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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영표 개혁국민정당 사무총장 대행 인터뷰

개혁국민정당의 창당 배경은 무엇입니까?

A. [지난해] 8.8 재보선이 끝나고 노 당선자의 지지도가 가장 밑바닥이던 8월 초는 노무현 후보가 민주당에서 쫓겨날 위기에 놓여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저희는 교수·정치인·원로 인사들과 함께 노무현 국민후보지키기 국민운동본부를 조직했습니다. 처음에는 쉽게 시작했는데 검토하는 과정에서 개혁국민정당 형태의 새로운 정당을 만드는 것이 대선에도 도움이 되고 이후 정치 개혁에서도 중요한 구실을 할 수 있겠다 해서 8월 23일에 창당 결의를 하고 8월 29일 흥사단에서 정식 공개 토론회를 거쳐 만들었습니다.

개혁국민정당이라는 당명에 개혁이라는 말이 있는데, 그 개혁의 내용은 무엇입니까?

A. 정당은 자신의 정책과 강령을 통해서 어느 계급·계층을 대변하느냐를 보여 주는데 저희는 솔직히 아직까지 정책이 없는 정당입니다. 저희가 작년 대선이라는 특수한 상황에서 급히 탄생하다 보니까 충분하게 검토하지 못했습니다. 우리 당원들 다수가 폭발적으로 모인 과정을 보면, 사실 정치 개혁이라는 내용 하나에 공감했던 거죠. 우리 사회가 발전하는 데서 가장 큰 걸림돌이 부패한 정치권이었고, 저희는 이것을 극복하는 핵심 내용을 “정당 혁명”으로 봤습니다. 저희는 우선 정치 개혁을 중심 과제로 놓고 있습니다. 특히, 작년은 낡은 정치를 청산하는 것이 1차 목표였다면 올해는 정당 개혁, 낡은 정당을 청산하는 것이 1차 과제 같습니다. 저희 당은 민주노동당처럼 계급 정당을 표방하고 있지 않습니다. “계급 연합·계급 연대”라는 표현이 적합하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각계 각층의 변화 열망을 모아내고 그것을 토대로 해서 계급 연합이랄까 계급 연대에 맞는 내용들을 정책으로 구현해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개혁국민정당은 계급 정당이 아니라 “계급 연합·계급 연대 정당”이라고 하셨는데, 당명에도 ‘국민’이라는 말이 있고 강령에 나온 4대 조직 구성 원리에도 ‘국민 통합’이 있더군요. 그런데 우리 사회는 이해 관계가 다른 사회 집단이 있는데 ‘국민 통합’은 어떻게 가능할까요?

A. 저희 당이 창당할 때 내세운 ‘국민 통합’의 핵심 내용은 지역주의 극복이었습니다. 수십 년 동안 우리 정치사의 가장 큰 문제가 지역에 기반한 지역주의 정당이 민의를 왜곡해 온 것입니다. 1980년대부터 노동 운동을 해 오면서 절감한 게 노동자들도 고향 따라 표를 찍더라구요. 대공장에서도 소수의 선진 노동자를 제외하고 영남 출신은 영남 후보 찍고, 이런 게 투표 관행이었습니다. 계급성에 기초해서 정당을 선택하는 것이 선진적 형태의 정당 문화라면 우리는 아직 아닌 것 같습니다. 저희는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국민 통합’을 내세운 겁니다. 계급, 계층간의 통합까지 생각하면서 ‘국민 통합’을 말한 것은 아닙니다.

지역주의는 어떻게 극복할 수 있습니까?

A. 지역주의는 노무현 후보를 통해서 극복할 수 있고, 이번 선거가 극복하는 중요한 계기를 마련했다고 봅니다. 저는 민주당을 수구 보수 정당으로 규정하고 있는데 어찌 됐든 그 내에서 노무현 같은 후보가 당선되는 것이 지역주의를 극복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봤고, 그렇게 기대하고 있습니다. 노 당선자가 단순히 영남권 출신이라서가 아니라 좀더 개혁적이고 진보적인 대통령을 통해서 그런 정책들이 시행되면 우리 정치 지형이 보수와 진보 개혁으로 분화돼 나갈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물론 단숨에 되진 않겠지만 적어도 2004년 총선에서는 보수와 개혁 구도로 나뉘고 또, 민주노동당도 많이 진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역주의가 어느 정도 극복됐기 때문에 가능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국민 통합’은 원래 지역주의 문제를 얘기하셨다니, 그럼 이해 관계가 다른 계급 간에는 어떻게 “계급 연합·계급 연대”가 가능할까요?

