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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은 상품이 아니다

물은 상품이 아니다

설동철(전국공무원노조 서울본부 암사지회 홍보부장)

서울의 수돗물이 위기를 맞고 있다.

IMF 이후 국·공기업에도 경쟁 체제를 도입하라는 신자유주의 경제 논리를 내세운 미국 및 유럽 등의 압력 속에 정부 및 서울시는 결국 생명의 원천인 수돗물마저도 기업의 이윤 추구 수단으로 내던지고 있다.

우리를 압박한 그들의 배후에는 세계 물 시장의 절반 가량을 점유한 프랑스의 비벤디나 수에즈 등의 다국적 기업들이 버티고 있다. 이들이 내세우는 논리는 “물을 민영 기업이 상품화하여 시장에 내놓으면 적정 가격이 책정되므로 사람들이 물을 아껴 쓰게 되어 물 부족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논리가 물 사업 운영권을 따내기 위한 얄팍한 상술이었음을 우리 나라보다 훨씬 전에 물을 사유화했던 중남미 국가들의 예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물 공급 체계를 다국적 기업에 넘긴 국가는 아르헨티나, 콜롬비아, 멕시코, 볼리비아 등이다.

아르헨티나에서는 프랑스의 다국적 물 기업인 수에즈 리요네데조의 자회사인 아구아스 아르헨티나스가 물 운영권을 따냈다. 그들은 수도요금을 27퍼센트나 내리고 30년 동안 40억 달러를 투자하여 물 공급 서비스를 개선하겠다고 공헌했다. 그러나 서비스를 개선하겠다던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1999년 한 해에만 750억 원의 순이익을 냈는데도 말이다.

사기업화가 추진된 후 부에노스아이레스 시민들은 약간의 혜택을 받았으나 가난한 지역 주민 대부분은 물 공급 서비스의 개선도 없이 전보다 훨씬 오른 수도 요금을 물어야 했다. 또한, 볼리비아의 경우엔 1998년 미국의 다국적 물 기업인 벡텔에 수도사업을 넘김으로써 이듬해인 1999년에는 수도요금이 두 배 이상 올라 한 달 월급의 절반을 물 값으로 지불해야 했다. 결국 볼리비아 정부는 민중의 봉기로 물 사기업화 법안을 폐기했다.

볼리비아뿐 아니라 물 사유화가 진행된 아르헨티나, 에콰도르 지역에서 국민의 분노가 솟구치고 있다. 이들은 “생명의 원천인 물을 자유롭게 마시고 사용하는 것은 모든 사람들의 기본적인 권리이므로 이를 빼앗지 말라고 외치고 물 장사를 통해 가난한 사람들의 주머니를 무자비하게 약탈하는 다국적 기업들은 본국으로 돌아가라”라고 항의한다.

이렇듯 다국적 물 기업에 대한 저항은 환경보호단체, 소비자단체, 노동조합, 반신자유주의 활동가 등 비정부 기구(NGO)들에 의해 세계 곳곳으로 확산돼 가고 있다.

호루라기

유엔은 이미 우리 나라를 물 부족 국가로 지정했다. 2025년에는 80억 명으로 늘어난 지구 인구의 절반인 약 40억 명이 깨끗한 물을 공급받지 못하고 물 부족으로 고통을 받을 것이라 경고하고 있다.

이윤만을 추구하는 기업에 물을 맡기게 되면 물이 필요한 사람에게 공급되는 것이 아니라 물 값을 지불 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공급돼 인간의 기본 권리인 수리권이 돈에 의해 좌지우지될 것이다.

지금 서울시가 경영의 효율화와 합리성을 내세워 암사정수사업소의 오니처리장을 민간위탁하려는(8월1일 시행) 시도에는 다분히 서울의 상수도를 민간 기업의 이윤창출 수단으로 넘기겠다는 의도가 숨겨져 있다.

이에 전국공무원노조 암사정수사업소지회 조합원들은 2003년 초부터 민간위탁 반대 투쟁을 해왔고, 강동·송파·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암사정수 사업소 민간위탁 저지를 위한 시민공동 대책 위원회”(이하 공대위)를 결성하게 되었다.

공대위는 거리에서 수돗물 민간위탁의 부당성을 알리는 홍보전 및 서명전을 전개하고, 상수도 사업본부 항의 방문 및 규탄 집회 등 다양한 투쟁을 조직해 왔다.

계속되는 항의에 서울시는 애초 암사정수장 부분 민간위탁이라는 계획을 대폭 수정해 오니처리장(폐기물처리장)에 대해서만 2년 간 용역위탁을 한다는 계획을 추진했다.

8월 1일이면 오니처리장에 대한 용역은 확실시 될 듯하다.

일부 진보 학자들이 앞으로 물로 인한 전쟁의 가능성까지 예고하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 생명을 담보한 물의 사유화를 저지하는 것은 양심의 호루라기가 돠고자하는 공무원 노조의 존재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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