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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5차 각료회담에 맞서자

WTO 5차 각료회담에 맞서자

1년 반 전, WTO 4차 각료회의에서 강대국의 무역 대표부들은 “시애틀의 악몽에서 드디어 벗어났다”며 안도했다. 그들은 시위대가 모일까 봐 중동의 사막에서 몰래 만났다. 1999년 시애틀 3차 각료회담이 무산된 것은 세계의 지배자들한테는 최대 악몽이었다.

그러나 이 악몽은 사라지지 않았다. 세계의 많은 반자본주의 활동가들은 2003년 9월 멕시코 칸쿤에서 열리는 WTO 5차 각료회의에 반대하는 행동을 준비하고 있다.

4차 각료회담에서 강대국의 무역대표부들은 아프가니스탄 전쟁이 내는 ‘효과’에 의지하려 했다. 4차 각료회담 당시 미국 무역대표부의 로버트 죌릭은 “오사마 빈 라덴을 물리치는 방법은 조지 부시한테 무역협정에 관한 신속한 협상권을 부여하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당시 강대국들은 미국의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이용해서 “도하개발의제”를 받아들이라고 협박했다. 그들은 일련의 무역 협상이 중진국과 제3세계의 “개발을 위해서”라며 “개발 라운드”라고 이름붙였다.

그러나 그 의제들은 다국적 기업들이 식량과 물, 기본적인 사회 서비스, 교육, 보건, 환경 관련 분야들을 자유롭게 사고 팔 수 있게 하는 그들만의 ‘권리장전’이다.

5차 각료회담의 최대 쟁점은 농업협정, 서비스협정과 무역관련 지적재산권(TRIPs)협정이다.

강대국들은 서비스협정을 통해 공공부문들을 사기업화하라는 압력을 넣을 것이다. 이 압력에서 자유로울 공공 기업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서비스협정에는 교육 분야도 포함된다. 이미 노무현 정부는 3월 31일에 WTO에 개방 계획서를 제출했다. 노무현 정부가 수용한 WTO 요구대로라면, 모든 교육기관은 비영리법인에서 영리법인으로 탈바꿈할 수 있다. 교육비 인상은 불 보듯 뻔하다. 수지 타산이 맞지 않아 갑자기 학교가 폐교되는 일도 비일비재해질 것이다.

미국 중심의 협상팀은 미국 내에서는 농업 보조금을 주면서 정작 개발도상국들한테는 농업 보조금를 줄이라고 한다. 그리 되면 이미 눈덩이처럼 불어난 농가부채는 더 늘어날 것이다. 농가부채는 김대중 정권 동안에만 1백25퍼센트가 더 늘었다.

바스크라

서비스 협정에는 의료 부문도 제외되지 않는다. WTO의 요구대로라면 국내 의료기관들도 공식으로 영리법인이 된다. 그리 되면 그나마 국가가 책임졌던 쥐꼬리만한 부분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민간의료보험사가 활개를 칠 것이고 의료비는 급격하게 오를 것이다.

또 무역관련 지적재산권(TRIPs) 협정은 어떤가. 무역관련 지적재산권 협정은 제3세계의 풍부한 자원을 약탈한다.

무역관련 지적재산권 협정에 따르면 땅, 숲, 강, 바다, 종자, 다양한 동물, 유전자 등은 다국적 기업이 특허권을 주장할 수 있는 상품으로 둔갑한다. TRIPs 협정은 지적재산위원회 등이 구상했다. 브리스톨 마이어스, 제너럴 일렉트릭, 제너럴 모터스, 휴렛 패커드, IBM, 존슨 앤드 존슨, 몬산토, 워너 브라더스 같은 미국계 다국적 기업이 지적재산위원회의 소속 멤버다.

다국적 제약회사들의 특허권 때문에 약을 못 구해 하루에 3만 7천 명이 죽어간다. 약을 구하지 못해 하루에 8천 명의 AIDS 환자가 목숨을 잃는다.

다국적 기업의 환경 파괴들을 규제할 수 있는 조항들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이미 다국적 기업은 여수 화학공업단지에서 나찌가 유태인을 죽일 때 썼던 ‘바스크라’라는 화학약품을 쓰고 있다.

물도 사기업화 대상에 오르게 될 수 있다. 이미 노무현 정부는 정수처리장 10개를 사기업화하려고 한다. 서비스 협정이 통과되면 더 노골적인 사기업화 바람이 불지 모른다. 그리 되면 더 더러워진 물을 더 비싼 가격에 사서 그것도 아껴 먹어야만 할 날이 올지 모른다.

평범한 사람들의 삶을 망칠 것이 분명한 이 모든 협정들이 ‘그린 룸’이라는 밀실에서 결정될 것이다. 세계 제2의 휴양지이자 보석 전시장으로 유명한 칸쿤에서 말이다.

봉쇄

다국적 기업들은 자신들을 위한 권리장전이 무사히 통과되도록 온갖 로비를 한다. WTO의 최대 로비스트로 꼽히는 기업은 단연 엔론사이다. 엔론의 로비는 에너지 기업의 탈 규제와 사기업화를 촉진하는 첨병 노릇을 했다. GATS(무역과 서비스에 관한 협상)에서 미국을 대표한 로버트 죌릭은 엔론한테서 5만 달러의 사례금을 받았다.

신자유주의의 상징적 기구인 WTO에 반대하는 투쟁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성장할 것이다. 반전 운동에서 더한층의 자신감을 얻은 반자본주의 운동 진영은 앞으로 더 나아갈 것이다.

WTO 4차 각료회의가 개막한 2001년 11월 9일과 다음 날, 세계 5대륙에서 노동자, 농민, 학생, 여성, 이주민, 원주민, 시민단체 활동가 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WTO가 중동의 사막 한복판에서 회의를 개최하는 바람에 1999년 시애틀에서처럼 시위대들이 모두 회의장 앞에 모이지는 못했다. 그러나 세계 전역에서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저항하는 행동이 있었다. 특히 중동 지역에서도 “WTO반대, 세계화 반대”의 구호가 울려 퍼졌다.

2001년 11월 9일 이란의 테헤란에서도 노동자들이 모여 무역자유화 반대 시위를 벌였다.

올해 9월 7일부터 14일까지는 WTO에 반대하는 “지구적 행동 주간”이다. 13일은 WTO에 반대하는 국제 공동 행동의 날이다. 멕시코 칸쿤에서는 대규모 WTO 행진이 있을 예정이다. 한국에서도 9월 6일에 WTO에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예정돼 있다.

김어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