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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서평] 《여성 해방과 혁명》, 토니 클리프, 책갈피:
역사를 창조해 온 여성들의 투쟁

인간 사회의 역사를 “계급투쟁의 역사”로 보는 마르크스주의자들은 착취당하고 억압받는 계급들, 여성과 남성 대중이 역사의 주체라고 강조한다.

토니 클리프의 《여성 해방과 혁명》은 이런 관점에 바탕한 책이다. 여성은 단지 ‘피해자’나 수동적 객체가 아니라 역사의 창조자다. 자본주의 탄생 뒤에 벌어진 여러 위대한 혁명 운동에서 여성은 중요한 구실을 했다. 프랑스 혁명과 러시아 혁명에서 노동 여성은 억압과 착취에 맞서 가장 전투적으로 앞장서서 싸웠다.

프랑스 혁명을 밀어붙인 주요 동력은 공정한 가격으로 충분한 식량을 얻으려는 노동 여성들의 투쟁이었다. “프랑스 혁명에서 식량 폭동은 … 진정한 의미의 여성의 날들이었다.”

1917년 러시아 혁명을 시작한 것도 페트로그라드 여성 노동자들이었다. “굶주림과 전쟁으로 필사적이게 된 노동 여성들은 엄청난 기세로 지나는 길에 있는 모든 것들을 파괴해 버리는 허리케인처럼 나아갔다. 수세기 동안의 억압에 대한 증오로 가득 찬 노동 여성들의 이 혁명적 행진은 차르 제정을 붕괴시킨 2월혁명의 거대한 불길을 당긴 불꽃이었다.”

《여성 해방과 혁명》은 사회 변화를 위한 투쟁에서 여성들이 어떤 구실을 했는지 매우 구체적이고 생생하게 보여 준다. 이것만으로도 이 책은 귀중한 가치가 있다. 그러나 토니 클리프는 알려지지 않거나 은폐된 여성의 역사를 복원하는 데서 그치지 않는다.

모든 여성들에게 억압과 해방의 구체적 내용이 동일했던 적은 없다.

“노동계급 여성에게는 인플레이션, 실업과 굶주림 같은 문제가 이혼, 교육, 법적 지위 문제보다 훨씬 더 시급한 문제였다.”

그래서 토니 클리프는 여성 억압을 구체적으로 다루면서 특히 여성 해방과 계급투쟁의 관계를 설명하려 했다.

“노동계급 여성들의 운명은 그들이 속한 계급과 분리될 수 없었다. 이것은 혁명의 상승과 쇠퇴, 두 과정에서 모두 입증됐다. 노동 여성들은 노동계급이 봉기할 때는 함께 봉기했으나, 노동계급이 패배했을 때는 남성들보다 훨씬 더 심각한 패배를 겪었다.”

여성 해방이 사회의 혁명적 변화와 운명을 같이한다는 것을 똑똑히 보여 준 사건은 러시아 혁명이었다. 소비에트 러시아는 여성에게 완전한 선거권, 이혼의 자유, 동일임금, 유급 출산휴가를 보장했고 낙태를 합법화했다. 무엇보다 가사와 육아의 사회화를 시도했다.

그러나 스탈린의 반혁명은 혁명의 모든 성과를 빼앗아 갔다.

토니 클리프는 이 과정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서 러시아 혁명이 가족과 성 억압을 제거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았기 때문에 실패했다는 식의 해석을 반박한다.

이 책은 또 여성들을 조직하기 위한 사회주의 운동의 노력과 1968년 이후 탄생한 현대 여성 해방 운동을 평가한다. 그리고 자본주의에서 가족이 형성된 역사적 과정, 착취와 억압·해방의 상호 관계를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에서 다룬다.

오늘날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여성들이 노동자로 살아간다. KTX 투쟁, 뉴코아·이랜드 투쟁 등 비정규직 여성 노동자들의 투쟁을 통해 우리는 희망 ─ 여성들이 수동적이고 연약한 존재가 아니며 투쟁을 통해 변한다는 것 ─ 을 확인할 수 있다.

무엇보다 토니 클리프는 혁명의 역사를 통해 노동계급 여성과 남성이 함께 투쟁할 수 있고 노동계급이 분열을 극복할 때만 승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여성 해방과 혁명》은 진정한 여성 해방이 노동계급 자신의 힘을 통해 가능하다는 것을 일깨워 준다. 전쟁과 신자유주의가 대다수 여성들을 더욱 옥죄는 오늘날, 이것은 “자유를 향해 고동치는 심장”을 가진 새로운 세대가 반드시 기억해야 할 역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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