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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일 임시 대의원대회를 앞두고:
민주노총의 진정한 혁신을 위해 투쟁하자

4월 1일 민주노총 46차 임시 대의원대회가 열린다. 나는 이번 대의원대회가 두 번째 참가인 초짜 대의원이지만, 이번 대의원대회가 지금 민주노총 내 혁신 논의,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의 정세에 비추어 봤을 때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아마도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많은 민주노총 대의원들과 활동가들이 있다는 생각에 고민을 나눠 보고자 이 글을 쓴다.

두 번 다시는 있어서는 안 될 민주노총 일부 간부의 성폭력과 은폐 시도로 인해 지도부가 총사퇴하고 보궐 선거를 위해 이번 대의원대회가 열리는 것은 정말 씁쓸한 일이다. 나 역시 여성 조합원으로서 분노와 참담함 등을 말로 표현하기 힘든 심정이다.

이번 대의원 대회 때 성폭력 사건에 대한 ‘진상규명 후속 사업의 건’ 논의를 통해 구체적인 대책들이 마련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이 사건을 빌미로 이명박 정권과 보수 언론, 뉴라이트 세력은 민주노총 죽이기에 나섰다. 그러나 우리가 이런 비열하고 악랄한 방식에 동조하거나 흔들려서는 안 된다. 이들의 발악이 진정으로 겨냥하는 것은 앞으로 예상되는 민주노총 투쟁의 발목을 잡는 것이다.

지금은 최악의 경제 위기 상황이다. 노동자·서민에 대한 전면적인 공격이 예고되고 있고 이미 곳곳에서 임금 삭감과 복지 후퇴, 해고가 자행되고 있다.

민주노총이 투쟁의 전열을 가다듬는 것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이번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경제 위기의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떠넘기려는 이명박에 맞서 효과적이고 강력한 투쟁 계획을 확정하는 것이다.

민주노총이 앞장서 제2의 촛불을

경제 위기로 이미 우리 노동자들의 삶은 끔찍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미 제조업 노동자들의 70~80퍼센트가 임금이 30~40퍼센트가량 삭감됐고, 매일 수백 명이 공장에서 잘려 나가고 있다. 이미 실질 실업자는 3백60만 명에 이른다고 한다.

연일 최악의 경제 지표들이 발표되고 경제 회생의 가능성은 어디서도 찾기 힘든 이 상황에 정부와 자본은 오로지 자본의 살길만 찾느라 여념이 없다.

일자리 확충과 복지 확충으로 쓰여야 할 돈은 쥐꼬리만큼도 아까워하면서 부자들에 대한 감세로 부족해진 세수를 노동자들의 호주머니를 털어 메우려 하는 것을 우리는 보고 있다. 또 재벌들에게 언론과 은행을 넘겨줄 악법을 추진하고, 건설 자본가들의 배만 불려 줄 삽질 정책들을 경제 회생 정책이라고 제시한다.

4월 국회 상정을 앞두고 있는 비정규법과 최저임금법 개악 추진은 노동자들에 대한 전면적인 공격을 시작하겠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 알듯이 한국은 이미 비정상적으로 비정규직 비율이 높다. 게다가 최근 10여 년 간 저질의 일자리가 급증해 왔다. 이미 노동자 수백만 명이 더 나빠질 게 없는 일자리에서 뼈 빠지게 일하면서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한술 더 떠 최저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최저임금조차 아까워 대폭 삭감하겠다고, 또 노예처럼 부려 온 이주노동자들은 최저임금조차 보장할 필요가 없다는 이 정부의 막 나가는 최저임금법 개악 추진은 파렴치함의 막장을 보여 준다.

그러나 우리 모두 느끼는 위기 의식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명박 정권은 이 공격이 성공하면 그 다음으로 정규직 노동자들로 칼날을 향할 것이다. 가장 약하고 저항할 여력이 없는 노동자들에 대한 공격은 시작에 불과하다.

비정규법과 최저임금법 개악이 성공하면 이명박 정부와 보수 언론은 곧이어 자기 밥그릇만 챙기는 이기주의라고 정규직 노동자들을 공격할 것이고, 복수노조 창구단일화와 전임자임금 지급 금지, 정리해고 조건 완화를 위한 노동법 개악에 나설 것이 명백하다. 이런 상황을 돌파하는 유일한 길은 민주노총이 이명박 정권의 총체적 공격에 맞서 총공세에 나서는 것뿐이다.

정부는 이미 미디어법과 비정규직·최저임금 개악안을 포함해 MB악법을 밀어붙일 ‘6월 전투’를 준비하기 위해 전방위적 공격을 시작하고 있다 .

지난해 촛불 항쟁 때 큰 지지를 받았던 화물연대 등 특수고용자 노동자들을 탄압하고 있고, 두 차례 MB악법 강행 시도를 선두에서 막았던 언론노동자들에 대한 공격, 그리고 학생운동 지도자들에 대한 공격, 대졸 초임삭감과 인턴 확대 등이 벌어지고 있다. 또 지난해 촛불 운동으로 주춤했던 대운하, 의료보험 민영화, 언론 장악 시도, 공기업 민영화와 구조조정을 다시 밀어붙이고 있는 상황이다.

그야말로 제2의 촛불 항쟁을 이제 민주노총이 앞장서서 만들어야 할 필요성이 어느 때보다 크다.