A. 1991년 동구권이 붕괴할 때 저는 감옥에 있었습니다. 5월에 강경대 열사를 비롯해 분신 투쟁으로 열사들이 많이 죽었고 8월에 소련이 몰락하는 것을 감옥에서 봤습니다. 1985년에 대우자동차에서 임금 인상 투쟁을 했는데 제가 감옥에서 나와 민주노총 준비위 활동 3∼4년 할 때까지도 노동조합 민주화 투쟁·노동조합 설립 활동 투쟁, 이런 투쟁을 하고 있었습니다. ‘노동 운동이 임금 인상을 기초로 하는 경제 투쟁에 매몰돼서는 안 되겠다, 정치 세력화하는 운동으로 발전하지 않으면 계급 이기주의나 이런 데 고립돼 어려워지지 않겠나’ 하는 문제 의식을 막연하게 가졌습니다. 그럼에도 1987년 백기완 선본 때부터 민주노동당까지 저는 한 번도 참여하지 않았습니다. 그 동안 진보 정당의 운동이 결국 전체 국민들에게서 고립된 운동을 해 오지 않았나 하고 생각했거든요. 노동자들의 경제적 요구를 관철시키는 데서도 국민의 동의를 받아 내고 국민과 함께하는 운동을 해야 하지 않는가 하고 생각했습니다. 예를 들어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이면 자본가 편에 선 것이고 신자유주의를 전면 거부해야 노동자 편에 선다, 전 이런 식의 문제 의식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신자유주의는 문제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현실로 존재하는 신자유주의는 인정해야 한다고 봅니다. 거기서 오는 부작용, 노동자·서민·중산층에 끼치는 부정적인 효과에 대해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 것인가 하는 문제 의식으로 접근해야 합니다. 어차피 시장 경제가 현실로 존재하는 자본주의 질서 내에서 시장 경제를 전면 부정하고 갈 수는 없다고 봅니다. 최근 몇 년 동안 민주노총을 중심으로 노동계에서 내거는 요구 가운데 정치적인 요구가 많습니다. 주5일 근무제를 보면 이것은 정치력의 문제라는 겁니다. 안타깝게도 우리 노동자들은 어떤 정치력도 행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노동 운동도 현실 정치 속에서 힘을 획득해야 합니다. 현실적인 힘은 결국 두 가지 길이 있겠죠. 하나는 현실 정치 속에서 세력을 넓혀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계급 정당으로서 독자성을 유지하면서 힘을 키워 나가는 건데, 저는 전자 쪽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노동자들은 신자유주의를 받아들이고 나서 그 폐해를 극복한다는 것은 모순이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예를 들어 정리해고가 신자유주의의 핵심 중 하나였는데 정리해고제 도입을 인정하고 그 폐해를 문제 삼는다면 모순이 있을 것 같은데요?

