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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령군에 맞서는 이라크인들의 저항 - 전쟁광들의 희망이 산산조각나기 시작하다
케븐 오븐든
미군이 바그다드를 장악하자 많은 사람들이 미국은 무적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이것은 분명히 조지 W 부시 일당의 견해였다. 그들은 이라크에서 거둔 군사적 승리 덕분에 다른 모든 강대국에게도 명령을 내릴 수 있게 됐다고 생각했다.
일부 좌파도 이런 주장을 받아들였다.
그러나 날이 갈수록 그 견해가 얼마나 그릇된 것인지 드러나고 있다. 미국의 강점이 아니라 약점이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 8월 19일 바그다드 주재 UN 건물이 폭탄 공격을 받은 것을 보면 이라크에서 점령군에 대한 저항이 증대하고 있으며 더 조직화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난 8월 23일 영국군 헌병 3명이 총에 맞아 죽은 사건도 위기감을 높였다. 거의 매일 미군이 살해당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저항이 계속되자 미국과 다른 강대국들 간의 분열이 표면화됐고, 미국 국내에서도 분열이 더 심해졌다. 그런 분열은 이라크 침공 직전까지 계속 커지고 있었는데, 이제 되살아난 것이다.
8월 19일 폭탄 공격이 일어나자 미국 국무장관 콜린 파월은 이라크 점령에 UN과 다른 국가들을 더 깊이 끌어들이기 위해 애를 썼다. 전쟁 전에 UN 안보리에서 다른 열강을 냉대했고 오직 미국과 영국만이 이라크 점령을 관리 감독하겠다고 선언했던 바로 그 미국 정부가 말이다.
이라크 침공은, 부시 정부 내 매파가 꿈꾸어 온 더 광범한 미국의 세계 지배를 위한 전략의 시금석이었다. 그것은 미국이 지상군을 최소 규모로 투입하더라도 “독자 행동”을 감행할 수 있음을 보여 주는 데 달려 있었다.
미국 국방장관 도널드 럼스펠드가 천명한 메시지는, 미국이 세계 여러 지역에 동시에 개입할 수 있는 힘과 의지를 갖고 있다는 것이었다.
지난 5월에 럼스펠드는 당시 육군 참모총장이었던 에릭 K 신세키를 해임했다. 신세키는 이라크에서 저항을 진압하려면 수십만 명의 군인이 필요할 것이라고 예견했다.
럼스펠드의 부관 폴 월포위츠 같은 강경파 이데올로그들은 성조기가 휘날리면 이라크인들이 새로 수립되는 친미 정권 주위로 신속하게 결집할 것이라고 실제로 믿었다.
그래서 그들은 미군 13만 명과 다른 나라들의 군대 2만 2천 명 ─ 압도 다수가 영국군이다 ─ 만으로 이라크 점령에 착수했다. 4월에 부시가 “임무 완수”를 선언한 이후 계속되는 미군과 영국군에 대한 공격은 전쟁광들의 자만심을 산산조각내 버렸다.
UN이 표적이 된 이유
“이 나라를 효과적으로 통제하려면 적어도 50만 명의 군대가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그만한 병력이 없다.” 국방 전문가 마이클 야들리의 말이다.
바로 그 때문에 미국 정부의 일부 관리들이 다른 국가들의 이라크 파병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의 모든 분파는 이라크 점령과 통제를 유지하는 데 몰두하고 있다.
그래서 새 UN 결의안을 마련하려는 시도들이 미국과 다른 강대국들 사이의 외교 갈등 속에서 수렁에 빠지고 말았다. 일부 국가는 이라크에서 “UN의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 하고 주장한다. 이를 통해 이라크와 중동에서 미국의 틈을 비집고 약간의 영향력이라도 행사하려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정확히 말해 미국의 점령에 협조하는 짓이다. 그 때문에 UN은 말할 것도 없고 구호 단체 직원들까지도 표적이 되고 있다.
이라크 주재 UN 인도주의 구호 조정관이었던 데니스 핼리데이는 이렇게 말했다. “UN은 미국, 특히 미 국무부의 앞잡이 노릇을 해 왔다.”
미국이 이라크에서 조용히 발을 빼기에는 판돈이 너무 커져 버렸다.
그러나 4개월의 이라크 점령 동안 한 가지는 확실해졌다. 미국의 세계 패권을 위한 원대한 전략이 이라크에서 피를 흘리며 죽어 가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중동 전략의 두번째 축도 무너지고 있다.
