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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편지
환경을 파괴하는 자동차를 참을 수 없다

국토대장정 한답시고 길을 나섰다. 밥 먹으며 쉰 시간 빼고 매일 9시간을 걸었다. 하루 종일 걸으며 도로에 다니는 차들만 지겹게 보고 그것들이 내뿜는 매캐한 연기만 질리도록 마시다 돌아왔다. 맑은 공기와 부드러운 흙을 찾아 떠났다는 말이 무색할 만큼 우리가 살아가는 이 땅은 딱딱한 벽돌과 매연으로 덮여 있었다. 벽돌 만드는 이들 먹여 살린답시고 사람 다니는 길을 온통 벽돌로 깔아 놓은 것은 귀엽게 봐줄 수 있다. 하지만 사람을 괴롭히고 생명을 위협하는 자동차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정부가 앞장서서 “우리 이제 자전거를 탑시다” 하고 말한다. 하지만 시민들이 비싼 기름 넣어가면서 계속 자동차를 굴리는 것은 자전거를 타는 것이 불편하고 심지어 위험하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길과 거리에서 자동차는 왕처럼 편리하고 또 제멋대로니까.

이건 매우 심각한 인권침해다. 차를 살 돈이 없는 사람이나 운전을 할 수 없는 사람, 그리고 차를 타기 싫어하는 사람은 생명권과 몸을 안전하게 보호받을 권리, 자유롭고 안전하게 다닐 권리, 차를 선택하지 않을 자유와 인간답게 살아갈 권리, 행복하게 살 권리를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도로를 새로 뚫고 널찍하게 만들면서 차를 타지 말고 자전거를 타라는 것은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십자가를 지우는 것과 마찬가지다.

어느 자동차 회사의 ‘친환경 에너지 개발’ 광고를 보면 하도 어이가 없어서 웃음이 나온다. 진심으로 환경을 생각한다면 자진 해산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끓는 물에 개구리를 넣어서 죽이려거든 서서히 데우면 된다. 자동차에서 나오는 나쁜 연기는 셀 수 없이 많은 사람의 생명을 아주 착실하게 줄여 놓고 있다. 이만한 범죄의 대가를 치르려면 목숨이 열 개라도 부족할 것이다.

실용정부가 자신 있게 추진하는 ‘녹색성장’은 한마디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실용’하면 흔히들 18세기 실학파의 실사구시가 떠올라서 굉장히 좋게 여긴다. 하지만 이명박 대통령의 ‘실용’은 ‘당장 돈이 되는 것’이다. 나무를 심고 물이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놔두고 공기를 맑게 만드는 일에 관심이 있을 수 없다.

아이들을 살리는 교육을 하자고 목 놓아 외친 고(故) 이오덕 선생님의 말씀처럼 나라 사랑하는 마음은 이 땅을 밟으면서 그 생명을 몸으로 느끼고 자연과 교감하면서 자연스럽게 배어 가는 것이다. 우리 나라를 이끈다는 사람들은 코앞에 다가온 환경 위기를 놓고 모르쇠로 맞서고 있다. 그래, 좋다. 하지만, 팔을 걷어 붙이고 일선에 나선 시민들을 돕진 못해도 쪽박은 깨지 말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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