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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동당 지도부의 자본가 정당 후보 지지 결정 비판:
반MB 민주연합 제단에 제물로 바쳐진 진보대연합

5월 14일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반MB 민주연합의 제단에 진보대연합을 제물로 바쳤다.

이상규 서울시장 후보가 민주당 한명숙 후보의 당선을 위해, 안동섭 경기도지사 후보도 유시민 후보의 당선을 위해 사퇴했다.

노동자 정당 후보들이 부끄럽게도 자본가 정당의 후보들을 위해 사퇴한 것이다.

노동계급의 독자 정치세력화를 위해 민주노동당을 지지한 수많은 사람들에게 모욕적인 행위다. 당 지도부가 스스로 민주노동당은 “민주당 2중대”임을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는 반MB 민주연합이 “국민적 명령”이라고 했다. 그래서 이명박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 한명숙과 유시민이 “우리 후보라고 생각하고 집중 [지원]하겠다”고 선언했다.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반MB 민주연합을 정당화하려고 이명박 정권의 위험성을 과장한다. “독재 정권”이고 “파쇼 정권”이라는 것이다.

물론 지배계급이 이명박 정권에 부여한 역사적 임무는 1987년 이후 노동계급이 투쟁으로 획득한 성과물을 회수하는 것이다. 그렇다고 이명박 정권이 노동계급 조직은 말할 것도 없고 자본가 야당도 탄압하고 의회 절차도 부정하는 “독재 정권”인 것은 아니다.

경제 위기 때문에 세계 도처에서 우파 정권이든 중도좌파 정권이든 할 것 없이 노동계급을 공격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이다.

따라서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이명박 정부 분석은 부정확하다.

그러나 진정한 문제는 실천적 함의다. ‘이명박 빼고 다 뭉치자.’ 이 전략을 위해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민주당에 진보적 색칠을 하는 것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명박 빼고 다 뭉치자’

권영길 의원은 1월 창당 10주년 인터뷰에서 “대선 때 ‘김대중·노무현과 이회창 차이가 한강 샛강이면 나와 차이는 한강 본류다’고 말했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권 의원이 옳다.

이런 대중적 정치 자각에 근거해 민주노동당은 10여 년 전에 창당했다. 민주노동당 프로젝트는 다름아닌 민주당이 아닌 진보 정치 대안 건설이었다.

그 당이 이제 민주당과 공동선거대책본부, 공동 지방정부를 구성하겠다고 한다. 강기갑 대표는 “오늘부터 서울시장은 ‘2번 종자’를 선택해 달라”고 했다.

물론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이 꼴도 보기 싫어 ‘미워도 다시 한 번’ 심정으로 민주당 후보를 찍겠다는 심정을 이해한다(우리는 지난호 신문에서 진보 후보에게 투표하되, 진보 후보가 없는 곳에서는 진보 노동자들이 개혁적이라고 여기는 민주당 후보에게 비판적 투표를 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와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민주당의 배신적 전력을 기억한다. 노동자 대중이 심각한 사기저하를 겪은 나머지 절망적 상태에 있는 것도 아니다. 그래서 민주당 지지가 결코 흔쾌하지 않다. 단지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이 꼴도 보기 싫을 뿐이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민주당의 무능과 실정을 비판하는 목소리로부터 민주당을 방어해야 할 판이다.

게다가 자당 후보들이 곳곳에서 민주당과 경쟁하고 있는데도 당 지도부는 민주당 후보 지지를 호소하는 역설적 상황이다.

이런 희비극적 상황은 이번 선거로 끝날 것 같지 않다. 오병윤 민주노동당 사무총장은 “앞으로 7.28 재보선,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도 연대를 요구받을 텐데 거기에서 자유로울 정치 세력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숫제 민주당과 공동 지방정부도 구성하겠다고 한다. 민주당이 민주노동당과의 약속을 이행하도록 강제하기 위해서란다.

민주당 견인론의 신판이다. 민주당 견인론은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과대망상 중 하나였다.

공동 지방정부 구성은 민주당의 약속 이행을 강제할 담보물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민주당의 노동계급 공격이나 배신에 민주노동당이 공동 책임을 지게 만들 코뚜레가 될 위험성이 다분하다.

노무현 정부 시절 민주노동당이 열린우리당과 공조하다 그 정부의 몰락과 함께 추락했던 기억을 떠올릴 필요가 있다.

