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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키스탄:
대중 운동이 친미 부패 정부를 위기에 빠트리다

3월 22일,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 파키스탄 정부는 대중 시위에 밀려 전임 군사독재 대통령 페르베즈 무샤라프가 해임한 판사들을 복직시켜야 했다. 이 운동은 아이움 칸을 몰아냈던 1969년 이래 가장 큰 운동이었다. 이 운동의 승리 때문에 오바마의 대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전략적 마디라 할 수 있는 파키스탄 정부는 심각한 위기에 빠지게 됐다. 이 글은 미국 주간지 <소셜리스트 워커>가 파키스탄 사회주의자 스네할 싱가비와 인터뷰한 것을 번역한 것이다.

아시프 알리 자르다리가 암살당한 자신의 처 베나지르 부토를 대신해서 작년 9월 선거에 출마해 승리한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무슨 변화가 있었기에 파키스탄인들 수십만 명이 거리로 나오게 됐습니까?

이프티카르 초드리가 대법원장으로 복직했는데, 이는 파키스탄 민중이 일구어 낸 굉장한 승리입니다. 수만 명이 거리로 나와 민주주의와 사법부 독립성의 회복을 요구했고 승리했습니다.

이번 승리의 직접적 수혜자는 초드리이지만, 1999년 무샤라프 쿠데타로 쫓겨났던 나와즈 샤리프도 전 총리도 상당한 혜택을 입었습니다. 샤리프는 판사들 복직을 요구하는 변호사운동과 함께 했고, 그 덕분에 그의 인기도 급상승했습니다.

이제 샤리프는 정치 무대에 성공적으로 복귀했습니다. 샤리프는 1999년 쿠데타 뒤 사우디아라비아로 망명했고, 무샤라프가 총선에서 패배한 2007년 하반기에 파키스탄으로 돌아왔습니다.

샤리프의 파키스탄무슬림리그-나와즈(PML-N)와 부토의 파키스탄인민당(PPP)은 무샤라프의 정당을 이기려고 성격이 모호한 선거 연합을 맺었습니다. 자르다리는 부토가 암살됐던 2007년 12월 이후에 PPP의 후보가 됐고, 2008년 8월 말 선거를 통해 거국내각의 주도권을 쥐게 됐습니다.

자르다리는 샤리프에게 초드리와 판사들의 복직을 약속했지만 지키지 않았습니다. 판사들이 복직하면 자신의 부패 혐의를 면제해 준, 무샤라프의 ‘국가화해령’이 폐지될까 봐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최근 몇 주 동안 자르다리와 그의 동맹은 샤리프와 민주화운동에 날을 세웠습니다. 2월 말 무샤라프가 임명한 대법원은 나와즈 샤리프와 그의 동생 샤바즈 샤리프가 공직 선거에 출마하지 못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샤바즈 샤리프는 파키스탄의 최대 주(州)인 펀자브 주총리였습니다. 법원이 샤바즈 샤리프를 해임하자, 자르다리는 선출된 주 정부의 행정권을 박탈하고, 중앙에서 직할 통치를 하려고 했습니다.

국내외 언론들은 주로 샤리프 형제에게 관심을 기울였지만 변화의 진정한 동력은 거리로 대거 쏟아져 나와 자르다리 정부의 부패와 위선에 도전했던 평범한 민중에게서 나왔습니다.

자르다리는 어떻게 그토록 급속하게 인기를 잃었습니까?

자르다리는 모든 약속을 어겼습니다. 무샤라프가 해임한 판사들을 복직시키겠다는 약속, 무샤라프가 헌법을 개정해 대통령에게 부여한 특별 권한을 버리겠다는 약속, 국가 안정화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약속 모두를 어겼습니다. 그는 국가가 자기의 놀이터인 양 통치했던 무샤라프 식 정치로 회귀했습니다.

가장 큰 배신은 판사들의 복직 요구를 묵살한 것이었습니다. 대다수 파키스탄인들은 초드리가 공정하고 진실하며 법률의 진정한 정신을 상징하는 인물이라고 여깁니다. 그는 고위 관료들의 부패를 조사하고 무샤라프에 맞서 이른바 ‘실종’ 사건을 조사했습니다. 무샤라프가 초드리를 해임했을 때 사람들은 분노하며 거리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그래서 자르다리가 초드리를 복직시키지 않자 사람들은 자르다리를 혐오하게 됐습니다.

둘째, 자르다리는 파키스탄 북서변경주와 와지리스탄 남부에서 미국이 탈레반과 그 동맹 세력을 상대로 벌이는 군사 작전을 도왔는데, 이것도 파키스탄인들을 분노하게 만들었습니다. 탈레반에 동조하지 않는 사람들조차 미국과 파키스탄 군대가 많은 민간인을 학살하는 데 격분했습니다.

셋째, 파키스탄 경제가 크게 흔들리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식량 배급을 타려고 긴 줄을 서는 모습이 다시 나타났습니다. 실업이 늘고 있고, 대도시에서도 툭하면 전기가 끊깁니다. 사람들은 진정으로 자신의 미래를 걱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자르다리는 파키스탄 경제의 모든 나쁜점 ― 부패, 엘리트주의, 연고주의 ― 을 대변하는 인물로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사실들은 자르다리의 PPP 내부에 어떤 영향을 끼쳤습니까?

