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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영 파병반대국민행동 운영위원 인터뷰:
이라크 민중의 피로 석유 얻자는 파병, 함께 반대합시다
반전 운동이 이명박 굴복시켜야

오는 3월 16일에는 이라크 전쟁 5주년을 맞아 국제 반전 행동이 열린다. 한국에서도 파병반대국민행동이 3.16 행동을 준비해 왔다. 김환영 파병반대국민행동 운영위원을 만나 한국 반전 운동과 이날 행동의 의의를 들어 봤다. 김환영 운영위원은 평화재향군인회 사무처장으로도 일하고 있다.

이번 3.16 국제공동반전행동은 지난해 런던국제반전회의에서 결정이 됐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런 결정의 배경과 의의는 무엇입니까?

2006년 런던회의에서도 국제적 반전 시위를 결의한 바 있는데, 지난해 제가 참가했던 런던회의에서 또 다시 국제 반전 행동이 결정됐습니다.

국제적인 차원에서 반전 행동을 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국내 진보진영은 반전을 중심 의제로 삼지 않는 경향이 있는 듯해, 이를 중심 의제로 끌어올리려 노력하는 게 중요했습니다.

[런던회의의] 의제는 매우 다양했습니다. 약간 힘이 빠져 있는 반전평화 운동을 다시 점화해야 한다는 얘기가 있었습니다. 전에 생각지 못했던 미국의 이란 공격에 대한 관심도 높았습니다. 이런 의제를 국내에서도 받아안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당시 파병반대국민행동을 대표해 런던회의에 참가했던 저는 국제적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전쟁이라는 문제가 한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고, 한 국가 차원에서 해결 가능한 것도 아니기 때문이죠.

당시 ‘파병반대국민행동이 런던회의에 대표자를 보낼 필요가 있겠느냐’고 하신 분들도 있었지만, 그 분들을 설득해 어렵게 갈 수 있었습니다. 파병반대국민행동이 국제회의에 대표자를 파견한 첫 경우였는데, 개인적으로 한국 반전 운동 역사에서 굉장히 의미 있는 날이라고 생각합니다.

부시는 이라크를 해방시키겠다며 전쟁을 일으켰습니다. 현재 이라크 상황은 어떻다고 보십니까? 얼마 전 부시는 이라크 상황이 안정되고 있다고 말한 적이 있는데요.

지난해 8월 미국 재향군인회가 주최한 회의에서 부시가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이라크 문제 해결의 샘플이 한국에 있다’고요.

부시는 이라크를 한국의 역사적 경험과 비슷하게 만들고 싶은 모양입니다. 한국전쟁을 통해 한국인을 분열시키고 분단을 고착화하고, 주한미군을 주둔시켜 장기 지배했던 방식 말입니다. 부시는 전쟁을 통해 이라크인들을 분열시키고, 이런 분열을 이용해 영구 지배하려는 시나리오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정의를 생각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용납할 수 없는 것입니다. 또, 이라크가 부시 뜻대로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미국의 전쟁을 지원한 세계 여러 정부들이 정권을 잃었습니다. 그런데 이명박은 후보자 시절부터 자이툰 파병 재연장을 강력히 주장했습니다.

이명박은 자이툰이 기름밭 위에 주둔하고 있다고 한 바가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의 중심 인물들은 모두 파병 옹호자들입니다. ‘석유 안보’라고 말하기도 하고, 석유를 싸게 가져온다고도 하는데, [유가 폭등에서 보듯이] 실제로는 정반대 아닙니까.

아르빌에서 유전을 계약했다지만 정작 이라크 정부는 이를 용인하지 않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이명박은 파병의 정당성을 국익이나 실용에서 찾으며 결코 파병을 철회하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 반전 운동이 그를 굴복시켜 끌어내려야 할 것입니다.

이명박 정권은 상설파병부대 논의를 본격화하고 있는데요.

여러 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아는데, 어떤 형식이든 국회 동의 없이 파병하는 것은 헌법에 위배되는 것으로 도저히 용납할 수 없습니다.

우리는 파병이 PKO 형태로 포장되는 것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PKO라고 하면 국민들이 비교적 호감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할 것입니다.

파병반대국민행동은 그동안 국민의 압도적 반전 여론을 행동으로 표현하는 데 구심 역할을 해 왔습니다. 이럴 수 있던 힘은 무엇이고, 앞으로 반전 운동을 어떻게 확대해 나가실 계획이십니까?

우리 파병반대국민행동의 능력이라기보다 국민들의 반전 의식이 확고히 생겨난 것 때문이죠. 이라크 전쟁 전에도 한국 정부가 베트남, 동티모르, 아프가니스탄 전쟁 등에 파병했지만 그때는 대중적 반전 운동이 없었습니다.

