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윤석열 퇴진 운동 2023~24년 팔레스타인 투쟁과 중동 트럼프 2기 이주민·난민 우크라이나 전쟁

광란의 시장에 대한 진정한 대안

미국의 경제 위기가 심화하자, 자본주의 체제를 가장 열렬히 지지하는 사람들조차 신자유주의 이데올로기에 대해 회의하고 있다. 그들이 지난 30년 동안 자본주의 체제를 정당화하는 데 이용했던 이데올로기를 이제 불신하고 있는 것이다.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큰 은행인 도이체방크의 총재 요세프 아커만은 2주 전 프랑크푸르트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시장의 자기치료 능력을 더는 믿지 않는다.”

영국 자본주의의 대표 신문인 〈파이낸셜 타임스〉의 칼럼니스트들이 미국 국가가 한 은행[베어스턴스]의 파산을 막기 위해 순수한 시장 원리에서 벗어나 막대한 자금을 쏟아붓는 것을 보며 고뇌하는 모습은 놀라울 정도다.

오랫동안 신자유주의를 열렬하게 옹호해 왔던 마틴 울프도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 투입이 단행된 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2008년 3월 14일은 세계 자유시장 자본주의라는 꿈이 사멸한 날이다.”

고뇌하는 또 다른 칼럼니스트는 마이클 스캐핀커다. 그는 지금 사상의 현저한 변화가 진행중이고, 이것은 30년 전의 변화만큼 중요한 현상이라고 말한다.

당시 대다수 자본주의 옹호론자들은 “케인스주의” ― 국가 개입으로 자본주의 경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이론 ― 를 폐기하고 오늘날 신자유주의로 알려진 이데올로기 ― 국가 개입이 자유시장 자본주의의 원활한 작동을 방해한다는 주장 ― 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스캐핀커는 자본주의를 지지하는 자신의 독자들을 위로하는 한 마디를 덧붙였다. “좌파나 극좌파의 웹사이트들을 검색해 보면 그들이 아직 분명한 대안을 찾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고 말이다.

그러나 그는 〈소셜리스트 워커〉 웹사이트를 “검색”해 딱 한 문장만을 인용했을 뿐이다.

스캐핀커가 우리의 출판물들을 진지하게 살펴봤다면 그는 우리가 오래 전부터 현대 자본주의의 대안을 설득력 있게 주장해 왔음을 알수 있었을 것이다.

모순

우리가 주장하는 대안은 매우 간단한 관찰에서 시작한다.

현대 자본주의 체제는 다양한 형태에도 불구하고 핵심적 모순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한편으로, 현대 자본주의는 60억 세계 인구 대다수의 노동을 세계적 협력 체제로 통합하는 네트워크들에 의존하고 있다.

이 점은 여러분이 입고 있는 옷만 봐도 알 수 있다. 세계 어디선가 생산된 면사나 모직이 다른 곳에서 생산된 철강으로 만들어진 배에 실려 제3의 장소로 운반돼 거기서 천으로 직조되고, 다시 제4의 장소에서 옷으로 만들어지고, 석유를 사용하는 교통수단에 실려 제5의 장소로 운반되는 등 여러 단계와 과정을 거쳐 여러분의 손에 들어온다. 가장 간단한 품목을 만드는 데도 수많은 사람들의 노동이 필요하다.

다른 한편으로, 이런 네트워크들의 조직화는 협력을 바탕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소수 특권층간의 무자비한 경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그들은 생산에 필요한 수단 ― 도구, 기계, 유전(油田), 첨단 통신 시스템, 토지 ― 을 독점하고 있다.

이들 소수 특권층 ― 이런저런 자본가들 ― 의 생산 동기는 인간의 필요 충족이 아니다. 그들은 경쟁에서 다른 자본가들보다 앞서 나가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며 생산을 한다.

경쟁에서 앞서가는 관건은 이윤을 남기고 그 이윤을 새로운 생산수단에 투자하는 것이다.

때때로 이런 투자가 실제로 대중에게 유용한 물건을 생산하는 데 쓰이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은 경쟁업체가 소유한 기존 슈퍼마켓 옆에 새로운 슈퍼마켓을 짓는 데 쓰이거나 신약의 연구·개발이 아니라 기존 약의 판매 촉진 비용으로 쓰인다. 또, 고물이나 다름없는 소프트웨어의 독점을 유지하기 위해 경쟁업체의 더 나은 소프트웨어를 사장(死藏)시키는 데 쓰이거나 다른 나라의 석유를 차지하기 위해 전쟁을 벌이는 데 쓰인다. 또,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사람들을 상대로 고리대금업을 하는 데 쓰이거나 식품 가격을 올리기 위해 식품을 사재기하는 데 쓰이거나 금융 투기 업체들이 주로 입주하는 값비싼 초고층 빌딩을 짓는 데 쓰인다.

그런 체제는 위기가 거듭될 수밖에 없다. 경쟁적으로 이윤을 좇는 자본가들이 수익성이 있는 듯한, 그러나 위험한 벤처 사업에 돈을 쏟아붓기 때문이다. 비록 그 결과로 원료 가격이 급등하고, 자본가들의 이윤을 떠받치기 위해 임금이 억제된 노동자들로서는 구입할 엄두도 내지 못하는 제품들이 대거 생산된다 해도 말이다.

계획

그런 상태에 대한 사회주의적 대안은 간단하다. 자본가들의 경쟁을 바탕으로 하는 의사 결정 시스템을 진정한 민주주의로 교체하는 것이다. 그래서 대중이 경제적 우선순위를 민주적으로 결정하고 그런 경제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계획을 수립하고 서로 협력하는 것이다.