또, 이탈리아 재건공산당의 경험을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재건공산당은 2006년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우파 정부의 등장을 막는다는 명분으로 자유시장을 지지하는 중도파와 연정을 구성했다. 이 연립정부는 아프가니스탄 파병과 노동자 임금 삭감을 추진했다. 대중의 환멸이 뒤따랐다. 베를루스코니가 재집권했다.

얼마 전 선거에서도 반(反)베를루스코니 연합은 또다시 패배했다. 대중이 이 연합의 지저분한 과거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우경 전략과 패권주의 탓에 겨우 숨만 쉬던 진보대연합 논의가 명맥마저 끊길 위기에 처했다.

민주노동당이 진보대통합의 대상이라고 밝힌 진보신당의 후보들을 놔두고 민주당 후보들을 지지해 놓고, 선거 후에 통합을 논의하자고 하면 누가 그 진정성을 믿겠는가.

정말이지, 선진 노동자들은 대부분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분열 상태를 원치 않는다. 진보 양당이 재통합할 것을 원한다.

그러나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계급 간 연합을 위해 계급 내 단결을 희생시켰다.

민주노동당 지도부가 반MB 민주연합을 추진할 때부터 예견된 결말이다.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그동안 반MB 민주연합과 진보대연합 둘 다 필요하다고 주장해 왔다.

우리는 진작부터 그 둘은 양립 불가능하다고 비판해 왔다. 목표와 방향이 다르기 때문이다. 전자가 자본가 정당과 연합하는 것이라면, 후자는 민주당이 아닌 진보적 정치 대안을 건설하는 것이다.

양립 불가능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말로는 애써 이 모순을 부정해 왔다. 그러나 실천에서는 반MB 민주연합에 매진했다. 이상규 전 후보는 “이번 선거에서 반MB연합이 최고의 가치이며 유일한 기준”이라고 강조했다. 당 지도부의 실천을 말로 분명하게 표현한 셈이다.

선 진보대통합, 후 반MB 민주연합론도 파산했다. 이 구상을 적극 주창한 인천의 경험이 그 예다. 진보대연합이 성사되지도 않았는데 민주노동당 인천시장 후보는 민주당 후보 송영길에게 후보 자리를 내줬다.

민주노동당 인천시 지도부의 일관성 없는 태도도 실망스럽다. 민주노동당 인천시당 지도부는 지난해 4월 부평을 재보선 때 민주당 후보 홍영표가 한미FTA를 찬성했다는 이유로 독자 출마를 고수했다. 우리도 그 결정을 지지한 바 있다. 그런데 송영길은 노무현 정부 때 열린우리당의 한미FTA특별위원장이었다.

“투 트랙”론을 주창했던 2010 지방연대도 난관에 봉착했다. 이들은 애초 ‘4+4’ 테이블에 참여했다. 그러나 “최근 민주당과 민주노동당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는 부분적인 후보단일화”이기 때문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들은 “야 5당이 5+4 선거연합의 본래의 정신으로 돌아가고 여기에 진보신당의 의견을 추가로 반영하여 서울시장과 경기도지사 후보의 완전한 후보단일화를 이루어 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것이 구체적 현실에서 뜻하는 바는, 진보신당의 후보 사퇴를 종용하는 것 아닌가. 진보신당 후보가 사퇴하지 않는다면 누구를 지지할 것인가.

지금 노회찬·심상정 후보는 “쓰러져도 서민들 속에서 쓰러지겠다는 각오로 이번 선거 경쟁 과정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면서도 두 후보가 막판에 사퇴할 수도 있다는 여운을 남기는 것은 그래서 뒷맛이 개운치 않다. 진보신당은 이미 부산과 고양에서 반MB 민주연합에 합류했다.

이런 지그재그 행보는 선진 노동자들이 진보신당의 선거 도전을 흠뻑 지지하지 못하는 요인 중 하나다.

그럼에도 민주당과 후보단일화를 위해서는 “신뢰와 연대의 정신”을 발휘하면서, 진보신당에 대해서도 불신과 견제의 심리를 갖는 민주노동당 지도부의 이중 잣대와 패권주의가 진보대연합을 미궁에 빠뜨린 더 큰 원인이다.

결국 민주노동당 지도부는 “국민적 명령”을 앞세워 선진 노동계급의 진보대연합 염원을 내팽개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