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점령과 한국군 파병:
학살의 5년, 저항의 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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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이툰이 미군을 도와 이라크를 점령한 지난 4년 간 이라크인들의 고통은 날마다 배가됐다. 여론조사기관 ORB의 최근 발표에 따르면 이라크인 사망자 수는 1백20만 명에 이르렀다.
이제는 자이툰을 철군시켜야 한다. 왜 그런지 김용욱 기자가 살펴본다.
2003년 이라크를 침략할 때 부시 정부와 네오콘(신보수주의자)들은 이렇게 생각했다.
'이라크를 지배하면 중동을 지배하는 미국의 지위가 확고해질 것이고 유럽연합·일본·중국 등 잠재적 경쟁자들을 통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라크인들은 미군을 해방자로 환영할 것이며 자유시장 원칙을 철저히 적용하면 이라크는 순식간에 재건될 것이다.'
그러나 이런 가정은 완전한 몽상이었다.
점령 아래 고통스런 삶
재건을 자유시장에 맡긴 결과 엄청난 부패의 사슬이 형성됐다. 예컨대, 로라 부시는 친구의 회사가 한 마을에 약 5백억 원짜리 성형외과 건물을 짓는 계약을 따내도록 도왔다. 그러나 이 마을은 수돗물조차 제대로 나오지 않는 곳이다!
재건 사업의 철저한 실패와 점령군의 무능 때문에 이라크인들의 생활은 사담 후세인 정부 시절보다 훨씬 더 어려워졌다. 바그다드에는 전기가 하루에 4∼6시간밖에 안 들어온다.
폭격으로 파괴된 수많은 병원들이 재건되지 않았고, 수도 파이프의 60퍼센트가 부실 공사 때문에 새고 있다.
2006년 말 이라크 노동사회부에서 발표한 통계를 보면 실업률이 50∼70퍼센트에 달한다. 이라크 인구 2천9백만 명 중 거의 5백60만 명이 침략 이후 빈곤층으로 전락했다.
이라크인들이 저항에 나선 것은 당연했고 점령군은 2003년 여름부터 본격화된 이라크인들의 저항을 투옥과 학살로 막으려 했다.
감옥 중에는 아부 그라이브가 가장 악명이 높았다. 간수들은 잠 안 재우기·벌거벗겨두기·나체로 피라미드 쌓기 등 만행을 저질렀고, 일부 여성 수감자들은 미군에게 성폭행을 당했다. 전 소장 재핀스키는 당시 국방장관 럼스펠드가 직접 고문을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미군이 저항의 중심인 이라크 중부에서 이런 범죄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다른 나라의 도움이 필요했다. 2004년에 한국군 자이툰 부대 3천여 명이 북부 쿠르드 지역에 파병됨으로써 미군이 중부에서 학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망보는’ 구실을 한 것이다.
언론에 폭로된 미군 학살 사건은 끔찍했다. 2005년 11월에는 미군 해병대원들이 하디타에서 여성과 어린이 등 마을 주민 24명을 학살한 이라크판 ‘미라이 학살 사건’을 저질렀다. 그 외에도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학살이 발생했을 것이다. 실제로 의학 잡지 《랜싯》은 지난해 말 점령 때문에 사망한 이라크인이 65만 명이라고 발표했고, 얼마 전 여론조사기관인 ORB는 1백20만 명이라고 발표했다.
점령에 맞선 저항
이라크인들의 저항은 2003년 5월초 부시가 승리를 선언한 그 순간 시작됐다. 이라크인들이 부시 정부에 결정적 타격을 입힌 것은 2004년 4월 팔루자와 나자프에서 동시에 벌인 대규모 반점령 항쟁이었다. 이 항쟁은 수니파와 시아파가 단결해 점령군에 맞설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 줬다.
브루킹스연구소가 2007년 10월 1일에 발표한 통계를 보면, 2003년 6월에는 하루 평균 6회였던 저항세력의 공격이 2007년 4월에는 1백70회로 늘었다. 그 중 미군에 대한 공격이 압도 다수이며 이라크 꼭두각시 정부의 군대를 상대로 한 공격까지 더하면 전체의 80퍼센가 넘는다.