파업을 결정하는 대의원대회가 돼야

지금은 각개 공격에 맞선 각개 투쟁으로는 승산이 없다. 비정규 노동자들에 처절한 투쟁, 해고에 맞서 싸우는 노동자들의 투쟁, 악법 저지 투쟁에 민주노총이 구심을 형성해 MB에 맞선 전면적인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지난 2월 28일 여의도에서 개최된 전국노동자대회에서 임성규 민주노총 비대위 위원장은 “5월 1일 전국 곳곳에서 총파업을 선언하는 자리가 되도록 투쟁을 조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임성규 비대위 위원장은 민주노총 위원장으로 선출되는 4월 1일 임시 대의원대회에서 바로 이 말을 실행으로 옮기기 위한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아무리 보궐 지도부이고 대의원 간선제라 해도 이런 선명한 투쟁 계획과 의지를 제시하지 않으면서 민주노총의 지도권을 맡겠다고 나서는 것은 옳은 태도가 아닐 것이다. 보궐 지도부는 그냥 무난하게 위기를 관리하며 임기를 채우는 것이 아니라, 이 중대한 시기에 투쟁으로 위기를 돌파하는 지도부가 돼야하고 그럴 때만 지도권을 맡을 자격이 있다.

지금 우리 민주노총 내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는 민주노총 혁신 논의다. 나는 민주노총 혁신의 진정한 쟁점은 민주노총이 과연 80만 민주노총 조합원, 7백50만 비정규 노동자들, 억눌린 모든 노동자들의 이해를 대변할 의지와 능력이 있는 조직인가 하는 점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그동안 여러 중요한 투쟁에 민주노총이 충분한 능력과 의지를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에 생겨난 정당한 불신을 반영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민주노총이 위기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그러나 동시에 현장의 많은 활동가들, 조합원들은 지금 이명박 정권의 반동에 맞서 강력한 투쟁에 나설 거의 유일한 세력은 민주노총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촛불 시민들과 빈곤과 실업 위기에 처한 수많은 사람들도 이명박의 부자를 위한 정책이 바뀌기를 열망하고 있다. 이런 열망에 화답하는 것은 지금 민주노총이 강력한 투쟁의 구심을 만드는 것이다.

무엇보다 노동자들이 갖고 있는 최고의 무기인 파업을 통해 이명박에 맞서야 한다. 부자들만 대변하는 이명박에 맞서 노동자·서민의 이익을 위해 앞장서 싸울 때 민주노총은 대중적 지지를 얻으며 혁신의 모습을 보여 줄 수 있다.

그런데, 민주노총 임원진 후보 정책자료집에서 ‘5월 노동자 총궐기 힘으로 6월 MB심판 국민총궐기’를 주장하면서도 파업 계획이 빠져 있는 것은 아쉽다.

내가 참석한 지난 1월 21일 2009년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민주노총 요구 실현을 위해 최고 수위의 총파업 투쟁 태세를 전 조직적으로 구축”하고 “6월 백만 노동자 총궐기 조직화로 민주노총 총파업이 사회적 파업으로 자리매김”되도록 하자고 결정했다.

그런데, 예정됐던 총파업 찬반투표는 어딘가로 사라졌고, 6월 총파업 투쟁 계획도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지금 상황은 1월 대의원대회 때보다도 엄중하다. 지금이야말로 총파업을 결정하고 총파업 성사를 위해 전 조직적 힘을 모아야 할 때가 아닌가.

단지, 산별연맹이 알아서 파업 여부를 결정하도록 내맡기지 말고, 민주노총 지도부가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 파업을 호소해야 한다.

6월 중순 민주노총의 파업이 힘있게 성사되기 위해서는 이번 임시대의원대회에서 파업 계획이 통과되고 곧바로 파업 찬반투표에 돌입해야 한다. 그리고 초유의 경제 위기 시기에 맞이하는 이번 메이데이 집회는 총파업을 결의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

우리는 지난 3월 19일 프랑스에서 사르코지에 맞선 수백만 명의 파업과 가두 시위 소식을 외신을 통해 들었다. 프랑스의 노동자들이 투쟁에 나선 이유는 우리가 처한 상황과 똑같다. 우리와 마찬가지로 프랑스의 노동자들 역시 공장 폐쇄와 정리해고로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고 공공부문의 일자리 감축, 연금 삭감, 민영화 등에 직면해 있다. 즉 우리와 마찬가지로 우익 사르코지 정부의 부자들만 살리고 노동자는 죽이는 경제 위기 대책에 대한 반대였다. 그래서 이 파업은 당시 70퍼센트가 넘는 사람들의 압도적 지지를 얻었다.

민주노총 역시 프랑스에서 보여 준 것과 같은 위력적인 파업을 조직한다면 이런 대중적 지지를 얻을 수 있다. 우리는 이미 지난해 촛불 운동 때 화물 노동자들의 파업이 얼마나 큰 지지를 받았는지를 확인한 바 있다.

지금 이명박 정권에 대한 반감과 불만은 지난 촛불 운동 때보다 더 광범하고 깊이가 깊다. 촛불 재판 외압 사건, 박연차 부패 스캔들 등 이명박의 정치 위기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민주노총이 이명박의 반노동자 정책, 반민주주의 정책들에 맞서 벌이는 투쟁은 국민적 지지를 끌어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