A. 예를 들어볼게요. 대우자동차가 1998년에 워크아웃됐는데 당시 정부와 채권단이 회사를 구조조정하면서 회사를 개혁했으면 정상화시킬 수 있었을 겁니다. 그런데 불철저하게 진행되면서 회사 사정이 더 어려워졌습니다. 당시 공적자금을 투입해야 하느냐 마냐 논란이 많았습니다. 노동조합은 공기업화·국영기업화를 주장했는데 저는 이것에 반대했습니다. 당시에 회사 자체의 역량만으로 소생할 수 없는 데다 공기업이라는 모델로 회사가 살아날 수 있다고 보지 않았습니다. 공기업으로 만들면 엄청난 정부 돈이 들어가야 하는데 당시 국민들이 공적자금 투입하는 데 엄청 반대했을 때 아닙니까? 회사나 채권단은 구조조정을 해야 공적자금을 투입해도 회사가 살아날 수 있다고 판단해 그런 방향을 제시하면서 노조하고 정부·채권단 사이에서 싸움이 벌어졌습니다. 제가 알기로 당시 회사는 아마 3백 명 정도 일시 구조조정하고 정리해고하고 1년쯤 리턴하는 걸로 얘기했다고 합니다. 그런데 노조가 이것을 안 받아들이면서 부도가 나 버린 겁니다. 그러면서 수출도 안 되고 밑바닥까지 가서 해외 매각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도 공기업화가 옳은가 하는 문제를 돌이켜 봐야 합니다. 당시에 1천7백 명이 해고되지 않고 좀더 좁은 범위에서 하거나 혹은 좀더 구제될 수 있는 방안들이 있었는데, 정리해고를 한 명도 할 수 없다는 원칙 때문에 그것을 전면 거부함으로써 1천7백 명 해고라는 엄청난 고통을 받은 것은 아닌지. 신자유주의가 현실로 존재하는 것 자체를 부정하면서 싸운 게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이 있습니다. 지난 김대중 정권 하에서 노사정위에 참여하지 않은 것도 과연 옳은 것인지 돌이켜 봐야 합니다. 저희들이 조그만한 입법이나 단위 사업장 투쟁 때도 국회의원들 찾아가서 부탁하는데, 우리들이 좀더 현실적인 정치세력화의 대안들을 갖고 노력해 왔다면 충분히 국회의원들을 찾아가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역량을 많이 모아냈을 것입니다. 역사적으로 보면 민주노동당이 1987년부터 시작했으니까 15년입니다. 정권의 탄압이 혹독하고 굉장히 어려웠다 해도 ‘15년 동안 진보 운동이 이 정도밖에(이번에 큰 성과가 있기는 했지만) 없는 것은 왜일까?’ 하는 물음을 던져 봐야 합니다.

대우차 채권단이 노동조합에 해고 동의서를 쓰라고 요구할 무렵, 김우중은 해외에 도피해 있었습니다. 기업 부실에 가장 많은 책임이 있고 많은 돈을 빼돌린 사람에게 책임을 묻지 않고 노동자들을 해고한 것은 불평등한, 부당한 대우였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또, 대우차 해외 매각 때 GM에 손실을 보전해 주기로 하고 매각했습니다. 해외 매각하더라도 어차피 국가가 많은 공적자금을 지원하는 것이라면, 왜 공기업화는 안 되는 것인지 하는 반론이 있을 수 있을 것 같은데요.

A. 대우 부실의 책임이 기존 정치권·재벌의 총체적인, 그 동안 70년대의 경제 성장에 의해 누적된 모순들이 폭발한 거라고 봅니다. 그런데 대우차 처리 과정에서 정말 국가적으로 얻어야 할 교훈도 제대로 못 얻고 책임자 처벌도 제대로 못했는데, 이게 정경 유착의 결과라고 봅니다. 저는 회사 안쪽에서 보면 자본, 기술, 판매력 등 여러 요소가 있는데 종합적인 판단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돈만 계속 쏟아 부으면 정상화될 수 있느냐, 그렇게 안 봅니다. 세계 자동차 산업의 여러 가지 구조적인 문제와도 연결돼 있습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그 때 상황은 전문가들이 경영 측면에서 봤을 때 자체적으로 소생하기 대단히 힘든, 심지어는 경제 논리로 봐서는 문을 닫아야만 하는 상황이었다는 것입니다.

앞에서 민주노총이 노사정위에 참여하지 않은 게 잘못이었다고 말씀하셨는데, 민주노총이 처음에는 참여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1998년에 민주노총 지도부가 정리해고 법안을 수용한 결과 현장에서 반발이 있었고 노조원들 사이에서 노사정위는 들러리에 불과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탈퇴한 건데, 그 동안 노사정위에서 주5일 근무제가 논의된 과정을 봐도 민주노총이 요구한 원래 안보다 후퇴한 점들이 있습니다. 이 때문에 노사정위에 대한 노동자들의 불신이 큰데, 왜 참여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십니까?