미국의 이라크 침공 때 비로소 대중적 반전 운동이 생겨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저는 반전 운동에 처음부터 참가하지는 않았지만, 출근길에 김선일 씨 피랍 소식을 듣고 하늘이 노래지는 느낌이었습니다. 파병을 강행해서 국군의 위용을 보이자며 한 국민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것은 군인의 정신이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파병 반대가 있었던 것입니다. 일종의 국민적 합의, 각성이 있었던 것입니다. 처음에는 이라크 파병 반대에 대한 합의에서 출발했는데 5년 동안 반전 운동을 진행해 오면서 아프가니스탄, 레바논 등 모든 파병에 반대하는 것으로 발전한 측면이 있습니다.

국민들은 처음에는 [단순한] 분노에서 시작했다고 봅니다. 그런데 이라크 전쟁이 진행되면서 침공의 명분이었던 대량살상 무기도 없고, 인권이나 민주주의를 위한다는 게 다 거짓말로 판명됐습니다. 이런 명분 중 단 1퍼센트라도 사실이었다면 국민 여론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수도 있었을 것입니다. 그런데 모두가 거짓말이었습니다.

그래서 [국민들이] 한발짝 더 나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이라크 전쟁뿐 아니라 미국이 벌인 다른 군사행동들, 아프가니스탄·이란·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억압·레바논 침공·대북 압박까지 의구심을 확대하게 됐습니다. 게다가 주한미군의 군사행동과 베트남 전쟁 등 역사 속 미국의 군사행동까지 말입니다.

이런 점을 볼 때 국민들의 반전 여론은 확고하다고 봅니다. 이런 기반이 있기 때문에 파병반대국민행동이 그것을 잘 담아내고 외연을 더 확장시키며 발전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전쟁에 반대하는 사람들 중 일부는 민주당 정권에 기대를 나타내기도 하는데 이를 어떻게 보십니까?

근본적으로 미국 민주당이 평화 정당이 되기는 어렵다고 봅니다. 그런데 미국인들 상당수는 이라크 전쟁은 반대하지만 철군은 패권을 유지하면서 서서히 해야 한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이런 게 오바마로 표현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오바마가 대통령이 되면 시간이 매우 오래 걸리긴 하겠지만 서서히 이라크 철군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사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위기나 경제 위기 등 미국의 패권이 약화되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래서 그동안 패권을 추구했던 미국에서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새로운 정치 세력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고 봅니다. 미국의 잘못을 인정하고 패권 추구를 버리는 세력이 등장하면 새로운 미국을 기대할 수 있다고 봅니다.

군인 단체들은 보수적이거나 전쟁을 지지하는 게 보통인데 평화재향군인회는 다른 것 같습니다. 평화재향군인회는 어떤 단체입니까?

평화재향군인회는 2005년 9월에 출발했습니다. 당시 강원도의 한 내무반에서 총기난사 사건이 있었습니다. 사실 그 전부터 대한민국 군대에 대한 불신이 있었는데, 그때 그 사고로 군대 개혁을 더는 미룰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반전이라는 생각을 군인들이 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전쟁이 있어야 군인이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평화재향군인회가 반전 운동에 나선 이유는 일제에 맞선 광복군의 정신을 이어가자는 것이었습니다. 광복군의 무장투쟁, 광주 시민군의 무장투쟁을 폄하한다면 그건 제대로 된 군인정신이 아니라고 봤습니다. 파병은 그런 정신에 위배되는 것이어서 반대하는 것입니다. 물론 파병반대국민행동과 평화재향군인회의 생각이 다를지 모르지만 말입니다.

저희 단체가 미국평화재향군인회와 업무협약을 맺었는데 거기는 우리보다 더 ‘독한’ 반전 운동 단체입니다. 군수물자 수송을 막기 위해 철로 위에 자신의 다리를 밀어 넣은 사람, 베트남 전쟁을 거부하고 캐나다로 넘어간 분들이 모여 있습니다. 또, 모든 전쟁에 반대하고 징집을 거부하기도 하죠.

끝으로 하시고자 하는 말씀이 있다면?

이라크에서 1백20만 명이 죽었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대충 1백만 명이 죽었다고 하죠. 이라크 민중의 피, 살, 뼈들, 그들의 분노, 그런 것으로 우리 목구멍에 풀칠하고 석유 얻어 사업하자는 것에 반대합니다.

이라크인들의 아픔을 나누면서 우리의 대안을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노동운동, 빈민운동, 환경운동 다 중요하지만, 우리 이웃이 1백만 명이 죽어 가는데 이를 외면한다면 그것은 거짓된 것입니다. 이 문제에 우리가 책임 있는 모습을 보여야 합니다.

이 점에서 파병 반대는 하나의 리트머스 시험지입니다. 우리 사회가 잘못됐다는 것의 극명한 상징입니다. 의기투합해 싸웁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