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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구속자들이 보낸 편지:
“촛불을 치켜들고 겨울을 이겨 나갑시다”

[편집자] 지난 1월 9일 김지윤 씨(일명 고대녀, 다함께 회원)가 새해를 맞아 연대의 인사를 전하기 위해 촛불 구속자들을 면회했다. 그리고 얼마 전 촛불구속자들이 김지윤 씨와 촛불들, 그리고 다함께에 편지를 보내왔다.

한용진 한국진보연대 대외협력위원장

2008년, 촛불이 있어 따뜻하였습니다.
2007년 말에 불어 닥친 명박한파는 혹한기를 예감케 하였습니다만
우리 모두 “다함께”높이 치켜 든 촛불로 하여 따뜻하였습니다.
유난히 따뜻한 올 겨울 촛불의 여온인 듯합니다.
하지만 시린 겨울이 아직 많이 남아있습니다.
2009년!
더 따뜻한 촛불을 치켜들고 남은 시린 겨울을 이겨나갑시다.

서울구치소에서 한용진 드림

이석행 민주노총 위원장

김지윤님께 드립니다.

새해 복 많이 쟁취하십시오. 이명박 정권의 마지막 몸부림이 한겨울의 추위를 더 느끼게 하는군요. 염려해주시고 함께해 주셔서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밖에서 추위에 떨며 촛불을 켜고 이 땅의 국민주권 회복을 위해 투쟁하고 계시는 동지들을 생각하면 이곳에서 편안하게 생활하는 자체가 한없이 원망스럽기만 합니다. 하지만 포로의 몸으로 어찌할 수 없는 현실이지만 정신과 혼은 현장 투쟁에 여념이 없으신 동지들과 함께 하고 있습니다.

좀더 열심히 그리고 확실한 투쟁을 하고 감옥으로 왔더라면 지금처럼 허 하지는 않을 터인데 많은 촛불님들에 대해 송구한 마음으로 이곳 생활에 적응하고 있답니다.

뜻하지 않게 많은 촛불님들께서 염려해 주시고 민주노총 조합원님들의 염려 덕분에 이나마 생활을 하고 있어 감사한 마음 뿐입니다.

이명박 정권의 신파쇼 신자유주의 맹종 정책, 줄세우기 교육을 통한 사교육 확장, 역사 왜곡을 통한 친일친미 사대주의 등 언론의 정권 나팔수 정책, 비정규 노동자의 확장과 영구화를 통한 노동통제 정책 등 일일이 열거할수록 열 받는 정책의 강행을 막아야 하고 대한민국 헌법을 수호하기 위한 국민주권 회복 운동은 역사와 시대가 우리에게 요구하는 사명이라 생각합니다.

처음 쓰는 편지에 주절주절 말이 많네요. 이해하여 주시리라 믿습니다.

저는 1월 6일 첫 재판을 시작했고, 1월 19일 2차 공판을 예정하고 있습니다. 이랜드 투쟁, 촛불 파업, 07년 민중대회 등등.

나가기 위한 재판보다는 정당성을 주장하는 재판을 하려 생각하고 실천하려 합니다.

존경하는 김지윤님!

기대하시는 만큼은 아니더라도 최선을 다하고 진정 이땅의 민중과 노동자가 주인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저의 명이 다하는 날까지 역할을 하겠습니다.

님께서도 청년의 기백과 견결함을 바탕으로 실천 투쟁을 평생 아니 승리하는 날까지 함께 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추워지는 날씨 건강하십시오. 저는 이미 감기에 걸렸네요. 다음에 연락드리지요. 오늘은 이만. 안녕히 계십시오. 힘냅시다!

2009년 1월 9일 22:30 서울구치소에서 민주노총 위원장 이석행 드림

오종렬 한국진보연대 상임의장

새해 새 아침이 밝았습니다.
옹골찬 다짐이 참 좋습니다.
그 날이 오고 있습니다.
반역의 어둠이 제 아무리 높은 성벽 쌓고 더 높여도 밝아오는 빛을 막을 수 없습니다.
반역의 발톱이 제 아무리 쇠사슬 칭칭 동쳐매도 떠오르는 태양을 묶어둘 수 없습니다.
그 날이 옵니다.
칼바람 눈보라 몰아치는 이 칠흙의 꼭두새벽을 밀고나가 언 땅 갈아엎고 새 이랑 일구는 이
아스라이 긴 이랑 이랑마다 봄씨 넣어주고 꼭꼭 다독이는 저 두터운 손길
끝도없이 일어서는
갓도 없이 이어지는 발걸음 발걸음들
이들이 있어 봄은
아, 봄날은 진정 당신 것입니다.
우리들 것입니다.