흔히들 현대의 생산 시스템은 너무 복잡해서 그런 계획이 실현될 수 없다고 한다. 그러나 주요 자본주의 기업은 모두 나름대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계획을 세운다.

테스코[영국 최대의 유통업체]는 매장의 상품 진열대를 채우기 위해 거리의 시장에 의존하지 않는다. 테스코는 모든 대형 매장에 공급할 수많은 제품을 차질없이 확보하기 위해 몇 년 전부터 계획을 세운다. 마찬가지로, 닛산과 GM 같은 자동차회사들도 수많은 자동차 부품을 생산하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수립한다. 심지어 하청 부품업체들에 단가 인하 압력을 가하는 것까지도 치밀하게 계획한다.

중요한 사실은, 실제로 계획을 짜는 사람들 중에는 거대 기업의 소유자가 아주 아주 드물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고용된 전문가들이 그들을 위해 계획을 짜 준다.

마찬가지로, 새로운 생산 기술을 연구하고 개발한 사람들, 자본주의 체제의 성과라고 떠들어대는 진보를 실제로 이룩한 사람들은 기업 소유자나 이사가 아니라 그들에게 고용된 노동자들이다.

계획과 [생산 방식·기술의] 혁신이 현재 체제에서 가능하다면, 이윤을 얻기 위한 경쟁이 또 다른 경쟁으로 치닫는 체제가 아니라 민주적 의사 결정을 통해 인간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체제에서도 계획과 혁신은 가능할 것이다.

사실, 오히려 그런 체제에서 계획은 더 쉬울 것이다. 지금 자본주의 기업에서 이루어지는 계획은 항상 경쟁 업체들의 계획 때문에 왜곡되기 마련이다.

닛산이 막대한 돈을 쏟아부어 새로운 자동차 모델을 출시하지만, 이미 시장에는 폴크스바겐이나 도요타가 생산한 자동차들이 넘쳐난다. 테스코가 내년 상반기를 겨냥해 야심찬 계획을 수립하지만, 금융 시장의 맹목적인 경쟁에서 비롯한 위기 때문에 테스코의 제품을 소비해야 할 사람들의 구매력이 떨어지고 있다.

바로 이런 경쟁 때문에 옛 소련은 경제적 재앙을 맞았다. 아래로부터의 민주적 결정이 없었던 옛 소련에서 지배자들의 목표는 서방과의 군사적 경쟁에 모든 것을 종속시키는 것이었다. 마지막 20년 동안은 서방뿐 아니라 중국과도 경쟁했다. 내부의 계획이 외부의 경쟁에 종속되다 보니 계획이 그 대립물로 변해 버렸다.

그렇다면 사회주의자들은 지금 당장 모든 시장 메커니즘을 폐지하는 일에 달려들어야 하는가? 우리의 적들이 항상 떠들어대듯이, 사회주의자들은 “모든 구멍가게의 국유화”를 주장하는가?

결코 그렇지 않다. 오늘날 자본주의 사회의 현실을 좌우하는 것은 수많은 소규모 상점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 거대 자본주의 기업들에서 일어나는 일이다.

재조직

사회를 사회주의적 방향에 맞게 재조직하려면 그런 거대 기업들을 통제하고 그들의 투자 결정을 조정하고 민주적으로 결정된 우선순위들을 이행하도록 그들을 강제해야 한다.

이 결과에 따라 경제의 덜 중요한 부문에서 시장 메커니즘이 얼마나 오랫동안 작동할 것인지가 결정될 것이다.

이런 민주주의는 오늘날 존재하는 “민주주의”와 사뭇 다를 것이다. 지금의 민주주의에서는 진정한 권력을 기업들이 갖고 있고 평범한 사람들은 경제 운용에 대해 발언권이 전혀 없다.

사회주의 사회에서는 인간의 필요를 충족시키는 생산 계획에 대한 민주적 논쟁에 대중이 참여할 것이다.

이런 대안을 가로막는 장애물은 실현 불가능성이 아니다. 오늘날 부의 생산을 통제하고 소유한 자들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려고 온 힘을 다해 저항하기 때문이다.

그들이 도이체방크 총재처럼 신자유주의에서 국가 개입 강화로 입장을 바꿀 수는 있다. 그러나 그들 자신의 경제적 권력은 끝까지 고수하려 할 것이다. 그들의 체제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의 대규모 투쟁만이 체제를 끝장낼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 마디만 더. 그런 투쟁들은 한 나라에서 시작될 수 있고, 부의 재분배를 통해 중요한 긍정적 성과들을 거둘 수도 있다.

그러나 자본주의 경쟁의 국제적 성격을 감안하면, 자본주의의 영향력에서 궁극적으로 벗어날 수 있는 길은 이 나라에서 저 나라로 투쟁이 확산되며 발전하는 것뿐이다.

그래야만 민주적으로 통제되는 새로운 생산 네트워크들이 모든 자원을 마음껏 활용해 대다수 인류에게 더 나은 삶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화의 긍정적 효과 하나는 세계의 한 지역에서 투쟁하는 사람들이 다른 곳에서 벌어진 투쟁들을 훨씬 더 많이 알게 됐다는 것이다.

크리스 하먼은 《인터내셔널 소셜리즘》의 편집자이고, 《신자유주의 경제학 비판》, 《쉽게 읽는 마르크스주의》 등 많은 책을 썼다.

이메일 구독, 앱과 알림 설치
‘아침에 읽는 〈노동자 연대〉’
매일 아침 7시 30분에 보내 드립니다.
앱과 알림을 설치하면 기사를
빠짐없이 받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