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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함 관련 유엔 안보리 의장성명 발표 이후:
중미 관계는 어디로

유엔 안보리의 천안함 관련 의장성명은 현재 아시아에서 지정학적으로 가장 중요한 두 국가가 타협한 결과물이었다. 〈연합뉴스〉는 이렇게 말했다.

“미국은 당초 안보리 결의안을 최대 목표로 제시했던 한국을 설득, 처음부터 의장성명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중국이 반대할 가능성이 높은 결의안을 위해 외교 에너지를 소진하는 것보다 중국을 동참시키는 의장성명이 실효적이라는 게 미국의 판단이었다.

의장성명은 실질적으로든, 자의적로든 관련 국가들이 모두 ‘패하지는 않았다’고 주장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이런 전망도 덧붙였다.

“백악관 성명 중 눈여겨 볼 문구는 ‘북한의 호전성에 직면해 대한민국이 보인 절제를 평가한다’라는 대목이다. 천안함 사건 이후 한국의 대응 방안에 대한 평가지만, 유엔 성명 이후 향후 조치들에 대한 ‘절제’도 계속 당부하는 메시지로도 읽을 수 있다.

“향후 한미군사합동훈련, 양자적·독자적 대북 제재, 군사분계선(MDL) 일대의 대북 확성기 방송, 대북전단 살포 작전 등 당초 계획된 후속 조치들의 수위를 예상할 수 있는 전조(前兆)일 수 있다.”

물론 이 기사가 전망한 대로 천안함 사건을 둘러싸고 고조된 미중 갈등이 빨리 완화될지는 좀더 두고 볼 문제다. 서로를 자극하려고 뱉어 놓은 말과 계획들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의장성명 발표 전에 미국은 서해 한미군사훈련에 초대형 항공모함인 조지 워싱턴을 동원하겠다고 발표했다. 중국 군 관료들은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술책이라 반발하면서 “원한은 언젠가 복수를 낳는다”는 홍콩 갱영화 〈무간도〉의 대사를 인용했고, 관영 언론은 항공모함 격침용 대륙간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을 진행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힘자랑

그러자 미국도 대응 카드를 내밀었다. 미국 주간지 〈타임〉는 이렇게 보도했다.

“만약 중국의 위성과 스파이가 제대로 움직이고 있다면 지난주 베이징의 중국 해군 사령부에는 장군들의 심기를 자극하는 온갖 정보들이 쏟아져 들어왔을 것이다. 미국의 초강력 병기들이 중국 인근 해역에서 돌연 부상했기 때문이다.

“하나는 과거 핵탄두를 장착하고 소련을 표적으로 움직여 온 오하이오급 잠수함이었다.

“같은 날 U.S.S. 미시건호가 남한의 부산항에 도착한 것은 더 우려스런 일이었을 것이다. 또 같은 날 U.S.S. 플로리다호가 인도양의 디에고가르시아에서 부상했을 때 베이징 사령부의 비상벨은 정신없이 울렸을 것이다. 중국 정부는 미국이 중국의 인근 해역에 토마호크 미사일을 총 4백62기 탑재한 잠수함들을 파견한 것에 경악했다.”

미국의 목적은 자신이 아시아·태평양에서 중국보다 우월한 군사력을 가지고 있음을 중국에 각인시키고, 중국이 미국의 군사력에 허둥지둥 대응하는 모습을 주변국에 과시하는 것이었다.

심지어 미국 국방부는 자신의 힘자랑을 중국이 모른 척할까 봐 걱정해 평소 쉬쉬하는 자국 핵잠수함의 동향을 홍콩 일간지 〈사우스 차이나 모닝포스트〉에 친절하게 통보해 주기도 했다.

이런 힘자랑은 이 지역에 사는 평범한 사람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당연히 이런 힘자랑에 반대해야 한다.

그러나 두 나라 사이의 긴장은 단기적으로는 완화될 것 같다. 두 나라 간 갈등은 계속 고조되기보다는 몇 달 안에 있을 후진타오의 미국 방문과 11월 서울 G20 정상회의를 앞두고 봉합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면 서해 군사 훈련은 긴장이 추가로 고조되는 징검다리라기보다는 단기적으로 갈등의 정점이 될 것이다. 심지어 훈련 장소를 바꿀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물론 군사 훈련의 수위와 6자회담 개최 여부를 포함해 〈연합뉴스〉 기사가 예상한 것보다는 우여곡절이 더 많을 수 있지만 말이다.

