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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상은

주5일 근무제를 둘러싼 갈등

김태훈

노사정위 합의가 무산된 뒤 정부가 주5일 근무제 단독 입법을 추진하자 한나라당과 기업주들이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다른 나라는 1인당 국민소득이 1만 5천 달러가 된 후에나 실시했다”며 주5일 근무제가 아직 시기상조라고 반대한다.

그러나, 프랑스·스웨덴·스페인·포르투갈·그리스 등 대다수 나라들이 주5일 근무제 도입 당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만 달러 수준으로, 지금의 한국과 비슷했다. 1971년 주5일 근무를 도입한 벨기에는 당시 1인당 국민소득이 3천 달러도 채 안 됐다.

우리 나라 제조업 노동자들은 일주일에 50시간씩, 세계에서 일곱 번째로 오래 일한다(1999년 국제노동기구, 〈노동 통계 연감〉). 산업재해 발생률은 미국의 67배, 타이의 갑절로 세계 1위다. 이런 끔찍한 현실 때문에 민주당은 물론 한나라당조차 2000년 총선에서 주5일 근무를 공약으로 내걸지 않을 수 없었다.

교활하게도 정부는 주5일 근무 법안에 노동 조건 개악을 끼워넣으려 한다. 정부는 공휴일과 생리 휴가를 무급화하고 변형 근로를 확대할 속셈이다.

이렇게 되면 노동 강도가 강화되고 임금이 줄어든다. 흔히 노동시간 단축의 모범이라고 말하는 프랑스가 바로 그랬다. 1998년 조스팽이 이끈 사회당 정부는 사장들이 원하는 시간 아무 때나 초과 근무 수당을 주지 않고도 하루 13시간씩 노동자들을 부려먹을 수 있게 했다. 노동시간 단축 1년 뒤인 1999년 여론 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한 노동자의 32퍼센트가 임금이 삭감됐다고 말했다. 33퍼센트는 노동 강도가 더 강해졌고 심지어 절반 가량의 노동자들이 토요일에도 일할 것을 강요당했다고 말했다.

김대중 정부는 임금을 보전하겠다고 하지만, 이것은 입발림말일 뿐이다. “임금을 보전한다고 해서 구체적 방법을 명시하거나 지속적으로 지급한다는 뜻은 아니다.”(노동부, 〈대한상의 서한문에 대한 정부 입장〉)어처구니없게도 한나라당과 기업주들은 이런 정부안이 “노동계 의견만 수용했다”고 비난한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박용성은 “돈이 하늘에서 떨어지는 줄 아느냐?”며 펄쩍 뛴다. 이들은 자신들의 이윤이 조금이라도 줄어들까 봐 생리 휴가 폐지와 임금 삭감을 요구하고 있다.

기업주들은 “법제화해서 일률적으로 강요하지 말고 노사 자율에 맡기자”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렇게 되면 노동자들이 불리해지는 경우가 많다. 금융권은 7월 1일부터 독자적으로 주5일 근무를 시행하고 있지만, 그 대가로 연월차 휴가를 축소했다. 심지어 한국은행은 평일에 1시간씩 더 일한다. 무엇보다, 노사 자율에 맡기면 이 나라 노동자의 90퍼센트에 가까운 미조직 노동자들이 혜택을 받지 못한다.

진정한 주5일 근무는, 민주노총 백순환 비상대책위원장의 말처럼, “노동 조건이 후퇴하지 않아야 하고 중소·영세·비정규직에게 혜택이 가도록 일괄 실시해야 한다.”

소리바다 폐쇄를 반대한다

한상원

7월 11일 수원지법 성남지원은 한국 음반산업협회(이하 음반협회)가 음악 파일 무료 공유 사이트 소리바다를 상대로 낸 음반 복제 등 금지 가처분 신청을 수용했다. 7월 30일 법원이 소리바다 서버 3대를 폐쇄해 7월 31일 소리바다의 검색 서비스가 중단됐다.

법원이 음반협회가 낸 가처분 신청을 수용하자 인터넷에서 네티즌들은 찬반 논쟁을 벌였다. 대다수 네티즌들이 소리바다 폐쇄에 반대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 다음 커뮤니케이션의 설문조사 결과, 네티즌 3만 2천4백51명 가운데 69.1퍼센트가 ‘유료화를 반대한다’고 답했다.

법원의 소리바다 폐쇄 판결은 인터넷을 통한 무료 음악 파일 공유에 대한 공격의 시작이다.

그 동안 음반사들은 우후죽순격으로 등장하는 무료 음악 파일 공유 사이트들을 눈엣가시처럼 여겨 왔다.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이윤 때문이다. 음반협회 회장 박경춘은 “소리바다가 서비스를 시작한 2000년부터 해마다 50퍼센트씩, 2천억 원의 손실을 보았다”고 말했다.

