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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설연대체:
논점을 회피하는 자세로는 단결을 이룰 수 없다

10월 1일 민주노총의 제안으로 ‘상설연대체 건설을 위한 제단체 대표자 간담회’(이하 대표자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대표자 간담회는 상설연대체 건설 필요성에 대한 공감을 확인했지만 진정한 단결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를 놓고 진지하게 토론하는 것까지 이어지진 않았다.

민주노총 지도부와 자주계열 단체들은 “상설연대체는 계급연합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는 다함께의 제기에 침묵과 회피로 일관했다.

사실 그동안 민주노동당 지도부와 한국진보연대는 민주당과 연합을 위해 온 힘을 쏟아 왔다. 민주노총 지도부도 상설연대체 건설 제안문에 “범민주 세력까지도 단결”시킨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사실상 민주당과 선거 연합을 염두에 둔 표현이다.

한국진보연대의 한 활동가는 “계급연합 문제는 진보정당들이 알아서 할 일이지 상설연대체 건설을 위한 논의에서 제기할” 쟁점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민주당과 하는 연합은 진보정당이 맡고 대중투쟁은 상설연대체가 맡는다는 전형적인 ‘양날개론’이다. 그러나 민주노동당 등 상설연대체 건설에 주도적인 단체들이 계급연합을 추구하는 상황에서 상설연대체와 계급연합이 무관한 문제일 수 없다. 의회 정치와 대중 운동의 이원적 전개는 둘 모두를 약화시킬 것이다.

민주노동당 간부들을 비롯한 자주계열은 민주당이 비정규 악법 제정, 이라크 파병, 한미FTA 추진 등을 공개적으로 반성하고 태도를 바꾼 적이 없음에도 연합을 계속 추진하고 있다. 이것은 선진 노동자들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결정적 국면에서 투쟁에 찬물을 끼얹는 효과를 냈다.

진보정당이 자본가 정당인 민주당과 연합하는 일에 매달릴수록 노동자 투쟁을 자제시키고 투쟁의 요구를 민주당 수준으로 낮추는 효과가 난다. 그래서 공동 투쟁과 계급적 단결을 목표로 한 상설연대체는 계급연합과 분명한 선을 그어야 한다.

그런데 이번 대표자 간담회에는 민주노총의 제안으로 김영대 국민참여당 최고위원이 참석하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있었다. 민주노총은 제안문을 보내는 과정의 실수였다고 나중에 해명했지만 “국민참여당도 상설연대체 참관을 허락해 달라”는 김영대 최고위원의 요청을 김영훈 위원장은 그 자리에서는 분명히 거절하지 않았다.

민주노총은 이후 상설연대체 집행책임자 회의에서 “진보진영의 상설연대체 건설 논의에 국민참여당 참관은 허락할 수 없다”고 밝혔지만 여전히 계급연합 문제에는 침묵하고 있다.

구동존이

한편, 진정한 단결을 위해서는 상설연대체 안에서 여러 정치경향이 자기네 고유의 이데올로기를 고집하지 않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동안 자주계열은 ‘민족 자주’로 표현되는 민족주의 이데올로기를 양보하려 들지 않았다. 마치 ‘민족 자주’는 진보진영이 당연히 수용해야 할 강령 아니냐는 식이다.

그러나 ‘민족 자주’는 자본주의적 민족주의를 포함한다. 가령, 자주계열(특히, 민주노동당 지도부)은 중국 정부의 점령 정책에 맞선 티베트인들의 저항을 지지하기보다 ‘민족 자주’ 이데올로기를 적용해 “중국 정부에 내정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태도를 취했다. 피억압 민족의 해방 요구는 마르크스주의의 주요 과제다.

다함께는 한국진보연대 결성 당시에도 ‘민족 자주’가 아니라 제국주의 반대 또는 강대국의 패권 정책 반대 등으로 바꾸자고 제안한 바 있다.

그러나 대표자 간담회에서도 한국진보연대를 비롯한 자주계열은 다함께의 문제제기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자주계열은 “1년 내내 상설연대체 제안만 하고 있다”고 불평만 늘어놓았다.

결국 대표자 간담회에서 유일하게 합의한 것은 10월 19일 “기간 연대운동의 평가와 과제, 새로운 상설연대체의 방향”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하는 것이다.

10월 19일 토론회는 문화 행사가 아니라, 상설연대체가 진정한 단결을 이루려면 무엇이 필요한지 심각하게 토론하는 자리가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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