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연대

전체 기사
노동자연대 단체
노동자연대TV
IST

한명숙·유시민 VS 노회찬·심상정:
화장을 지워 보면 우선순위가 다르다

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의 74.8퍼센트가 무상급식을 투표에 영향을 미칠 가장 중요한 현안으로 꼽았다.(5월 9일, SBS) 다른 여론조사에선 70퍼센트가량이 지지 정당과 관계 없이 “모든 국민에게 혜택이 가는 복지”를 지지했다.(〈한겨레〉 5월 14일치)

이처럼 6·2 지방선거는 “개발보다 복지가 우선”이라는 흐름이 대세다. 심지어 한나라당 후보들조차 복지 공약 흉내를 낸다.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로 출마한 민주당 한명숙과 국민참여당 유시민도 공약의 3분의 2를 교육과 복지 공약으로 채웠다.

한명숙은 출생 후 1년 동안, 아이 의료비를 전액 서울시에서 부담하고 달마다 10만 원을 아동양육수당으로 지급한다(총 120만 원)는 공약을 제시했다. 유시민도 단계적 친환경 무상급식과 “공공보육의 획기적 개선”을 주요 공약으로 내놓았다.

둘 모두 “사람”을 강조한다. 한명숙은 서울시 예산의 절반 가까운 10조 원을 “사람 예산”에 쓰겠다고 한다. 유시민은 공약집에서 “사람이 성장의 동력이고 복지가 투자다”라고 강조한다.

이런 방향은 노무현 정부가 추진하던 ‘사회투자국가’ 전략을 연상시킨다. 유시민은 아예 공약집에서 “〈사회투자국가〉를 이곳 경기에서 실천하겠다”고 말한다.

사회투자국가론은 영국 신노동당의 “제3의 길” 노선이 기초를 놓은 것으로, 기존 복지국가의 소비 지출적 복지는 ‘투자하는 복지’로 바뀌어야 하며, ‘결과의 평등’보다 ‘기회의 평등’을 추구해야 한다는 정책 노선이다.

영국에서 ‘사회투자국가’ 노선은 복지국가를 후퇴시키는 구실을 했고 빈곤도 해결하지 못했지만, 복지가 너무 취약한 한국에서 이마저도 진보적으로 보이는 게 사실이다.

더구나 이번 선거에선 범야권 단일화 분위기에 휩쓸려 진보정당의 존재감이 미미해져 더 그렇게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한명숙과 유시민의 공약들은 대부분 진보정당들이 이미 오래 전부터 요구해 온 것들을 베낀 것이다. 당연히 진보정당들의 공약이 더 철저하고 꼼꼼하다.

예를 들어, 무상급식 문제가 그렇다. 진보신당의 노회찬 서울시장 후보와 심상정 경기도지사 후보는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으로 무상급식을 당장 시행하자고 한다.

그러나 한명숙은 무상급식 예산을 중앙정부와 반반씩 부담하겠다고 해 나중에 중앙정부를 핑계 대며 후퇴할 여지를 남겨뒀다. 유시민은 예산 부족을 이유로 4년간 단계별 확대를 하겠다고 한다.

노무현 정부 때 무상급식을 거부했던 당사자들이 반성 없이 변신하는 걸 보면서 의아했던 이들이 그 진정성을 의심할 충분한 근거가 된다.

진정성

한편, 복지 지출이 투자여야 한다는 논리를 뒤집어 보면, 이는 복지에 시장주의 원리를 도입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서 유시민이 보건복지부장관 시절 내놓은 의료법 개정안은 최근 이명박 정부가 제출한 것과 거의 흡사하다. 당시 시민·사회단체들도 의료민영화 법안이라고 비판하며 유시민의 사퇴를 요구한 바 있다. 이때 국무총리가 한명숙이었다.

이런 시장주의 때문에 그들이 아무리 감추려 해도 진보 후보들과 차이를 감출 수 없다.