지난 몇 달간 자르다리의 행보는 그에게 강력하게 진보적 자질을 요구해 온 PPP 좌파의 비난을 샀습니다.

사실 자르다리는 독재적인 무샤라프의 거의 모든 행동을 따라 했습니다. 그는 독립 언론을 폐쇄하고, 활동가들을 구속하고, 정치인들을 가택연금하고, 모든 저항을 불법으로 규정했습니다. 무샤라프 ‘시즌 2’였습니다. 놀라운 사실은 평범한 사람들이 이런 억압에 맞서는 대담함을 보였다는 것입니다.

지금은 파키스탄의 정치지형을 어떻게 바꿀지가 중요한 문제입니다. 초두리 대법관의 복귀와 샤리프의 인기 상승은 자르다리의 종말이 시작됐음을 뜻합니다. 실제로 그렇게 되려면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결론은 거의 확실합니다. 당장은 자르다리가 권좌에 머무를 수 있겠지만, 사람들은 진정한 민중권력을 흠뻑 맛보고 있습니다.

반(反)자르다리 운동의 주요 세력은 누구입니까?

세 세력입니다. 첫째, 변호사운동, 둘째, 보수적 이슬람주의 정당인 자마트-에-이슬라미(JeI)와 샤리프의 파키스탄무슬림리그-나와즈, 셋째, 시민사회조직입니다.

변호사운동은 아이차즈 아산이 이끌고, 법이 지배하는 세상으로 돌아가자고 주장하는 변호사와 해임된 판사들을 대표합니다. 그들의 요구는 해임 판사들의 복직과 파키스탄 대통령의 권력을 제한하는 헌법 개정으로 모아집니다.

자마트-에-이슬라미와 파키스탄무슬림리그-나와즈는 종교에 기반을 둔 보수 정당입니다. 그와 동시에, 보통의 의회주의 정당이기도 합니다. 파키스탄무슬림리그-나와즈는 펀자브 주에서 영향력이 큰데, 그곳에서 자르다리와 격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지난 몇 달 동안 나와즈 샤리프의 주가가 상승했는데 그가 판사들을 옹호했기 때문입니다. 이 사실은 모순적인데, 샤리프가 총리로 재임하고 있던 1997년에 당시 대법원장이었던 사자드 알리 샤를 해임했기 때문입니다. 당시에 샤리프 당의 행동 대원들은 대법원 건물로 쳐들어가 대법원장을 협박했습니다. 샤는 샤리프에게 부패 책임을 물으려다 그의 분노를 샀고, 권력 투쟁에서 밀려나게 됐습니다.

요즘 샤리프는 사법부의 수호자로 자임하면서 점차 포퓰리즘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자마트-에-이슬라미와 함께 파키스탄무슬림리그-나와즈는 지지자들을 대거 거리로 불러냈습니다.

그러나 시위대 다수는 시민사회 조직에 속하지 않거나 특별한 연고가 없는 학생·노동자·중간계급이었습니다. 그들의 요구는 상당히 급진적입니다.

좌파가 취약하다는 점이 큰 문제입니다. 좌파는 성장하고는 있지만 단체 규모나 명성이 운동을 주도할 수준이 못 됩니다. 그럼에도 파키스탄노동당(LPP)은, ‘인민항쟁’이라는 단체와 함께 이른바 ‘대장정’을 이끌었습니다. 파키스탄 국제사회주의자들(IS)은 라호르(펀자브의 주도)의 고등 법원에서 벌어진 연좌시위에서 중요한 구실을 했습니다. 좌파들의 이런 활동은 인상적인 발전입니다.

향후 전망과 좌파가 어떤 구실을 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거리의 분위기는 아주 끝내줍니다. 한 여성 활동가는 군부 독재자 아이웁 칸을 타도했던 1969년의 운동 이래로 이런 운동은 보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사람들은 처음으로 진정한 힘을 느끼면서 짜릿해 하고 있습니다. ‘대장정’에서 사람들이 가장 많이 외친 구호는 “누구는 살고, 누구는 죽지만, 투쟁은 계속된다”였습니다. 매우 전투적인 분위기입니다.

이슬라마드[파키스탄 수도]로 향하는 ‘대장정’을 앞두고 많은 탄압이 있었습니다. 활동가들 1천 명 정도가 체포·구금됐습니다. 많은 지도부가 지하로 숨었습니다. 거리의 사람들은 경찰의 공격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3월 14일~15일 상황이 바뀌기 시작했습니다. 시위 참가자들은 경찰이 점차 공격하기를 꺼렸다고 증언합니다. 경찰은 명백히 잔혹한 탄압을 자행했습니다. 그러나 지방자치장과 법무부차관을 비롯해 라호르의 몇몇 고위 공직자들이 시위 탄압에 항의하며 사임했습니다.

게다가 파키스탄인민당 내부에서도 중요한 균열이 생겼습니다. 파키스탄 공보장관 셰리 레만 같은 고위급 당직자들이 언론에 재갈을 물리는 자르다리의 결정에 항의해 사퇴했습니다. 비폭력 시위대를 공격했다는 이유로 사임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상황은 아주 좋지만 좌파들이 이런 정치적 기회를 잘 이용할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몇 달 동안 튼튼하고 강력한 좌파를 건설하기에 진정 좋은 기회가 펼쳐질 것은 확실합니다.

번역 차승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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