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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죽이지 마라 - 사람 대접받고 싶었던 한 노동자의 죽음

건설노조 인천지부 전기 분과 정해진 동지가 10월 27일 분신 사망했다. 지난해 경찰에게 맞아 죽은 하중근 열사가 잊혀지기도 전에 또 한 명의 건설 노동자가 세상을 떠난 것이다. 더구나 이날은 4년 전 이맘때 비정규직 차별에 항거해 분신한 이용석 열사를 추모하는 집회가 있는 날이었다.

건설 노동자에게 죽음은 낯선 것이 아니다. “건설노동자들은 건설 현장에서 흙더미에 깔려 죽어도 보았다. 자재에 맞아 죽어도 보았다. 기계에 밟혀, 건물에서 떨어져 죽어도 보았다. 공권력에 맞아 죽어도 보았다. … [그리고] 이제 스스로 자신의 몸에 신나를 뿌리고 불을 붙여 죽어”(전국건설노조)간 것이다.

전기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은 그야말로 지옥같다. 근로기준법은 먼 나라 얘기고 하루 13시간씩 일하며 혹사당한다. 전봇대, 철탑 등을 오르내리며 배전 공사를 하는 전기 노동자들은 감전, 추락 등에 노출돼 있다. 특히 “2만 볼트 이상의 전기에 감전되면 순간 7천 도의 열이 발생해 팔 다리가 잘리거나 목숨을 잃는 게 부지기수”다.

2만 볼트

이 때문에 인천 지역 전기 노동자들은 노조를 건설했고 6월 19일부터 4개월 넘게 파업하며 주 44시간 노동과 토요일 격주 휴무를 요구했다. 그러나 “사람 대우해 달라”는 노동자들에게 돌아온 것은 폭력 탄압과 노조 파괴 공작이었다.

탄압의 선봉장은 바로 영진전업 사장이며 전기공사협회 간부인 유해성이었다. 이 자는 “너네는 죽었다 깨어나도 안 된다. 돈의 위력을 보여 주겠다”며 용역 깡패를 동원해 폭력을 휘두르고 단협 체결을 거부했다. 고소·고발과 손배가압류도 휘둘렀다. 자기 형과 사촌을 간부로 둔 어용노조(한국노총 소속)를 만들어 노조 파괴에 이용하기도 했다. 결국 많은 노동자들이 노조를 탈퇴하거나 어용노조로 옮겨갔다.

특히 10월 19일 새벽에 한국노총 조끼를 입고 천막 농성장에 들이닥친 용역 깡패들은 정해진 열사와 동료들을 무자비하게 폭행했다. 결국 이런 폭력과 탄압이 20년 동안 전기 노동자로 일해 온 정해진 열사를 절망과 죽음으로 몰아간 것이다.

열사는 온몸이 타 들어가는 순간에도 “동지들 힘내라”, “파업 투쟁 정당하다”고 외쳤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서도 끝없이 “유해성을 구속하라”고 외쳤다고 한다.

살인자는 바로 유해성이고, 용역업체 노동자들을 착취한 한국전력이며, 노조 탄압을 방조한 노동부와 경찰이며, 무엇보다 노무현 정부다. 배신적인 한국노총 지도부도 책임이 있다.

건설 노동자들이 사람 대접받을 수 있는 세상, 모든 비정규직 차별이 사라진 세상을 위한 강력한 투쟁과 희망을 건설하는 것이 열사의 뜻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