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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설:
미국은 이라크에서 승리하지 못했다

“미국이여, 우리는 승리했다. 전쟁은 끝났다. 우리는 이라크에 민주주의를 가져다 줬다.” 이라크에서 철군하는 미군 전투부대인 제4스트라이커 여단 소속 한 병사의 말이다.

그러나 미국이 이라크에서 이룬 업적은 한 사회 전체를 파괴한 것이다. 1백만 명 넘는 이라크인들이 전쟁 때문에 목숨을 잃었다. 공식적인 미군 사망자 수는 4천4백16명이다. 전비는 1조 달러였다.

이라크인 4백만여 명이 피난을 갔고 그중 상당수가 두려움에 귀향하지 못하고 있다. 기본 서비스는 제대로 공급되지 않고 있고, 대다수 이라크인들이 직면한 현실은 빈곤과 공포다.

전쟁이 부추긴 종파주의는 더욱 강화됐다. 전쟁 전에는 이라크에 존재하지 않았던 알카에다가 지금 활동 중이다. 미국이 이라크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었다는 주장은 대량살상무기에 관한 거짓말과 똑같다.

오바마 정부는 전투부대 철군이 이라크의 새 시대를 뜻한다고 주장한다. “이라크에서 전쟁이 아니라 정치가 시작됐다.” 부통령 조지프 바이든의 말이다.

8월 31일 이후 미국이 이라크에서 수행하는 임무는 ‘이라크 자유 작전’에서 ‘신새벽 작전’으로 바뀔 것이다.

교묘하게

오바마 정부는 이라크와 상호안보협정을 맺었다. 이것은 이라크 내 외국 군대의 공식 지위를 확정한 협정이다. 전투부대는 철군했지만, 미국은 이라크에 주둔할 미군 병사 5만 명을 전투부대에서 “자문-지원 여단”으로 교묘하게 재분류했다.

이것은 명칭 변경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군 지휘관들도 이를 솔직하게 인정했다. 전투부대 철군이 미군이 참전하는 전투의 종식을 뜻하냐는 CNN 기자의 질문에 레이 오디어노 이라크 주둔 사령관은 “아니다” 하고 말했다.

“전투 작전 수행을 위해 편성된 우리 부대가 주둔한다는 뜻이다. … 주둔 부대가 자문·훈련·지원을 조직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자체 방어 능력은 물론이고 필요시 또는 요청시 전투 작전을 수행할 것이다.” 오디어노는 미군이 2020년까지 이라크에 주둔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또, 미군 전투복을 착용한 병사들만이 아니라 민간업자 수만 명이 이라크에 있다. 오바마 정부는 “유례없는” 민간 활동에 착수했다. “민간업자들의 소규모 군대”가 이 활동을 지원한다.

따라서 버락 오바마가 이라크 전쟁을 끝낸 게 아니다. 이라크 전쟁은 7년이 지났는데, 제2차세계대전보다 더 긴 전쟁이다.

미국인 사회주의 저널리스트 존 리드는 20세기 초에 이렇게 썼다.

“엉클 샘은 퍼주기를 하지 않는다. 그는 한편에는 여물을 다른 한편에는 채찍을 가득 담은 가방을 갖고 간다. 엉클 샘의 약속을 액면 그대로 믿는 사람들은 누구든 엄청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이미 이라크에서 패배했다. 이라크를 아수라장으로 만들었지만 그것이 승리를 뜻하지 않는다.

조지 부시가 7년 반 전에 이라크 전쟁을 일으켰을 때 그의 목표는 분명했다.

다른 국가들이 미국의 군사적 우월성과 경제적 지배에 도전하지 못하게 막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미국은 석유 공급을 통제하고 이라크에 수립될 친서방 정권을 중동의 ‘민주적’ 해결책의 방아쇠로 삼아 이란을 고립·약화시키려 했다.

그런 희망은 재로 변했다.

미국은 자신들이 얼마나 잔혹할 수 있는지를 보여 줬다. 그러나 상황을 좌우하고 자기 의지대로 사회를 만들 수 있음을 보여 주지는 못했다. 이란은 2003년보다 더 강력해졌다.

미국은 이라크에 친서방 정권을 못 세운 게 아니라 아예 정부가 없다. 3월 7일 총선이 끝난 지 반 년이 다 돼 가는데도 완전히 교착 상태다.

석유 공급조차 계획대로 되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BP와 중국석유천연가스집단공사가 공동으로 남부 이라크의 루마일라 유전 개발권을 따냈다.

〈파이낸셜 타임스〉는 “미국은 이라크에서 굴욕을 당하고, 적에게는 공포심도 주지 못하며 친구한테는 사랑 받지도 못한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정부는 어설픈 부시 정부가 이루지 못한 목표를 다른 전략과 전술을 구사해 이라크에서 완수하고자 한다.

미국 국부무 차관보 필립 크롤리는 전투 임무 종료가 “역사적 상황”이지만, 장기적으로 미국의 대(對)이라크 책무는 “확고하다”고 말했다.

“우리는 이라크에 엄청나게 투자했고, 이라크 통합을 위해 투자한 것을 지키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해야 한다.”

이렇듯 오바마는 전임 정부의 정책을 답습하고 있다. 그가 반전 미사여구를 사용한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이것은 반전 여론이 매우 강한 정치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그러나 버락 오바마가 백악관 집무실에 앉아 있어도 바뀌지 않는 게 있다. 미국 제국주의의 우선순위다. 이것이 이라크 전쟁을 일으키도록 했고, 모든 대통령은 그 우선순위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그래서 오랫동안 이라크 전쟁의 파괴가 끝나기를 바라고 오바마가 그 일을 해 주기를 기대했던 사람들에게 현 상황은 분수령이라 할 수 있다.

오바마의 이라크·아프가니스탄 사기는 그에게 큰 기대를 갖고 투표했던 수많은 사람들을 실의에 빠뜨렸을 것이다. 어떤 이들은 이런 환멸 때문에 냉담이나 냉소에 빠졌을 것이다.

그러나 다른 이들은 민주당이 백악관과 의회를 지배하는 상황에서조차 이라크 전쟁을 끝내지 않는다면 이제는 스스로 행동에 나서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지금 이라크에서 미국에 대항하는 전투는 계속되고 있다. 그리고 미국과 그 동맹들이 유혈낭자한 전쟁을 되풀이하는 아프가니스탄에서도 저항은 계속되고 있다.

그러나 이라크에서 제국주의에 맞선 용기 있는 저항, 세계 도처에 일어난 반전 운동은 미국이 이미 패배하고 있음을 가리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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