김지윤 동지
반갑습니다. 접견서신 아녔드라면 한참 헤맬뻔 했습니다. 고맙습니다.
이 한 해 더욱 건강하시고 뜻한 바 모두 이루세요.
웃음 가득하시길 바라며
청계산에서

오종렬

백성균 미친소닷넷 운영자

모처럼 오셨는데 맘편히 쉬었다 가시라고 쉽게 말 건넬 수 없는 처지를 양해바랍니다. 남겨주신 서신과 영치금 잘 받아보았습니다. ‘뜻밖의 수확’에 그 날 하루는 무척 즐거웠습니다. 뜻밖의 수확이란 돈 오만 원에 담긴 정성도 있겠으나 그보다 그냥 돌아갈 수도 있었던 순간에 ‘동지’를 떠올려 주시고, 신년 인사와 의지를 서신에 담은 그 마음 씀이 제겐 큰 수확, 예상치 못한, 그것이었습니다. 무척 감사합니다.

요즘 신영복 선생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을 여러날 읽고 있습니다. 감옥(혹은 구치소)에서 읽는 〈...사색〉은 원조음식점에서 참 맛을 찾은 듯 이전의 의미와는 확연히 다른 진국입니다. 무기수로서의 징역생활은 도인의 그것처럼 여유있고, 그 사색의 깊이는 헤아리기 힘들 정도입니다. 통혁당 사건, 무기수라는 사실이 무색할 정도로 신영복 선생님의 글은 포근함과 고정되어 있는 이곳의 모든 사물에 애정과 생명을 담고 있습니다. ‘사색’이란 무엇인지 그 진수를 보여 주는 이 책을, 하여 여러날 읽고 있는 까닭입니다. 김지윤님과 그 주변 지인들도 함께 일독하시길 권합니다. 물론 ‘감옥’에서 읽는 것만 못하지 않을까하는 ‘우스운’생각도 함께 해봅니다.

책 이야기를 길게 해서 미안합니다만 이 또한 제 소식 중 일부이기에 담습니다. 〈...사색〉의 내용 중 “나는 걷고 싶다”를 일부 소개합니다.

“…얼마 전 사흘 내리 눈 내리는 날 기어이 운동장 구석에 눈사람 하나 세웠습니다. 옥뜰에 서있는 눈사람. 연탄조각으로 가슴에 박은 글귀가 섬뜩합니다. ‘나는 걷고 싶다.’ 있으면서도 걷지 못하는 우리들의 다리를 깨닫게 하는 그 글귀는 단단한 눈 뭉치가 되어 이마를 때립니다.”
- 신영복 〈감옥으로부터의 사색〉 388p.(그림도 남기고 싶습니다만 책으로...)

제가 “‘나는 걷고 싶다’는 그 섬뜩한 글귀”를 떠올리고 다시 보게 되었던 것은 저의 작은 독방, 문 안쪽에 쓰여 있는 마찬가지의 ‘섬뜩한 글귀’ 때문이었습니다.

“아래로부터의 사회주의”
“노동자 권력”
“국제주의”
“혁명정당”
(이렇게 또박또박 쓰여 있습니다)

이 방 어디를 뒤져보아도 날카로운 것은 없었을 텐데, 글자를 문에 새겨 넣듯 파놓은 것으로 보아 그 절실함이 엿보입니다. 이 글귀는 이 방의 주인이 누구였는지를 보여주는 자욱이고, 역사의 흔적이자 희망의 염원입니다. 역사책에서 튀어나온 듯한 나무문의 딱딱한 글씨는 오늘 저의 현실, 현장 앞에 있습니다. 저 글귀 위로는 “전대협 만세”라는 희미한 패임도 있습니다. 동일 인물이 써놓은 것은 아니리라 봅니다만 이것은 어느 정도의 세월을 보여주고 있고, 씁쓸한 현실과 상반된 희망을 보여줍니다. 두 글귀 모두가 섬뜩하게 다가왔던 이유는 세상이 변한 것 같지만, 변한 것은 없다는 것과 우리네 삶이 자유로운 듯 보이지만, 권력자와 의견을 달리하면 철창을 마주하게 된다는 현실의 쓰디쓴 반증이었기 때문입니다. 20세기에 남긴 흔적이 21세기에 허탈함으로 마주하게 되리라고는 생각해보지 못했습니다. 저의 처지를 생각하게 하는 대목입니다.

