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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교조 대의원대회를 돌아보며:
교원평가제 강행에 맞선 투쟁과 ‘6자협의체’ 참여 논쟁

전교조 정진후 위원장이 13일 기자회견을 열어 교원평가제 법제화를 위한 협의기구인 ‘6자협의체’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이 기구는 민주당 국회의원 이종걸이 제안한 것으로 한나라당, 민주당, 전교조, 교총, 학부모 단체들로 구성될 예정이다.

전교조 지도부의 6자협의체 참여 결정은 전교조 안팎에서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무엇보다 교사들의 강력한 반발이 있다. 이명박이 경쟁교육 강화를 목적으로 추진하는 교원평가제는 평가 결과를 승진과 인사에 연계해서 교사들을 줄 세우고, 장차 구조조정의 수단이 될 것이다. 이는 공교육 부실화의 책임을 교사들에게 전가하고, 입시 위주 경쟁교육 강화를 초래할 것이 뻔하다. 6자협의체는 이런 교원평가제를 시행하는 맥락에서 세부 사항을 논의하는 기구이기 때문에 많은 교사들이 반발하고 있다. 같은 이유이지만 정반대의 이해관계에서 보수언론과 우파들은 이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한겨레〉 등이 전교조더러 교원평가제를 받아들이라고 하는 것은 잘못이다. 진정으로 민주적인 대안적 교원평가 마련을 위해서라도 우선 이명박의 교원평가제 강행에 맞서야 한다. 입시교육 강화의 관점에서 교사를 평가하고 그 결과를 인사와 승진에 연계하는 방식이 아닌 진정으로 대안적인 교원평가는 그런 투쟁 속에서 마련될 수 있다.

따라서 전교조 정진후 집행부가 ‘정부의 교원평가제에 반대하는 투쟁을 벌인다’는 지난 몇 차례의 대의원대회 결정을 어기고 일부 조항의 삭제나 유보를 전제로 정부의 교원평가제 수용 의사를 내비치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정진후 집행부는 6자협의체 참가를 통해 “사회적 명분”을 쌓을 수 있다고 말하지만, 이는 설득력이 없다.

‘인사·승진 등과의 연계’ 등 정부 교원평가제의 “독소 조항을 제거”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다름 아닌 투쟁을 조직해서 정치적 압력을 높이는 것이다. 6자협의체 참가는 “독소 조항을 제거”하기보다 ‘독소조항 시행’을 위한 길을 닦아주는 효과만 낼 것이다. 설령 몇몇 ‘독소조항’이 유보된다고 법안이 통과된 후 시행령 등으로 애초 목적을 달성하기는 ‘식은 죽 먹기’가 될 것이다.

정부는 일단 교원평가제를 통과시키고 나서, 평가와 인사를 연계하는 조치를 시범학교에서 먼저 실시하고, 곧이어 시행령 등을 통해 확대하려 할 것이다. 정부와 한나라당은 6자 협의체를 완충장치 삼아 교사들의 저항을 무마하고 분열시키려 할 것이다.

정진후 집행부가 6자협의체를 제안한 민주당에 기대하는 것도 문제다. 민주당 자신이 교원평가제의 길을 닦은 장본인이다. 따라서 6자협의체에 기대를 건 나머지 투쟁 조직을 등한시하다가 나중에 뒤통수 맞는 일이 없도록 지금부터 싸움을 조직하는 게 중요하다. 2차 시국선언 교사들에 대한 소환조사가 계속되고, 지도부조차 직접적 탄압에 시달리는 상황에서 이에 맞선 투쟁을 조직하고, 이를 교원평가제 반대 투쟁과 결합하는 것이 옳다.

대의원대회 무산에서 표현된 교사들의 반감

정진후 위원장이 6자협의체 참가를 승인받으려던 11월 7일의 전교조대의원대회는 정족수 미달로 무산됐다. 사실 지도부가 협의체 참가를 결정하기 위해 대의원대회를 소집한 것 자체가 부적절 한 것이었다. 대의원대회 무산은 정부의 탄압에도 불구하고 싸우려는 의지가 적지 않음을 보여 줬다.

이런 열망을 모아서 투쟁을 조직해야 할 지도부가 오히려 대회 불과 3일 만에 대의원대회보다 하급기구인 중앙집행위원회를 통해 ‘6자 협의체’ 참가를 결정한 것은 통탄스럽다.

대의원대회 무산은 6자협의체 참가 거부의 뜻을 보여 줬는 데 이를 무시하고 협의체 참가를 강행한 것은 노동조합 민주주의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것이다.

따라서 전교조 지도부는 6자협의체 참여 결정을 철회해야 한다. ‘2차 교사 시국선언’에 대한 탄압이 다시 시작된 상황에서 지금이라도 탄압에 맞선 투쟁을 조직하면서 교원평가제에 맞선 투쟁을 확대해야 한다.