최근 예루살렘에서 발생한 폭탄 공격은 이스라엘 정부가 조지 부시의 팔레스타인 ‘로드맵‘을 존중하는 체하던 외관조차 내던지기로 결정한 것에 대한 응답이었다.
이스라엘이 최소한의 양보를 하고 그 대가로 팔레스타인인들을 굴복시키려는 것이 로드맵의 의도였다.
중동과 다른 지역의 정부들이 미국의 이라크 점령과 중동 지역 주둔 미군의 증원을 묵인하도록 만드는 데서 로드맵은 미국에 꼭 필요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의 초강경파 총리 아리엘 샤론은 역사적 팔레스타인 영토의 10퍼센트만을 차지하는 소규모 국가도 팔레스타인인들에게 허용하려 하지 않는다.
최근 하마스 지도자 이스마일 아부 샤나브 살해 사건은 중동에서 전쟁을 재개하기 위해 최근에 이스라엘 정부가 쏟은 노력의 일환이었다.
아부 샤나브는 가자의 중요한 선거에서 압승을 거둔 인물이다. 그는 선거 당시 “우리가 이스라엘과 공존하는 국가를 가져야 한다는 실제적 해결 방안”을 지지한다고 선언했다.
이것은 이스라엘의 아리엘 샤론이 듣고 싶어하던 메시지가 아니었다. 그는 [아부 샤나브] 암살 작전을 승인함으로써 팔레스타인인들에 대한 하찮은 양보조차도 없었던 걸로 만들어 버렸다.
지난 두 달의 휴전 동안 이스라엘 정부는 이른바 “표적 살해” 정책으로 복귀했다. 팔레스타인 지도자들을 암살하는 작전 말이다.
이와 함께 이스라엘 정부는 요르단강 서안을 둘러싸는 그 악명 높은 보안 장벽 건설도 계속해 왔다. 팔레스타인 땅에 불법 정착촌 건설을 확대하는 것도 허용했다.
미국의 반응은 이스라엘의 일부 정책들을 부드럽게 비판하는 반면 팔레스타인 총리 마흐무드 압바스에 대한 압력을 가중시키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스라엘이 아부 샤나브를 암살하자 미국은 고작해야 이스라엘에게 “평화 협상에 미칠 결과를 고려해서 행동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압바스에게는 “테러 가능성을 해체할 수 있는 즉각적 조치들”을 취하라고 요구했다.
미국 정부의 일부 인사들은 이스라엘의 극우 세력을 강력히 지지한다. 중동 지배 전략의 일부로서 이스라엘의 패권 확대를 바라는 것이다.
다른 인사들은 이스라엘이 약간 양보하기를 바란다. 그러면 미국이 중재자로서 신뢰를 쌓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두 세력 모두 아리엘 샤론 정부에 진지한 압력을 가할 의사는 전혀 없다. 아리엘 샤론 정부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염원을 무력으로 분쇄할 수 있다고 믿는다.
미국의 전략이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해서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 확대 계획을 자동으로 철회할 것이라는 말은 아니다.
최근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열린 6자회담은, 미국이 북한 문제를 다루기 위해 그 지역의 다른 국가들과 협력을 추구해야 함을 보여 주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정권 교체 요구와 군사적 책동이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도널드 럼스펠드는 완전한 세계 지배라는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미군을 재편해 더 자유롭게 개입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는 돈을 잃을 때마다 더 많은 돈을 거는 도박 중독자 같다.
어쨌든 미국이 이라크와 팔레스타인이라는 수렁에 빠지면서 그들의 전쟁 몰이를 저지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기고 있다.
미국의 동맹국인 일본과 타이 같은 국가들은 이제 이라크 파병을 주저하고 있다고 말한다. 폴란드는 얼마 안 되는 폴란드 군대를 바그다드 주변의 “위험 지역”이 아닌 다른 곳에 재배치했다.
이라크 전쟁을 확고하게 지지했던 스페인 정부는, 최근 병사 한 명이 총에 맞아 죽은 후 7백44명의 군인들을 철수시키라는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영국과 미국에서는 점령에 반대하는 대중의 항의가 증대하고 있다.
2월 15일의 전 세계 반전 운동은 우리 지배자들을 뒤흔들었다. 9월 27일 국제 행동의 날은 그들을 더한층 압박할 수 있는 기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