MB정권의 모습 현실을 떠올려봅니다. 대한민국 1%의 부자들을 위한 정권, 국민의 삶과는 괴리된 경제발전, 일용직을 권장하는 나라, 자신과 반대되는 의견을 가진 국민들의 입을 틀어막고, 때려잡고, 구속하는 비상식적인 권력입니다. 무대포로 무조건 밀어붙이는 거대여당의 야비한 양아치 짓은 멈추지 않을 듯 보입니다. 하늘 아래 두 명의 대통령은 용납하기 어려웠는지 ‘미네르바’의 체포는 이 정권의 막장을 드러냅니다. 21세기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용납하기 어려운 ‘독재’정권의 모습이 바닥 채 드러났습니다. 20여 년 전 ‘군사독재’에 맞서 싸우던 이 작은 독방의 주인과 21세기 ‘MB독재’를 마주앉아 살고 있는 저로서는 시대를 초월한 변하지 않은 세상에 대한 분노를 가슴에 담습니다.

이러한 난세에는 영웅이 출현하여 세상을 평정하는 꿈을 꾸어도 봅니다만, 최근에는 그 영웅이 김연아로 되거나 강마에와 같은 신드롬 증후군을 낳기도 하나봅니다. 현실이 어려우니 잠시 피해보고자하는 삶의 지혜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역사상 진짜 영웅은 개인이었던 적이 없었음을 믿고 싶습니다. 언제나 그 주인은 ‘민중’이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촛불로 확실히 각인되었으며, 2009년 또한 민중의 행동은 계속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님이 남기신 서신 말미의 ‘다함께’가 그런 의미에서 더 큰 희망을 만들어 내었으면 하는 기대를 2009년에 해봅니다. 다함께하면 굳게 치솟은 주먹이 우직하게 우리를 맞았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투쟁에 선두에는 항상 다함께가 있었음도 저는 기억합니다. ‘다함께 투쟁하자’는 의미로도 받아들여집니다. 그런데서도 저는 투쟁도 투쟁이지만, ‘다함께’라는 단어에 방점을 찍어 봅니다. 지금의 정세는 말 그대로 ‘다함께’ 싸워야 이길 수 있을텐데, 아직 우리에겐 부족함이 있어 보입니다. 내부의 갈등이나 오해는 빨리 걷어버리고 ‘다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더욱이 지금의 MB정권은 그 본질이 단순하여 ‘악의 무리’와 같은 개념, 다소 만화 같은, 그것이 허용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애매하지 않아서 오히려 더 잘됐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악의 무리’에 맞설 때는 ‘다함께’ 저항해야 이길 수 있습니다. 2009년 다함께가 진짜 ‘다함께’의 선두에 서길 바랍니다. 저는 항상 다함께 동지들의 건강과 건투를 빌고 있겠습니다.

주말에 영하 11도까지 내려간다고 벌써부터 몸이 움추려듭니다. 더 이상 껴입을 것 없는 이곳입니다만, 몸을 잘 보호해야겠다는 생각입니다. 그것에 저항하기 위해 운동을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도 같습니다.

바깥에서도 몸 잘 챙기시길 바랍니다. 다함께 동지들의 안부를 걱정해봅니다. 함께 전해주세요. 외피에 다가오는 추위보다 마음 속 온도가 더 떨어지지 않았음 하는 겨울입니다.

2009.1.10 147 미친소닷넷 백성균
새해복!!!

김동규 한국진보연대 반세계화 국장

지윤씨, 안녕하세요!
미루던 안부 인사와 새해 인사 늦게나마 전합니다.
용산에서 또 많은 분들이 돌아가셨네요. 좀 전 저녁 8시 뉴스로 보고서 이제야 알게 됐네요. 맘이 참 무겁습니다.
이명박 정권 아래에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야 할 지......
설 연휴가 얼마 남지 않았네요. 의미 있게 잘 보내시고, 2009년 ‘가슴 뛰는’ 한 해 되시길 기원할게요.
빨리 나가고 싶어 몸이 간질간질하네요. ㅋ
생각보다 재판이 길어질 것 같기도 하고, 개나리 필 때쯤이면 얼굴 뵐 수 있겠지요?
영준이형, 덕엽씨, 명지씨, 영만씨, 수의사 선생(이름이 갑자기 생각이 안나서. 죄송)비롯한 여러분들께 안부 전해주세요.
전자서신 한 번씩 하라고 하세요. 주소 적을 수 있으면 적어서...
또, 저랑 함께 지냈던 분도 건강하시길 기도합니다.
2008년 촛불이 추억으로 기억되지 않도록 2009년 ‘새로운 도전과 변화’ 준비해봅시다.
건강하고 행복하세요!!!

2009. 1. 20 밤
김동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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