한편, 이 통계를 보면 민간인 대상 공격 횟수가 2006년 초 이래 증가한 것을 볼 수 있다. 이것은 점령군의 분열지배 전략 때문에 벌어진 결과다. 미국은 2004년 팔루자와 나자프에서 수니파·시아파 동시 항쟁에 직면하자 분열지배 전략을 사용했다. 점령군은 시아파 지도자들과 정치적 동맹을 맺고 부정선거를 통해 시아파 지도자들이 정부를 장악하도록 지원했다. 점령군은 종파로 나뉜 살인 특공대를 물질적으로 지원했다.
이런 종파 간 분열지배 정책은 2006년 2월 사마라의 시아파 황금돔 사원 폭파 사건으로 ‘결실’을 맺었다. 그 뒤 수니파에 대한 보복 공격이 확산되면서 종파 간 살상의 악순환이 걷잡을 수 없이 격화했다. 이것은 한편으로 부시 정부에게 골칫거리가 됐지만, 부시 정부는 종파 간 충돌을 빌미로 점령 연장을 정당화하고 있다.
분열을 조장하는 점령군이 오래 머물면 머물수록 이라크에는 더 많은 재앙이 닥칠 것이다. 이라크에는 제국주의에 맞선 종파 간 단결의 역사가 있다. 예컨대 이라크 공산당은 쿠르드족, 수니파와 시아파 무슬림, 기독교도, 유대인 신도들을 당원으로 받아들였다. 점령군들이 빨리 떠나면 떠날수록 비(非)종파적 운동들이 되살아날 가능성이 커질 것이다.
계속되는 반전 운동
제국주의 정부는 국내의 정치적 반발이 없다면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식민지 민중을 대량 학살하고 수많은 병사들을 죽음으로 내몰 수 있다. 그러나 국제 반전 운동은 그것을 두고 보지 않았다.
이라크 전쟁 반대 운동은 초기부터 참가 규모가 매우 컸다. 한 프랑스 학자는 2003년 1∼3월까지 3천5백만 명이 반전 시위에 참가했다고 계산했다. 아쉽게도 바그다드가 함락되고 난 뒤 반전 운동 대열이 크게 줄었다.
그러나 반전 운동의 주장이 옳았음이 입증됐다. 대량살상무기는 없었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이라크인들은 점령군을 환영하지 않았다.
구체적 성과도 남겼다. 스페인에서는 친전쟁 우파 정부를 날려버렸고, 영국에서는 토니 블레어를 물러나게 만들었다. 이라크 점령 반대 정서는 세계적으로 여전히 강력하다. BBC 방송이 전 세계 22개국을 대상으로 한 여론조사에서 미군이 이라크에서 철수해야 한다고 답한 사람이 전체의 67퍼센트였다. 한국에서도 2003년부터 이라크 점령·한국군 파병 반대 행동이 지속돼 왔다. 지난해 말 한 여론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거의 90퍼센트가 이라크 파병에 반대했다.
미국에서도 미국인의 71퍼센트가 이라크 전쟁을 잘못된 전쟁으로 여기고 54퍼센트가 신속한 철수를 바란다.
10·27 반전행동에 동참하자!
10월 27일에는 미국 내 11개 대도시와 한국에서 ‘자이툰 파병 연장 반대와 이라크 점령 종식을 위한 한미공동반전행동’이 열릴 것이다.
노무현 정부는 자이툰 파병 연장을 착착 진행중이다. 정부는 임무종결 계획서 제출을 미루고 1백퍼센트 정부 인사로만 구성된 ‘자이툰부대 성과평가단’을 파견한 상태다. 게다가 10월 11일 ‘제2차 한미 차관급 전략대화’에서는 아예 “아프가니스탄에 주둔 중인 동의·다산 부대 철수 후 한국의 대(對)이라크 기여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부시 정부는 지금 이란 공격 위협을 강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라크에 남아 미군을 계속 돕겠다는 것은, 그동안 미군의 학살 도우미 노릇을 한 것도 성에 차지 않아 확전 준비를 거들겠다는 뜻이다.
정부가 10월 15일 내놓을 임무종결 계획서는 임무 ‘종결’이 아니라 임무를 ‘연장’하는 내용이 담길 것이다. 연말 파병 연장안 통과를 막기 위해 10·27 공동 행동을 성공시키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노무현이 끝내 파병을 연장한다면 남북 정상회담을 통해 얻은 ‘평화 대통령’이미지를 간직한 채 임기를 마칠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