함께”는 서울 지역 15개 선거구와 인천, 부산, 원주, 진주에서 선거 지원 운동을 했다. 많은 회원들이 선거 연단을 이용해 진보적 대안을 선전·선동하기 위해 노력했다. 비록 극소수였으나 일부 사람들은 이번 선거에 다소 시큰둥하거나 선거 지원 운동에 굼떴다. 이것은 선거가 제공하는 기회를 외면하거나 선거에 수동적으로 대응하는 것이었다. 이번에 민주노동당은 기성 정당들에 맞서 진보적 대안을 건설할 잠재력을 보여 줬다. 민주당은 예상대로 참패했고 광범한 분노가 존재한다. 〈다함께〉 지난호에서 지적했듯이, “2000년 4월 총선과 비교해 지금은 김대중에 맞서 좌파적 대안을 건설하기 위한 조건이 좀더 무르익었다.” 이것은 올해 대선에서 진보 진영 후보가 5년 전보다 훨씬 전진할 것임을 전망케 한다. 우리는 대선 때는 실로 전원이 전력 투구해야 한다. 그리고 지금 당장 우리는 당원 배가 운동을 해야 한다. 주위의 지인들과 활동가들, 거리의 노동자와 학생들과 평범한 시민들을 민주노동당으로든 “다함께” 경향으로든 또는 둘 다로든 끌어당겨야 한다. 매주 금요일 또는 토요일마다 시내 중심지에서 입당 원서를 갖다 놓고 가입을 받으면 어떨까? 많은 사람들이 기성 정당이 아닌 다른 대안을 갈구하고 있다. 이런 대안을 건설하는 일부가 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