A. 제가 유럽에서 살다 보니 주5일제 해도 노사간의 문제가 아니라 노사정의 문제로, 정부·자본가·사용자 단체·노동자가 다 연관된 문제입니다. 저는 노사정위라는 형식 자체가 우리의 기존 노사관계에서 직접 부딪히고 해결하는 방식에서 전환하는, 점진적인 어떤 형태의 발상으로 봤습니다. 이번에도 제가 노 당선자의 노동 정책을 맡으면서 노사정을 사회적 협약 기구로 격상하겠다고 했는데, 그렇게 되면 노사정위가 훨씬 더 많은 기능을 할 수 있다고 봅니다. 임의 기구가 아니고 합의한 사항이 사회적 협약으로까지 존중되는, 노사정위의 결정이 존중되는 그런 기구로 격상되면 말입니다. 당시에는 노사정위라는 틀 자체가 소중했습니다. 초기에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제대로 이행이 안 되기는 했지만 민주노총이 탈퇴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노사정위의 내용과 위상을 강화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이 옳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이번 대선에서 개혁국민정당은 노무현 후보를 지지했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앞으로 어느 정도 개혁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보십니까? 유시민 개혁국민정당 대표는 ‘MBC 100분 토론’에서 “내년 총선에서 승리하지 못하면 5년 내내 개혁을 못할 것” 라고 말씀하셨는데요.

A. 저도 같이 봅니다. 그래서 특히 올해는 낡은 정당들을 청산하는 게 중요합니다. 진보나 개혁 세력들이 진출하기 위해서는 선거법 개정이 필수적인데, 한나라당이 과반수를 차지한 상태에서 이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저희 당은 정치개혁운동본부를 만들자고 하고 있습니다. 민주노동당, 개혁당, 여러 시민 단체들이 함께해서 국민들이 기존 보수 정치권에 압력을 넣어야지 그렇지 않으면 선거법 개정은 불가능합니다. 이게 대통령이 하자고 해서 될 수 있는 일이 아니거든요. 엄격하게 말하면 이제 행정 권력, 청와대와 정부를 인수했습니다. 노 당선자는 아마 청와대와 정부가 할 수 있는 개혁 정도, 이 정도의 대단히 불완전한 개혁을 할 것인데, 국민들이 이에 얼마나 만족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근본적 변화는 2004년 총선에서 70퍼센트 이상의 보수 정치인들이 물갈이가 돼야 가능합니다.

인수위에 김영대 사무국장을 비롯해 몇 분 참여하셨는데, 앞으로 5년 동안 개혁국민정당은 노무현 정부와 어떻게 관계를 맺을 것입니까?

A. 일단 저희가 정책 연합을 통해 노 후보를 지지했고 노 후보 자신도 그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저희는 노무현 정권에 참여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우리 당을 통한 정치 개혁이 더 중요한 문제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 당 지도부들은 2004년까지 노 정권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게 공식 결의입니다. 지난 번 인수위원회에 김영대 사무총장이 발탁됐는데, 우선 노 당선자의 의중이 대단히 강했고 그 다음에 노동쪽이 아무래도 올해 중요한 변수이기 때문에 노동쪽을 대변하는 게 필요하겠다고 현실적으로 판단했습니다. 인수위가 끝나는대로 김영대 사무총장이 복귀하는 것으로 해서 갔습니다. 인수위가 끝나고 나면 청와대로 가고 내각에 갈 것이라는 등, 우리 당에서 논란이 있었지만 예외적으로 양해하기로 했습니다. 만약에 꼭 제안을 받아서 가는 사람들은 당을 정리하고 가는 걸로 이야기했습니다. 정권 2기 때는 기회가 주어지면 저희 당에 있는 사람들이 가서 일할 수 있겠죠.

마지막으로, 민주노동당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A. 저는 단적으로 말하면 ‘민주노동당 = 민주노총’, 이것을 탈피해야 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민주노동당의 중심되는 가치와 기반을 갖되 좀더 우리 사회에 다양한 계급·계층 들을 아우를 수 있는 더 대중적인 정당을 지향해 나갔으면 좋겠어요. 이것이 개혁 세력들이 하나로 나아가는 과정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민주노동당이 이번에 대중적인 지지도 받았는데 앞으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봅니다. 민주노동당은 자신을 열 석, 이십 석 얻는 정당으로 규정하지 말고 10년 후, 20년 후가 아니라 브라질 룰라처럼 바로 집권해서 우리가 좀더 많은 일을 하면서 나중에 계급 정당으로 토대를 넓히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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