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의 위기 해결책은 허구적”
〈노동자 연대〉 구독
얼마 전 G20 정상회의의 의제들을 정리 분석한 보고서를 발표한 이창근 민주노총 정책국장이 장호종 기자에게 G20 정상회의의 의제와 운동 진영의 대응을 말한다.
11월 서울에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의 주요 의제를 설명해 주세요.
크게 여섯 가지 의제가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뜨거운 쟁점은 위기 대처 비용에 대한 것인데요. 이번 경제 위기를 낳은 책임이 있는 금융권이 그 비용을 분담해야 하는데 얼마나 어떻게 분담하도록 할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오바마는 구제금융 환수 방안으로 은행세를 부과하거나 금융자본의 초과이윤에 금융활동세를 부과하는 방식을 제시하는데요. 캐나다나 브라질은 자국 은행 발전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이에 반대하고 있습니다.
국제 노동계나 NGO들은 금융거래 자체에 세금을 부과하는 토빈세 같은 대안을 제시해 왔죠.
다음으로는 IMF 개혁 문제가 있습니다. IMF의 구실뿐 아니라 그동안 미국 재무부 구실을 해 온 IMF의 지배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셋째, 위기 이후 체제에 대한 것입니다. 지난번 피츠버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 체제’라는 표현이 나왔는데요. 그들에게 가장 큰 쟁점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이른바 글로벌 불균형 문제를 시정해야 한다는 것인데 간단히 말하면 미국과 중국 관계 문제입니다. 미국이 계속 적자를 보며 중국 제품을 사들이고 중국이 그 돈으로 다시 미국 채권을 사들여 자본을 공급하는 적자국-흑자국 구조가 국제적으로는 좋은 게 아니라는 거죠.
결국 미국 경제 체질이 악화되면 중국이나 한국 같은 수출국도 문제가 생겨 지구적 규모의 경기 후퇴를 낳으니까요. 그들은 이런 구조가 미국 자산시장 거품의 원천이 됐다고 여깁니다.
미국은 ‘궁극적으로 너희들한테도 안 좋으니 수출 중심으로 가려고만 하지 말라’며 위안화 평가 절상 압력을 넣습니다.
다른 하나는 IMF 개입 문제입니다. 각국의 위기 이후 체제 방안을 IMF가 평가하도록 했거든요. 당연히 일부 국가들이 반발하겠죠. 개혁의 대상이 개혁 내용을 평가하겠다니까요.
넷째, 일자리와 사회보장 문제입니다. 앞에서 얘기한 ‘지속 가능한 성장 체제’가 되려면 고용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핵심인데 이게 안 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그래서 피츠버그 회의에서도 좋은 일자리가 언급됐지만 구체적 내용은 없습니다.
국제 노동계는 경제 위기 전에는 “고용 없는 성장”, 경제 위기 뒤에는 “고용 없는 경기 회복”이라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다섯째, 기후변화 문제입니다. 중국은 UN 틀에서 합의해야 한다고 요구하지만 NGO 중에는 G20이 뭔가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있습니다.
마지막은 출구전략 문제인데 이미 대부분의 나라들이 알아서 긴축 정책으로 들어가고 있어서 서울 회의 전에 정리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각각의 의제에서 얼마나 실질적인 합의가 이뤄질까요?
금융 규제에 대한 합의는 어느 정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번 6월에 부산에서 열리는 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에서 IMF가 2차 초안을 발표할 계획입니다. 다만 그 구체적 내용이 어떤 수준이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NGO등은 토빈세 같은 강력한 조처를 요구해 왔지만 자본의 이동 자체를 G20이 규제하겠다고 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IMF도 강력히 반대하고 있고요. 따라서 금융 규제안을 둘러싼 합의 결과는 근본적인 한계를 가질 것이고 사후대책 정도가 될 듯합니다.
은행의 대형화와 겸업화를 규제하는 내용도 오바마가 미국에서 통과시킨 금융개혁 수준에도 — 이것도 약한 건데 — 못 미칠 겁니다.
IMF 개혁은 그들이 이미 합의한 세계은행 개혁안과 비슷한 수준이 될 겁니다. 미국의 지배력은 그대로 두고 유럽의 투표권 일부를 중국이나 한국 같은 나라들에 조금씩 나눠 주는 거죠. 실제로 개혁이 이뤄지려면 최소한 50퍼센트 이상 투표권이 개도국들이 이전돼야 하는데 그렇게 되지는 않을 겁니다.
위기 이후 체제에 대해서는 앞에서 말했고요. 일자리와 사회보장 문제는 이것과 관련돼 있습니다. IMF가 그동안 개도국 등에 요구해 온 구조조정 프로그램들이 있으니까요.
출구전략은 이미 지난 4월 워싱턴에서 열린 중앙은행장 회의에서 각국이 알아서 시행 시기를 판단하도록 합의했습니다. 아직은 경기부양이 필요한 것 같다는 단서는 달렸지만 말이죠.
금융 규제를 해결하려면 G20을 활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한국의 노동자 민중 운동이 G20 회의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요? 민주노총의 계획은 무엇입니까?
먼저 G20의 근본적 한계를 지적해야 합니다. 또 G20이 위기 해결의 주체가 될 수도 없다고 생각합니다. WTO에 대해서도 개입이냐, 반대냐 하는 논쟁이 있었는데 그나마 WTO는 비판적 개입을 위한 수단이 조금이나마 있었습니다. 그러나 G20에는 그런 여지도 없습니다.
그러나 활용이냐 반대냐 하는 구도로 가는 것은 그다지 바람직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우리는 G20의 위기 해결책이 허구적이라고 비판하고 노동자 민중 친화적인 대안을 제시해 사회적 논쟁을 불러일으켜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식으로든 금융 문제가 제기된 것에는 개입할 필요가 있습니다. 더 획기적인 방식이 필요하겠죠.
물론 G20에 대한 비판은 동의합니다. 올바른 방향으로 갈 것 같지도 않고 기껏해야 ‘지속 가능한’ 금융 착취 구조를 만들겠다는 것이니까요. 증거는 많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위기를 불러 온 당사자 중 하나인 IMF에 위기 이후 체제에 대한 평가를 맡기겠다는 것도 그렇구요. 말로만 좋은 일자리, 사회보장 얘기했지 구체적이고 진지한 실행 약속은 없다는 것도 그렇습니다.
민주노총은 최대한 광범한 공동대응기구를 구성하려고 합니다. 6월에는 부산에서 재무장관과 중앙은행총재들이 모이는 회의도 있으니 되도록이면 빨리 해야겠죠.
일단 6월 회의에는 민주노총 중심으로 동의하는 단체들을 모아 최소한의 대응이라도 할 계획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