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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석균 칼럼 - 메스를 들이대며 :
누가 괴담을 퍼뜨리는가?

광우병 괴담 때문이라고 한다. 여중고생들의 ‘팬덤’ 현상이라고 한다. 수만 명의 시민들이 청계광장에, 여의도에 자발적으로 모여드는 것을 ‘불순세력의 선동’ 때문이라고 한다. 며칠 만에 1백만 명이 훌쩍 넘은 이명박 정부 탄핵 서명을 명의도용이라고 한다. 도대체 무엇이 ‘괴담’이고 누가 ‘불순한 선동’을 하고 있는가? 위험한 것을 위험하다고 하고 잘못된 정부의 정책을 잘못된 것이라 말하는 수많은 시민들의 요구가 괴담인가? 아니면 이들을 선동에 놀아나는 무지몽매한 대중이라고 말하는 정부와 조중동이 괴담을 퍼뜨리고 있는가?

괴담을 퍼뜨리고 있는 것은 시민들이 아니라 정부와 조중동이다.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하다는 것이 정부의 말이다. 그러나 그렇게 안전한 미국산 쇠고기라면 왜 유럽과 호주, 뉴질랜드 등에서는 수입을 아예 거부하는가? 왜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부위 제한과 연령 제한을 통해 수입을 매우 엄격하게 규제하는가? 전 세계적으로 미국 정부만 말하고 있는 주장을 과학적 진실이라고 주장하는 정부와 조중동이야말로 괴담을 퍼뜨리는 당사자다.

반미 선동

검역 주권을 포기했다는 주장이 괴담이고 반미 선동이라고 한다. 그러나 한국에 수입하는 도축장의 승인권을 아예 미국에 넘기고 승인 권한을 포기했다. 미국에서 광우병 환자가 여러 명 발생해도 한국이 수입을 중단할 수 없다. 심지어 한국이 미국산 쇠고기의 안전성이 의심돼 미국산 쇠고기를 더 꼼꼼히 조사하려고 해도 하지 못한다. 한마디로 한국에 수입되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해 한국이 할 수 있는 것이 없고 거부할 수도 없다. 이를 한국의 결정권을 미국 정부에 넘겼다고 즉, ‘주권을 포기했다’고 하지 않고 어떤 다른 설명이 있는가? 제발 가르쳐 달라 조중동.

이제 정부는 괴담을 넘어 아예 코메디까지 한다. 신문 1면에 미국산 쇠고기는 안전하다는 광고가 실린 것을 보고 나는 미국 육류협회 광고인 줄 알았다. 그런데 한국 정부의 광고다. 5월 6일 정부의 기자회견장에는 LA 한인회장까지 등장했다. 다음부터는 시민단체의 기자회견장에 재유럽 한인회장과 재일동포회장을 동석시켜서 발언을 해야 할까? 3억 명이 넘은 사람들이 먹는다고? 그럼 나머지 세계인구 40억 명은 왜 안 먹는데? 2백만 명이 넘는 재미동포는 먹는다고? 그러면 재중동포와 재일동포, 재유럽동포들 5백만 명은 왜 안 먹는데? 이쯤되면 개콘이나 웃찾사를 따로 볼 일이 없다.

미국에서 아무리 안전하다고 주장해도 다른 나라에서 먹지 않는 이유는 미국이 위험한 줄 알면서도 렌더링 산업 즉, 미국의 카길과 콘아그라 등 거대 농식품복합체자본의 일부인 ‘동물성 사료 산업’을 포기하지 않기 때문이다.

유럽조차 광우병 파동 이후 수십 년 전통의 동물성 사료 산업을 포기했다. 소를 초식동물로 되돌린 것이다. 지금 유럽에서는 모든 농장동물이 동물성 사료를 먹지 않는다. 이렇게 해야만 광우병 위험성을 대부분 줄일 수 있다.

그런데 미국은 위험한 줄 알면서도 동물성 사료를 고집한다. 그러고서는 렌더링 산업을 유지하는 선에서 사료 제한 정책을 쓴다. 소를 돼지·닭에 먹이고 돼지·닭을 소에 먹이는 사료 제한 정책은 이미 유럽에서 실패한 정책으로 밝혀진 지 오래지만 이를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카길과 콘아그라, 타이슨푸드, 월마트 등 미국의 거대 다국적 농식품자본과 유통자본의 이윤을 위해서다. 기업의 이윤을 국민의 생명보다 위에 놓는 정책이 미국의 광우병 관리 정책인 것이다. 이 때문에 다른 나라들이 미국산 쇠고기를 안전하지 않다고 취급하는 것이고 미국 쇠고기를 자국의 인간식량체계(human food chain) 속으로 끌어들이기를 거부하는 것이다.