물론, 전교조 지도부의 참여에도 불구하고 6자협의체의 앞 날은 밝지 않다. 우선 참여 당사자 간의 견해 차이가 뚜렷해서 일정한 합의를 이룰 수 있을지가 불확실하다. 기층 교사들의 반감이 여전히 강력하고, 한나라당은 민주당이 제안한 구체적인 내용에 시큰둥한 상황이다. 교원평가제 법제화 자체가 앞으로의 정치 지형의 변화에 영향 받을 것이고 정치적 세력 저울은 아프가니스탄 재파병에 맞선 투쟁, 공공부문 선진화에 맞선 투쟁, 전교조와 공무원노조 탄압에 맞선 투쟁 등에 따라 그 눈금이 달라질 것이다.

다함께 노동조합팀의 전교조 대의원대회 전술 자기비판

다함께 노동조합팀과 다함께 교사모임은 ‘6자 협의체’ 참여 결정을 위해 소집된 11월 7일 전교조 대의원대회에서 리플릿을 배포했다. 협의체에 헛된 기대를 갖지 말고 “전교조 탄압과 교원평가제 강행에 맞서 투쟁을 조직하자”고 주장했고, 대의원 대회가 무산된 직후 회의장에서 간담회 형식으로 열린 토론에서도 다함께 교사 회원은 같은 내용으로 주장을 폈다. 또한 교찾사(교육노동운동의 전망을 찾는 사람들) 소속 교사 활동가들과 함께 대회장 출입구 앞에서 지도부가 상정한 안건을 부결하자고 선동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다함께 노동조합팀의 개입에는 전술적 오류가 있었다. 우리는 대의원대회에 참가해서 논쟁에 개입하고, 지도부의 안건과 다른 별도의 투쟁 계획을 발의해서 통과시키려 노력했다. 그런데 모두 알다시피 이날 대의원대회는 전교조 내 좌파적 활동가들의 모임인 교찾사의 보이콧 선동에 힘입어 대회 자체가 무산됐고, 회의가 열리지 못함으로써 지도부의 6자협의체 참여 계획이 저지됐다. 결과적으로 조직적인 대회 불참 호소(보이콧)를 했던 교찾사의 전술이 옳았음이 입증된 것이다.

이것은 보이콧을 명확하게 지지하지 않은 채, 대회에 참여해서 6자협의체 참가 안을 부결하고, 투쟁 계획을 통과하자는 다함께 노동조합팀의 계획이 부적절했음을 보여 준다.

물론, 다함께 교사모임 소속 대의원은 대회장 밖에서 교찾사 회원들과 함께 부결 선동을 하는 등 훌륭한 활동을 폈지만, 대의원대회에 대한 적극적 보이콧 주장을 펴지 않은 우리의 전술은 부적절했다.

순전한 가정이지만, 만약 우리의 ‘참여해서 부결’ 선동에 공감한 대의원들이 15명 정도만 더 있었어도 대회가 성사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서 대회가 성사됐더라면 6자협의체 참여 안은 가결됐을 가능성이 있다. 우리의 실수가 큰 후과를 야기할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던 것이다.

따라서 이번 경험에서 교훈을 끌어내 배우고, 같은 실수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다함께 노동조합팀의 오류는 서로 연관돼 있는 몇 가지 잘못된 판단에 따른 것이었다. 첫째, 대의원 대회 보이콧 선동이 상당수 대의원들의 실질적인 지지를 받아서 대의원대회가 무산될 가능성은 낮다고 생각했다. 전교조에 대한 누적된 국가 탄압의 효과로 현재 교사들의 자신감 수준이 그리 높지 않다고 보고, 이런 상황에서 대의원대회 보이콧 전술은 과도하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는 상당수 대의원들이 보이콧 선동에 호응해서 대회를 무산시킴으로써 틀렸음이 드러났다.

둘째, 다함께 노동조합팀은 보이콧 전술에 막연한 경계심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런 생각이 더 구체적인 사고의 발전을 방해했다. 일반적으로 선거 보이콧을 주장하는 것은 소극적이고 비개입주의적이라는 사고 속에서 대의원대회 보이콧을 선동하는 것은 그 제안자들을 고립시킬 모험적인 전술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노동조합 대의원대회에서 대회 불참을 통한 강도 높은 반대의사 표출 행위는 상황에 따라 얼마든지 구사 할 수 있는 전술이다.

셋째, 교찾사 동지들의 영향력을 과소평가 했던 것 같다. 다함께 노동조합팀은 무의식중에 교찾사를 여느 작업장에나 있는 소규모 ‘현장조직’쯤으로 간주했다. 그래서 교찾사가 전투적이기는 하지만 아직 대중적 영향력이 크지는 않은 상황에서 다소 종파적 전술을 구사하는 것이라고 잘못 판단했다. 그 점에서는 오히려 교찾사를 바라보는 다함께 노동조합팀의 태도에 다소간의 종파적 요소가 있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 교찾사 같은 건강하고 전투적인 활동가 그룹과 협력해서 활동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된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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