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동안 다음의 책을 읽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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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풍노도일 수도 있을 노동계 겨울 투쟁이 아쉬움을 남기며 전개되고 있다. 노조 지도자들의 소심함 때문이다.(그들이 왜 소심한지는 방학 동안에 공부해야 할 쟁점 중 하나다.)
하지만 섣불리 노동자 투쟁의 패배를 단정해서는 안 된다. 이제 막 전초전을 치르고 있을 뿐이다. 앞으로, 내년에만도 여러 라운드가 남아 있다.
나폴레옹은 전장에서도 독서를 게을리하지 않았다고 한다. 1917년 10월 러시아 혁명의 지도자 레닌도 혁명 과정이 한창이던 동안(2월에서 10월 사이)에조차 동료인 칼 라데크에게 프랑스 혁명에 관한 책 한 권을 읽어 보라고 권했다.
사람들은 경험(생활 경험, 투쟁 경험, 조직 경험)을 하면서, 특히 투쟁을 경험하면서 바뀐다. 하지만 자동으로 바뀌지는 않는다. 만일 그렇게 생각한다면 그것은 숙명론이다. 그래서 우리가 개입을 통해 자동으로 올바른 인식에 도달하는 건 아니다. 미진한 부분이 있게 마련이다. 왜냐하면 옛 관념이 하루 아침에 증발해 버리지는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개입을 통해 노동자 투쟁에 동참하는 사람들의 의식은 자본주의적 요소와 사회주의적 요소가 공존하면서 발전한다. 지금의 방향은 반자본주의적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사회주의적인 것은 아니다. 그러므로 우리에게 독서와 토론이 필요하다.(그리고 물론 우리 저널을 열심히 읽어야 한다.)
개입 강화 시기의 독서와 토론은 개입주의적인 것이 돼야 한다. 물론 당신이 유물론적 변증법에 대해 토론하더라도 현실의 사례를 들며 발표를 할 수 있을 만큼 경험이 풍부하다면 그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나 뜬구름 잡는 식이거나 탁상공론이라면 그것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
더구나 아직 미숙한 우리 같은 학생들은 이러한 학술적 방식은 반드시 피해야 한다. 그다지 실천적이지 않은 대다수 교수들은 첫째, 사회 변혁을 위한 실천적 과업과 무관하게 논의를 전개한다. 교수들은 온갖 유행 사조를 끌어다 별것 아닌 생각을 화려하게 겉꾸밈해도 구체적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 하는 대목에 이르면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 이처럼 실천과 분리된 이론에만 탐닉하다 보니 학자들은 당면한 현실의 쟁점에 관한 논의에서라면 서로 날카롭게 의견 대립을 빚을 만한데도 애써 이를 피한다. 기껏해야 그들은 학술 심포지움이나 세미나에서 실증이나 출처 또는 논리적 일관성 결여를 지적하는 데 그칠 뿐, 상대방이 정치적으로 보수적인 입장이라는 걸 폭로하는 것은 주저한다.
둘째, 아리송하고 모호한 말과 에두르는 문체가 또한 문제다. 단순한 상식을 ― 게다가 상식의 상당 부분은 잘못됐다 ― 난해하고 잘난 체하는 전문 용어로 현란하게 치장해 놓으면 학문적으로 심오하고 난해한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단 서너 마디로 말할 수 있는 내용을 몇 십 쪽짜리 논문, 심지어 몇 백 쪽짜리 책으로 내놓는다. 그래야만 학계에서는 인정받는다. 그 세계에서는 현학이 규칙이다.
셋째, 유행 쫓기에 급급하다는 문제점이다. 푸코, 알튀세르, 데리다, 포스트 모더니즘, 포스트 페미니즘, 생태 페미니즘, 탈식민주의, 들뢰즈와 가따리와 네그리, ……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 없다. 마치 패션 쇼의 패션 모델들이 정신 없이 무대 위를 오가지만 그 모든 옷들이 실제로 입기에는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것과 비슷하다.
물론 역사학이나 경제학 분야의 저작 중에는 간혹 쓸모 있는 것들을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것을 발견할 줄 알려면 진정한 마르크스주의와 학술적 '마르크스주의'가 서로 다른 전제에서 출발해 서로 다른 목적을 지향한다는 점을 잊지 않고 있어야 한다.
다음은 실천적 목적을 위해 우리가 그룹 성원들에게 권유하는 도서들이다.
· 대한변호사협회, 《인권 보고서 ― 1999년》, 2000년
·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1999년 국가보안법 보고서》, 2000년
· 수전 조지, 《외채 부메랑》, 당대.
· 한국사회과학연구소, 《개정판 다이어그램 한국 경제》, 의암출판.
· 루돌프 슈트람, 《왜 그다지도 가난한가》, 분도출판사
· 한국정치연구회, 《한국 현대사 이야기 주머니》 제3권, 녹두.
· 편집부, 《선전선동론》, 지양사
· 크리스 하먼, 《광란의 자본주의》, 책갈피(신자유주의의 경제학에 대한 비판).
· 주세페 피오리, 《그람시》, 두레.
· 토니 클리프, 《로자 룩셈부르크》, 책갈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