가장 두드러진 건 주택 문제다. 특히, 뉴타운·재개발 광풍이 전월세 대란을 일으키는 상황에서 주택 문제는 서민들에게 매우 중요한 문제다.

노회찬 후보는 취임 후 1백 일 안에 뉴타운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민간 건설사 분양원가를 공개해 건설사 폭리를 막겠다고 한다. 권역별 적정 전세가지수를 발표해 전월세 폭등도 막겠다고 공약했다.

심상정 후보는 아예 보금자리 주택을 지금의 반값으로 공급하자고 주장한다. 원가 공개와 공공 규제로 민간 건설사들의 폭리 분양가를 막으면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다. 민간 건설사가 고분양가를 고집하면 민간 건설사의 선분양 승인을 거부하겠다고도 한다. 무주택 서민을 위해 “토건족”들의 이윤 논리에 도전하겠다는 것이다.

반면에 한명숙은 지역별로 뉴타운 사업 시기를 조절하겠다는 답이 유일하다. 민간 아파트의 분양원가는 민간 기업의 일이라 공개 권한이 없다고 답했다. 시장을 거스르지 않는 것이다. 유시민은 내놓은 주택 분야 공약이 아직 없다.

비정규직과 노동자들의 권리 문제에서도 분명한 차이가 있다.

노회찬·심상정 후보가 비정규직 채용 사유제한을 주장하며 공공부문부터 정규직 전환을 실시하겠다고 하는 반면, 한명숙은 홈에버·기륭전자 등에서 대량해고를 낳은 노무현 정부의 비정규직 법을 “좋은” 법이라고 말한다.

한명숙·유시민은 민주노동당과 맺은 합의서에서조차 공무원노조 인정을 분명히 못박지 않고 “공무원의 노동권을 보호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추상적 문구로 표현했다.

이밖에도 심상정 후보는 유시민이 대선 후보 경선 때, 새만금에 1천8백 홀 이상의 골프장을 짓겠다고 공언한 일을 비판한다. 쌍용자동차의 해외매각을 반대하며 “도민기업화”로 고용을 보장하자는 주장도 한다.

노회찬 후보는 MBC 서울시장 후보 토론에서 한명숙이 총리 시절, 한미FTA 반대 시위 참가 단체들에게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려 한 사실을 꼬집었다. 한명숙은 매우 ‘고전적으로’ 답했다. “기억이 안 납니다.”

이런 차이는 노동자·서민의 권리와 기업의 권리 가운데 무엇이 우선순위냐 하는 차이다. 우선순위의 차이는 진보정당과 민주당·국민참여당의 기반 차이에서 비롯한다.

자본가 계급에 기반한 민주당 등은 복지·친노동 공약을 내걸어 당선해도 자신의 계급 기반이 반발하기 때문에 이를 실행하기 힘들다.

따라서 노회찬·심상정 후보가 끝까지 완주하면, 이들에게 표를 주는 것이 이명박 정부에 맞선 진보 대안 건설을 위해 필요한 일일 것이다. 물론 이들이 중도 사퇴한다면 반이명박 대중들이 개혁적이라 여기는 한명숙·유시민에게 비판적 투표를 할 수밖에 없겠지만 말이다.

한명숙 유시민 쟁점 노회찬 심상정
과거 "불가피" "반대 있을 수 없다" 한미FTA 반대
지금 "…" "단죄하듯 하는 건 안 좋다" 반대
과거 당시 내각 관료 당시 내각 관료 현 비정규직 악법 비정규직 양산법 반대
지금 "좋은 법" "…" 사용사유제한 도입 등 개정해야
과거 국무총리로 찬성 이명박 법과 유사한 법안 제출 의료민영화 의료 양극화이므로 반대
지금 반대 "오해다" 의료 양극화이므로 반대
과거 새만금 찬성 "새만금에 골프장 짓겠다" 환경 새만금, 경인운하 등 반대
지금 4대강 반대 골프장 허가 중단 4대강 골프장 신축 등 반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