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방조제공사 즉각 중단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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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영(환경운동연합 갯벌보전팀장)
지난 2월 11일 노무현 대통령은 전북 국정 토론회에서 “사업을 중단하지 않겠지만, 농지조성은 재검토돼야 한다”며 불과 2년 만에 전임 대통령의 새만금사업 강행 논리를 수정했다.
2001년 5월 25일 국무총리실은 해양수산부와 환경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새만금사업 강행에 대한 아무런 근거도 제시하지 못한 채 국민 83퍼센트의 반대(한국갤럽 여론조사)를 무릅쓰고 “식량안보 차원에서 농지조성이 불가피하다”며 새만금사업을 강행했다.
새만금사업 강행 전, 이미 농림부는 ‘쌀 과잉’ 사태를 알고 대책회의는 물론 관계기관 대책 수립을 지시했었다. 그러나 새만금사업 재추진을 앞두고 사업 중단을 우려한 농림부는 이러한 사실을 은폐한 채 사업을 강행했고, 그 후 1백 일 만에 농림부는 쌀증산 정책을 포기하고 말았다.
그 후 농림부는 새만금사업으로 만들어질 간척지(28,300헥타아르)의 4.5배나 되는 기존 농경지 13만 헥타아르를 축소하기로 결정하고, 1헥타아르당 300만 원이라는 휴경지 보상 제도를 올해부터 시작했다. 농림부가 계획하고 있는 올 한 해 휴경지 보상 규모만 해도 새만금사업으로 만들어질 간척지 규모와 비슷하다. 결국 새만금간척의 실상은, 단지 농림부와 농업기반공사의 조직 유지를 위해 막대한 기존 농경지를 없애고, 6조 원의 국민 혈세를 낭비하면서 세계적으로 귀중한 갯벌을 파괴하는 사업인 것이다. 따라서 새만금사업은 그 목적을 완전히 상실했다.
이러한 이유로 ‘농지조성 재검토’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은 법적 절차에 따르더라도 새만금사업 중단을 전제로 해야 한다. 공유수면매립법 32조에 의하면 “예상하지 못한 사정 변경으로 인해 공익상 필요한 경우에는 면허 등을 취소, 변경하거나 매립공사 시행구역 안에 있는 공작물 등을 제거 또는 원상 회복 할 수 있다”고 돼 있다. 농림부는 새만금사업을 위해 ‘농지조성’을 목적으로 공유수면 매립면허를 취득했으므로 농지 목적을 상실한 지금 매립면허는 당연히 취소돼야 한다. 마찬가지로, 새만금사업을 농지에서 다른 용도로 바꾸더라도 법적 절차에 따라 새만금 방조제 공사는 우선 중단해야 하며, 용도 변경을 위해 환경영향평가를 포함한 사업타당성평가를 원점에서 다시 실시해야 한다. 결론은 농지든 다른 목적이든, 새만금 방조제 공사는 우선 중단돼야 한다는 사실이다.
새만금사업이 중단돼야 하는 이유는 하나 더 있다. 새만금사업 강행 당시 국무총리실은 실현불가능한 수질개선 대책을 확정했었다. 그것은 전주권 그린벨트의 1백 퍼센트 보전녹지 지정과 농경지 시비량 30퍼센트 감축, 축산농가 감축, 오염총량제 도입 등이다. 하지만 수질개선 대책은 실행될 기미가 전혀 없다. 실현불가능 하지만 환경부가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제시했던 전주권 그린벨트는 이미 건설교통부에 의해 해제됐고, 전라북도와 전주시는 이 지역에 대한 개발을 적극 요구하고 있다. 더욱 중요한 점은 수질개선 대책으로 인해 규제 대상이 된 전북도민들은 막상 이에 대해 제대로 알지도 못한다는 점이다.
낭비
1991년부터 시작된 새만금사업은 현재 12년째를 맞고 있다. 농림부는 이미 1조 4천억 원 투자로 74퍼센트 정도의 방조제 공사가 완료됐기 때문에 공사를 중단할 수 없다고 한다. 하지만 이 점에서 우리 국민들이 또 한 가지 속고 있는 사실이 있다. 농지조성의 경우 6조 원 이상이 투입돼야 한다고 감사원은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총공사 진척도를 사업비로 비교해 보면 아직 20퍼센트 밖에 공사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12년 동안 전체 공정이 20퍼센트 밖에 안 됐다는 것은 결국 사업 시작부터 정부 내에서 예산을 제대로 확보할 수 없을 만큼 타당성이 없었다는 것을 증명한다. 그렇기 때문에 농림부는 새만금사업 중단을 염려하여 마치 새만금사업이 전체 공정의 70∼80퍼센트가 다 된 것처럼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다.