그 이유는 먼저, 미국으로서는 더 급하게 처리할 일이 산적해 있다. 특히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 사령관 스탠리 맥크리스털 해임과 데이비드 퍼트레이어스 임명 소동으로 오바마에게 아프가니스탄은 ‘더더욱 이겨야 하는 전쟁’이 됐다.

미국외교위원회의 전문가는 퍼트레이어스가 2011년 여름으로 예정된 철군 시작 일정을 늦추도록 오바마에게 요청할 것이고 오바마가 그것을 거부하기 힘들 것으로 예측했다.

더구나, 미국과 중국은 지금 선을 넘었을 때 경제적으로 잃을 것이 너무 많다. 최근 아이폰 납품 업체인 폭스콘 노동자 연쇄 자살과 혼다·도요타 부품 공장 파업이 보여 줬듯이, 중국과 미국, 일본 등 서방 다국적 기업은 촘촘하게 서로 얽혀 있다.

또, 미국이 중요한 소비자 구실을 하고 중국이 미국 국채를 매입해 그것을 돕는, 2000년대의 세계경제를 움직여 온 커넥션은 경제 위기 발생 후 약해졌지만 끊어지지는 않았다.

따라서 지난주 중국이 미국 국채를 버리는 ‘핵옵션’을 사용할 생각이 없다고 발표하고, 미국은 중국을 환율 조작국으로 지정하는 것을 다시 한 번 연기한 것처럼, 지정학 전선에서도 지금은 갈등을 관리하려는 욕구가 좀더 우세하다.

잠재적

그렇다고 미국과 중국 간 군사적 갈등이 순전히 ‘폼’일 뿐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먼저, 둘의 타협을 낳은 경제적 상호의존이 언젠가는 큰 갈등을 낳는 불씨가 될 수 있다. 예컨대, 5년 안에 미국의 수출을 갑절로 늘려 경제 위기를 탈출하겠다는 오바마의 실현 불가능한 계획은 중국 시장으로의 수출 확대를 핵심 목표로 한다.

이것이 좌절되면 미국 정부가 좀더 강력한 경제적 보복 수단을 꺼낼 수 있고, 경제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지정학적 갈등까지 고조될 가능성이 있다.

둘째, 동아시아에서 미중의 군사력이 직접 대면하는 잠재적 충돌 영역이 확대되고 있다. 예컨대 〈뉴욕 타임스〉 보도를 보면, 지난 4월 중국은 방중한 미국 고위 관리들에게 중국이 남중국해를 타이완, 티베트, 신장과 동일한 중요성을 가진 타협의 여지가 없는 ‘핵심적 이해관계’로 보고 있음을 통보했다.

중국 해군이 남중국해 잠수함 기지를 중심으로 인근 지역으로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야심을 표현한 것이다. 또, 미국 정부가 베트남·필리핀 등 남중국해에서 중국과 경쟁하는 나라들이 중국을 견제하도록 부추긴 데 반발한 것이기도 하다.

셋째, 두 나라가 정면 충돌 부담 때문에 동아시아와 한반도에서 충돌을 오랫동안 피하더라도, 서로를 견제하려고 다른 지역에서 재앙적 선택을 하면서 세계를 불안정하게 만들 수 있다. 최근 대표적 사례가 인도·미국 핵개발 협정과 이에 대항하는 중국과 파키스탄의 차시마 핵개발 협정이다.

〈사우스 차이나 모닝포스트〉는 이렇게 보도했다. “2008년 미국과 인도 사이의 민간 핵에너지 협정은 인도 정부의 오랜 핵무기 개발 프로그램 때문에 34년간 금지된 대인도 핵거래 금지를 해제하는 것이었다. 당시 이 협정은 중국을 견제하는 조처로 해석됐다.

“[미국의 독일 마샬 펀드 연구원] 스몰은 중국에게 ‘견제자로서 파키스탄의 구실은 몇 년 전보다 훨씬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

“스몰은 중국의 전문가들이 차시마 협정을 논란이 많은 2008년 인도와 미국 핵개발 협정에 대당하는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인도의 부상과 인도·미국 간 협력 때문에 파키스탄을 지지하는 중국의 전통적 입장이 더 강조되고 있다.’”

미중 갈등의 여파로, 과거 두 번이나 전쟁을 치른 핵무기 보유국 인도와 파키스탄이 서로를 향해 더 많은 핵무기를 겨눌 수 있게 됐다.

곧 오바마와 후진타오가 웃으며 서로 악수하는 모습을 볼 때 속지 마시라. 그들은 우리가 두 발 뻗고 잘 수 있는 세상을 가져다 줄 생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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