음반협회는 소리바다가 지적 재산권을 “간접적으로 위반”해 공정한 시장 경쟁 질서를 위협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음반 시장은 공정하기는커녕 불공정과 부패 투성이다. 연예 기획사 ‘에이스타스’ 대표 백남수는 MBC 피디 이성호에게 6천만 원어치의 뇌물을 바치고 〈스포츠 조선〉 부국장 윤태섭에게도 금품 4천만 원어치를 제공했다. 이런 식으로 상위 10개 연예 기획사 소속 가수들이 MBC, KBS, SBS 등 공중파 방송사들의 가요 프로그램에 45퍼센트 이상 출연했다.

음반협회는 지적 재산권이 가수들의 창작 욕구를 보호하기 위한 조처라고 말한다. 그러나 가수들의 창작욕을 저해하는 진정한 주범은 상업성을 앞세우는 음반사들이다. 대부분의 가수들이 음반사의 횡포에 시달린다. SM 엔터테인먼트 소속 가수들은 계약해지를 신청할 경우 계약금과 투자금은 물론 ‘잔여기간 예상수익’의 3배를 소속사에 물어야 한다.

대형 음반사나 기획사들은 상업성이 없으면 무명 가수들에게 투자하지 않거니와 독점을 형성해 이들의 시장 진출을 가로막는다. 길거리에서 공연하는 인디밴드 ‘슈퍼마켓’은 이렇게 말했다. “우리들은 편하게 무대 시설을 쓸 수가 없다. 열악할 뿐 아니라 비싼 시설을 빌려 공연할 때마다 너무나 힘이 든다. 소리바다로 피해를 입는 것은 그들[대형 음반사들]이지 우리가 아니다.”음악을 포함한 모든 지식과 정보는 공유돼야 한다. 음반사들의 돈벌이보다 대다수 사람들이 음악을 자유롭게 들을 권리가 더 중요하다.

헐리우드 영화의 경찰을 부러워하는가

김덕엽

경찰이 억압을 강화하고 있다. 7월 31일 경찰청은 체포·연행시 수갑 사용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경찰은 용의자를 땅에 엎드리게 한 뒤 팔을 꺾고 수갑을 채우기로 했다. 매달 실제 상황에 버금가는 총기 사용 훈련도 하기로 했다. 또, 현장에 출동할 때 형사 기동대와 112 타격대가 함께 출동해 강력 제압하기로 했다.

7월 중순 경찰은 술에 취해 사소한 시비를 벌인 사람을 강압적으로 연행하다가 사람들의 분노를 샀다. 경찰은 그 사람을 도로에 엎드리게 해 뒤로 수갑을 채운 뒤 질질 끌고 가면서 발로 밟아 뭉갰다. 이 광경을 지켜본 2백여 명이 경찰에게 거세게 항의했다. 경찰이 그 사람을 경찰차에 태워 연행하려 하자 항의하던 사람들은 경찰들과 격렬한 몸싸움을 벌였다. 경찰은 항의자들 중 한 명을 연행했고 연행당한 두 사람은 파출소에서 구타당했다. 사당 2파출소 부소장 김형환은 “시민들이 군중심리 때문에 흥분했다.”며 비난했지만 파출소 CC-TV 테이프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 사건 며칠 뒤 경찰청은 경찰력에 도전하는 모든 행위를 사법 처리키로 했다. 그 뒤 경찰은 경찰력 침해 사범으로 하루 평균 40여 명을 사법처리하고 있다(〈내일신문〉 7월 31일치).

경찰은 “경미한 범죄의 경우 현행범이라도 주거가 분명하지 않을 때만 체포할 수 있”는 현행 형사소송법을 문제삼으며 “체포 요건을 완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미 경찰은 체포·연행시 법 절차를 무시해 왔다. 경찰은 6월 19일 체포영장도 없이 부산 지방노동청에서 점거 농성을 벌이던 노동자들을 강제 연행했다. 최근에는 두 여중생을 죽인 미군을 규탄하는 집회에서 참가자들에게 폭력을 휘둘렀다.

얼마 전에는 1997년에 경찰이 술자리에서 작은 시비를 벌이던 30대 회사원을 연행해 집단 폭행한 사실이 뒤늦게 폭로되기도 했다. 폭행당한 사람은 후유증으로 직장을 그만뒀지만 경찰은 피해 보상은커녕 사건을 은폐·축소하기 위해 피해자를 협박했다(〈시민의 신문〉, 2002년 2월 4일치).

“인권을 존중하고 권한을 남용하는 일이 없도록” 한다는 경찰 서비스 헌장은 언제나 사기일 뿐이다.

□ 지난호 기사 ‘죽음을 거래하는 다국적 제약회사’에서 글리벡 제조회사는 미국계 글락소스미스클라인이 아니라 스위스계 노바티스입니다.

□ 지난호 기사 ‘미군에게만 편안한 소파’에서 미군의 경범죄에 대한 재판관할권은 한국이 갖고 있습니다. 그러나 상소권은 없어 제한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