새만금사업이 선거 등 전라북도를 겨냥한 정치적 목적에서 추진돼 왔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 시점에서 새만금사업이 정말로 전라북도의 발전을 가져다 줄 수 있을지는 신중히 판단해야 한다. 그 판가름은 방조제 공사 중단 여부에 달려 있다. 만약 전라북도가 새만금 방조제 완공을 전제로 대안을 수립한다면 이는 바닷물 소통 중단으로 환경 재앙이라는 또 다른 도전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이 환경 재앙에 대해서 정부는 아무 책임도 지지 않을 것이다. 결국 전라북도 주민들이 환경 대책을 위한 추가 비용을 책임져야 하며, 그 고통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하지만 방조제공사를 중단한다면 환경 재앙 대신 더 폭넓은 차원의 발전 대안을 수립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보하게 된다.
물론 전라북도에서는 방조제를 막아 간척지를 농지가 아닌 산업단지로 사용할 꿈에 부풀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산업단지 조성의 경우 감사원은 29조 원의 사업비를 예측하고 있어 사실상 실현 불가능하다. 뿐만 아니라, 공단부지 조성을 위해 막대한 돌과 흙이 필요하기 때문에 그 아름다운 전라북도 인근 산들은 남아나지 못할 것이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군산의 군장산업단지나 목포에 있는 대불단지 공장분양율이 50퍼센트 정도에 불과하여, 재정경제부도 기간 시설이 없는 새만금 지역에 산업단지는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이다. 새만금 지역에 입주하느니 인건비가 싼 중국으로 가는 것을 공장주들이 선호한다는 것이다. 또한 전라북도는 첨단 산업단지를 원하지만 첨단 산업단지의 핵심은 깨끗한 물 공급에 있다. 하지만 새만금호는 현재 조건으로는 시화호보다 더 심각한 수질오염을 예고하고 있다. 그러니 산업단지가 만들어진다 하더라도 이 지역은 결국 별 볼일 없는 환경재앙 지역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파괴
지금까지 전라북도가 지역차별 때문에 저개발 지역으로 남아 왔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바꾸어 말하면 21세기에 가장 중요한 발전 원동력이 잠재돼 있다고 볼 수 있다. 세기가 바뀐 현 시점에서 여전히 무분별한 개발 모델을 따라간다면 결국 전라북도는 세계적으로 지속가능한 발전 지역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기회를 스스로 포기하는 것이다.
이제 전라북도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방조제 공사를 중단하자. 방조제 공사를 중단한 후 대안을 수립하는 것과, 방조제 완공 후 대안을 수립하는 것은 그 지역 발전 가능성이란 측면에서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차이가 크다. 새만금사업 또한 민·관이 협력하면 갯벌도 살리고 지역 경제도 활성화시킬 수 있는 대안이 많다. 다만, 대안 수립시에 조심할 점은 전라북도의 장기적이고, 지속가능한 발전에 대한 고민 없이 우후죽순으로 나오는 대안을 성급히 수용하다보면 오히려 전북의 미래를 망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얼마 전 독일 갯벌국립공원 관계자들로부터 귀중한 경험을 얻을 수 있었다. 농지를 목적으로 한 간척사업은 독일에서 이미 전면 중단된 지 오래다. 왜냐하면 농업기술 발달로 단위 면적당 식량생산이 증가, 간척을 통한 농지확장이 더는 불필요하게 된 것이다. 한국도 이와 마찬가지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독일은 100년 이상의 연구를 통해 갯벌을 국립공원으로 보전하고 있다. 그 이유는 우선 갯벌이 아름다움으로 우리에게 안정감과 휴식 공간을 제공해 주고, 우리 생활에 필수적인 재화를 제공하는 경제적 가치도 크기 때문이다. 따라서 갯벌을 파괴하면 이에 따르는 경제적 이익을 잃는 것과 마찬가지다. 새만금 갯벌 같은 강하구 갯벌 생태계가 연간 생산하는 가치는 1헥타아르당 22,832달러이다. 다시 말해 새만금 하구생태계 전체로 계산하면 10억 달러, 연간 1조 원이 넘는 가치다. 이제 새만금 갯벌의 보전과 전라북도의 지속가능한 발전 대안 수립을 위해 집중적인 토론을 시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