정부가 그토록 과학적 기준이라고 강조하는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기준을 보자. 애초에 검역이나 국민 생명은 무역협정 대상도 아니었고 돼서도 안 된다. 국민의 생명이나 생태계가 무역대상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WTO가 출범하면서 위생검역협정(SPS)이라는 것을 만들고 이를 무역협정으로 취급하기 시작했다. 이것부터가 문제다.

위생검역이 무역협정이 되면 국민 생명이 문제가 되니 우리는 당신네 조류독감 닭고기를 안 먹겠다고 해도 수퍼301조를 동원해 무역보복이 가능해진다. 또 위험성 입증 책임을 수출국이 아니라 수입국이 지게 된다. 생명과 환경문제가 직접 걸려 있는 검역위생 문제를 하나의 무역협정으로 만들었던 WTO 체제도 사회단체와 제3세계 정부들의 저항을 무마하기 위해 양보한 것이 바로 각국의 검역 주권이다. 국제기준(예를 들어 OIE 등)과 무관하게 각국이 알아서 검역위생 기준을 정할 수 있다는 규정이 이렇게 나온 것이다. 이 예외규정은 국민 건강과 검역 문제는 무역협정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일부 인정한 것이다.

광고 대행업체

그런데 정부는 검역위생에서도 국제기준을 따라야 한다고 말한다. WTO나 위생검역 협정의 의미와 역사를 조금이라도 안다면 정부의 주장이 얼마나 황당한지 명확히 알 수 있다. 이런 기구들은 강대국 정부와 그 정부가 대변하는 다국적 기업들의 이해를 변호해 왔다. 한국 정부가 미국 정부나 미국 육류업체들의 광고 대행업체로 전락한 현실이 이를 너무나도 명백히 보여 준다.

이뿐만이 아니다. 미국에서 쇠고기협상 타결 소식이 전해지자 이명박이 한미FTA의 최대 걸림돌이 치워졌다고 환호한 것에서 보듯 이번 쇠고기 전면개방은 한미FTA를 위한 것이다. 그런데 그 한미FTA는 무엇인가? 약값과 의료비를 폭등시키고, 공기업을 민영화하고, 학생평가시스템을 전면적으로 도입하고, 방송을 민영화하며 기업에 정부의 모든 공적 규제를 거부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기업-정부 제소제도(ISD)를 도입해 기업에게는 특혜를 주고 국민에게는 교육, 의료, 물, 전기, 가스, 공영방송에 대한 권리를 박탈하는 것을 그 본질로 하는 협정이다. 한미FTA도 광우병 쇠고기 수입처럼 국민의 생명보다 이윤을, 국민의 권리보다 자본의 이익을 위한 협정이다.

탄핵

그리고 그 이윤은 단지 미국 자본의 것만이 아니다. 미국산 쇠고기를 수입했을 때 이익을 보는 집단이 미국의 카길이나 콘아그라만은 아니다. 한국의 급식업체들과 유통업체, 외식업체들이 ‘값 싸고 질 좋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목 놓아 기다리고 있다. 3조 4천억 원(2006년) 규모의 한국 최대 급식업체들은 다름 아닌 LG아워홈, 삼성에버랜드, CJ푸드 등이다. 쇠고기 유통업체가 이마트, 홈플러스, LG마트 등인 것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다. 미국산 쇠고기 전면개방을 통해 떼돈을 버는 세력들은 미국 자본만이 아니라 국내 재벌과 그 언론사들이다. 재벌 프렌들리를 선언한 이명박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강행하는 이유이다.

교육자율화, 의료 민영화도 마찬가지다. 사학재벌과 대형학원의 이익을 위해서는 밥도 못 먹고 잠도 못 자는 학생들은 안중에도 없는 것이고, AIG와 삼성생명의 이익을 위해서는 국민건강보험을 깨버려도 상관없는 것이 이명박 정부의 노골적인 신자유주의 정책들이다. 국민들을 다 죽이려 한다는 것이 괴담인가? 교육, 의료, 공기업 민영화, 대운하 등 이명박 정부의 정책들이 다 실현되면 지금도 어려운 서민들은 정말로 죽어갈 수밖에 없다. 죽기 싫다고 살자고 지금 시민들이 외치고 있는 ‘이명박 탄핵’은 따라서 전적으로 정당하다.

괴담을 퍼뜨리는 자가 누구인가?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는 괴담을 퍼뜨리는 것은 바로 이명박 정부다. 교육과 의료는 권리가 아니라 시장에 맡겨야 하며 물, 전기, 가스, 방송은 국민의 권리가 아니라 기업의 이윤 창출을 위한 놀이터라는 괴담을 퍼뜨리는 것은 다름 아닌 이명박 정부다. 촛불시위는 이러한 ‘괴담’ 정책을 집행하려는 이명박 정부에 맞서 더욱 커지고 강력해져야 한다.

※ 5월 7일에 열린 광우병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참석하기도 한 우석균 정책실장은 오는 10일 다함께가 개최하는 시국 강연회에서 연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