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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박지연 씨:
삼성이 죽인 ‘또 하나의 가족’

지난해 12월 유례 없는 단독 특별사면을 받은 이건희가 최근 삼성전자 회장으로 복귀했다.

김성환 삼성일반노조 위원장은 전화 인터뷰에서 “범죄자가 다시 범죄 현장에 복귀한 것”이고, “무소불위의 힘을 행사하기 위해 더 많은 뇌물과 더 많은 무노조 탄압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4월 2일 박지연 씨의 죽음을 애도하는 삼성전자 본관 앞 일인시위를 경찰과 삼성 직원이 막아서고 있다. ⓒ이미진

그리고 3월 31일 삼성전자 공장에서 일한 젊은 여성 노동자 박지연 씨가 싸늘하게 죽어 갔다. 방사선과 유해 화학 성분에 노출돼 직장 생활 32개월 만에 백혈병에 걸린 그는 힘겨운 투병 생활 끝에 겨우 스물세 살 나이에 숨졌다.

가난을 이기려고 고3때 삼성전자 온양공장에 입사해 역한 화학약품 냄새를 맡으며 하루 12시간씩 일한 박지연 씨가 받은 월급은 고작 1백30만 원 안팎이었다.

삼성에 의한 타살

반면 삼성전자 사장 최지성은 박지연 씨가 1천 년 동안 한 푼도 쓰지 않고 모아야 하는 돈을 1년 연봉으로 받았다.

삼성반도체 공장에서 일하다 백혈병 등에 걸려 사망한 노동자는 밝혀진 것만 9명이다. ‘반도체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 지킴이 반올림’이 지금까지 찾아 낸 백혈병 피해자는 사망자를 포함해 22명이다.

박지연 씨는 삼성전자 온양공장에서 방사선 기계를 끄지도 않은 채 문을 열고 제품을 꺼냈다고 진술했다. 방사선의 위험성도 듣지 못했고, 안전 장비도 착용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발암물질인 방사선에 그대로 노출된 것이다.

그런데도 삼성은 산업 재해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는 뻔뻔하게 “반도체 제조과정의 모든 사용물질은 산업안전공단의 역학조사팀에 전부 제출했다”고 강변한다.

그러나, ‘반올림’ 활동가 이종란 노무사는 “삼성은 벤젠 사용을 누락시키는 등 자신들에게 불리한 것은 제출하지 않았다”고 폭로했다. 더군다나 “중요한 화학물질 정보와 심지어는 소화기 위치조차 ‘영업비밀’이라며 노동자와 유족 들에게 공개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종란 노무사는 “박지연 씨 사망을 계기로 관련 피해자들의 제보가 잇따르고 있는데, 삼성이 이를 알고서도 은폐시켰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건희를 특별사면하고 삼성의 입장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해 온 이명박 정부도 살인 방조범이다. 이명박 정부는 박지연 씨의 장례 행렬을 가로막고, 삼성의 책임을 묻는 기자회견 참가자 7명을 연행하는 만행까지 저질렀다.

김성환 위원장의 말처럼, “노동자 희생을 외면하면서 돈벌이에만 혈안”이 돼 온 삼성과 이명박 정부는 집단 백혈병을 산재로 인정하고 필요한 안전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