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등록금이 싸”서 자살하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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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녀’ 김지윤이 이기수 고려대 총장(대교협 회장) 발언을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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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고려대를 다녔던 한 학생의 사체가 한강에서 발견됐다. 등록금 마련에 지친 이 학생은 생활고를 비관해 결국 스스로 죽음을 택했다.
이 비극적 죽음이 벌어진 지 1년도 지나지 않아 고려대 이기수 총장은 “등록금이 싼 편”이라는 망언을 내뱉었다.
대학생들이 바라는 희망뉴스 1위가 ‘등록금 인하’일 만큼 살인적 등록금은 학생들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 등록금 마련은 학생뿐아니라 그들의 부모인 평범한 노동자들에게도 부담으로 남아 있다. 학생이나 학부모가 살인적 등록금을 이기지 못해 목숨을 끊는 비극이 해마다 반복되고 있다. 대학은 이제 ‘인골탑’으로 불린다.
이기수 총장의 주장과 달리 현재 대한민국의 등록금 액수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OECD 발표를 보면, 한국 대학의 연평균 등록금은 국공립 4천7백17달러, 사립 8천5백19달러로, 미국(국공립 5천6백66달러, 사립 2만5백17달러)에 이어 2위에 올랐다. 게다가 교육재정은 OECD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학생들과 학부모들이 허리가 휠만큼 고생해 마련한 등록금이 온전히 학생들의 교육에 쓰였는지도 의문이다. 대학들이 뻥튀기 예산으로 등록금을 높게 책정한다는 비판은 여러 해 동안 계속됐다. ‘등록금네트워크’가 지난해 발표한 바를 보면 사립대학이 2007년까지 쌓은 누적 적립금은 7조 2천억 원에 이른다. 이화여대의 적립금은 무려 5천억 원이 넘는다. 이런 돈이면 등록금 동결을 넘어 학생들이 무료로 학교를 다닐 수도 있다.
그러나 사립대학들은 이렇게 쌓은 적립금을 펀드와 주식 등에 쏟아부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폭로된 바를 보면 사립대 38곳이 주식 등에 투자한 돈은 총 7천억 원에 이른다. 고려대는 이들 중 가장 많은 7백30억 원을 주식에 투자했다. 학생들은 이 돈이 어디에 얼마나 쓰였는지도 제대로 알지 못한다.
상황이 이런데도 이기수 총장은 얼마전 국회에서 통과한 등록금률 상한제까지 문제 삼았다. 그러나 정작 등록금률 상한제를 문제 삼아야 할 사람은 사립대 총장들이 아니라 전국의 대학생과 학부모다.
등록금 심의위원회 개설 등 몇가지 개선된 점이 있긴 하지만 여전히 취업 후 상환제 이자율은 6퍼센트 복리가 적용되고 소득이 최저생계비만 넘어도 상환을 시작해야 하는 등, 등록금 고통은 졸업 후에도 계속될 수밖에 없다.
특히 가계 소득을 기준으로 등록금 액수 자체를 줄이는 등록금액 상한제 논의는 온데간데 없어졌다. 등록금 인상률을 물가 인상률의 1.5배로 제한했을 뿐이다. 지난 10년간 물가가 35.9퍼센트 오른 데 비해 대학 등록금은 1백15퍼센트나 올랐다. 이미 지나치게 올라 버린 등록금 자체를 인하하는 것이 필요한데도 이명박은 등록금 상한제가 “관치교육”이라며 거부했다.
이기수 총장은 등록금률 상한제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말하지만 등록금을 살인적으로 올려 누구나 교육 받을 권리를 무참히 짓밟는 것은 바로 사립대학 재단들과 정부 아닌가?
사립대 총장의 대표라면 ‘반값 등록금’ 공약은 모르쇠로 일관하며 교육을 위해 써야 할 돈을 4대강 삽질에 퍼붓는 이명박 정부를 먼저 비판해야 하는 것 아닐까. 그것도 아니라면 대학 등록금이 싼 편이라는 아연실색할만한 발언으로 학생들과 학부모들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일만은 하지 말아야 한다.
전국 대학 1백10여 곳이 등록금 동결을 발표했지만 연세대, 서강대, 홍익대 등 일부 사립대학들은 등록금 인상을 발표했다. 개선할 점 투성이인 취업후 상환제와 등록금률 상한제 도입에 만족하지 말고 등록금 인하를 위한 노력을 전 사회적으로 이어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